영화 <아내는 고백한다> 리뷰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이 연출한 <아내는 고백한다>는 1961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마루야마 마사야의 소설 <遭難・ある夫婦の場合>이 영화의 원작이다. 아내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세 사람이 암벽을 등반하던 중 의문의 사고가 일어나고 한 남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검사는 아내 타키카와 아야코를 살인죄로 기소했고, 남편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던 아야코가 코오다와 부적절한 관계이기 때문에 남편을 죽이고 보험금 500만 엔을 받기 위해 남편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변호사는 긴급피난으로 인한 무죄를 주장하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아야코는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들과 아내로서의 의무와 같은 사회의 보편적 관념까지 '재판'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부부가 아닌 남남이 로프를 잘랐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남편과 함께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불합리한지를 보여준다. 아야코는 재판이 끝나더라도 유무죄와 관련 없이 '남편을 죽인 여자'라는 낙인과 시선을 홀로 감당해야만 한다. 그런 아야코가 안쓰러웠던 코오다는 적극적으로 그녀를 돕는다. 다른 사람이 두 사람의 관계를 부적절하다고 여겨도 떳떳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야코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 믿음이 어떤 형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코오다는 아야코가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그녀와 함께하고 더불어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아야코의 고백으로 모든 상황은 180도 바뀐다. 주변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코오다는 '진실'을 알게 되자 아야코를 외면한다.
이 관계는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사랑에 조건이 붙는 순간 신뢰는 급격히 무너지기 쉽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만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아야코는 남편의 억압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아내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남편에게도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지만 남편은 끊임없이 아야코를 의심하며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비열한 계획까지 세웠다. 그렇게 무딘 감정으로 살아왔던 아야코에게 코오다가 나타난다. 그를 마주하면서 사랑을 꿈꿨지만 자신에게는 과분한 것이라 생각하며 진심을 내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견딜 수 있는 힘을 잃었을 때, 그 마음이 흘러넘치게 된다. 유일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코오다만이 자신의 전부라고 느꼈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우유부단해서인지 그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인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여자는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와의 관계를 스스로 끊는다.
<아내는 고백한다>는 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되며 아내의 고백으로 이야기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야코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으나 억압과 폭력에 해방된 그 여인을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영화는 가부장사회 속에서 여성의 위치와 고정관념이 어떤 폭력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날카롭게 파헤친다. 영화는 기존 형식과 사회적 배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의 클리셰를 과감히 부수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처음엔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올곧게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