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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 뒤에 철저히 숨겨온 민낯의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영화 <베이비걸> 리뷰

by 민드레


영화 <베이비걸>은 2025년 10월 29일 개봉했다. 할리나 레인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제8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주연을 맡은 니콜 키드먼이 볼피컵을 수상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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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관객의 감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귓가를 가득 메우는 신음소리로 시작되는 이 영화의 초반부는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주인공의 내적 결핍과 충족하기 위한 욕망이 맞물려 만들어낸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의 욕망은 아직 충족되지 않아 또 다른 자극적인 요소를 찾아나선다. 포르노를 통해 2차적 만족을 추구하는 장면은 그녀의 욕망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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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상은 치열하다. 빠른 배송과 전자상거래 업무, 발표를 위한 연설문 암기, 일과 가정을 균형 있게 관리하기까지 하는 그녀는 쉴틈이 없다. 그러던 중 길에서 마주친 한 남성이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는 성난 개를 진정시키고 그녀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투자가 그녀에게 더 중요했기에 이내 시선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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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얽힌다. 남성은 인턴으로 나타나 그녀의 업무와 일상에 간섭하고, 주인공은 미묘한 불편함과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는 그녀에게 파고들어 욕망을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긴장감과 배덕감은 성적 긴장 뿐만 아니라 그녀의 내면을 자극하는 지점이다. 주인공은 CEO로서 강하고 완벽해야 하지만 남자에 의해 개인적인 욕망이 폭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한다. 분명히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이지만 그 정체가 들키는 순간 그녀의 커리어는 한번에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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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갈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일탈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 영화는 그렇게 불편함을 남긴다. 자극적인 것만 강조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이야기 전개가 매우 아쉽다. 전문직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무게에 대한 고찰은 분명 의미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자극적인 요소에 치우쳐 복잡한 주인공의 내면을 충분히 확장하지 못한다. 이야기 전개와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꼭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 불편함이 남긴 것은 질문이 아니라 연출의 한계다. 영화는 욕망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욕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끝내 도달하지 못한 채 멈춰버린다. 가장 끝까지 가닿았어야 할 지점에서 멈춰버린 그 지점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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