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 리뷰
※ 전 세계의 악랄한 직장상사분들 잘 보세요. 직장에서는 당신이 저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지 모르지만, 문명이라는 계급장이 사라진 곳에서도 그러실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당신과 함께 보고 싶네요. 부디 몸조심하세요.
직장상사와 단둘이 무인도에 갇힌다면 직장상사에게 사회에서 하던 것처럼 굽신굽신 할 텐가. 아니면 이때다 싶어 직장상사를 길들여볼 텐가. 여기는 와이파이도, 인사고과도, 직급도 없는 야생의 섬이다. 죽이고 싶은 상사를 길들여야 하는 여자의 생존기를 담은 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2026년 1월 28일 개봉했다.
린다는 유능하다. 직장동료 린다의 성과를 가로챘고 동창이자 대표인 그와 그녀의 험담을 하며 승진까지 누락시킨다. 린다는 그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되새기며 열심히 노력해 본다. 하지만 계속해서 린다를 모욕하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참는다. 그리고 그 순간, 비행기가 추락해 무인도에 고립된다.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얻는다.라는 말은 유명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증명한 말이다. 하지만 이 사회는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것 투성이기에 그 말을 철저히 배신하기도 한다. 영화 속 린다는 누구보다 준비된 인재였다. 그녀는 완벽한 업무수행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무능하지만 정치질에 능한 브래들리라는 상사의 발판이 되길 강요한다. 그녀의 업무 성과보다 겉모습이나 성격을 문제 삼아 승진을 누락시키고, 그녀의 업무를 홀랑 들고 간 6개월 된 대표의 동창이 그 자리를 꿰차게 꿰차게 된다.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브래들리가 장난 삼아 건넨 말을 린다는 진심으로 받아들였고 그 비행기에 타 업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린다는 평소 생존에 관한 도서나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준비해 왔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비극은 그녀에게 기회였다. 비행기 추락으로 인해 직장상사와 단 둘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 것이다. 한 편으로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지식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직장상사에게 복수할 기회이기도 했다. 그곳에는 사회 계급도, 직장상사의 권력도 무쓸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계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브래들리는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사무실에서 린다에게 대하듯 깔보았지만 복종하기 시작했다. 린다 없이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고 음식을 구해 먹지도 못했다.
철저히 준비해 온 것들은 사회에서 누군가가 훔쳐가거나 부적격 사유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 권력이 된다. 법과 윤리가 사라진 오로지 생존이 중요한 이곳에서는 지식과 기민함이 힘이었다. 관계는 계속해서 뒤집힌다. 린다가 선을 넘을 때쯤 브래들리가 그녀의 뒤통수를 치며 저항한다. 하지만 린다의 생존능력이나 판단력 앞에 속수무책이다. 쉴 수 있는 공간, 뗏목, 사냥 방법조차 그녀에게 가르침 받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무쓸모의 존재로 그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는 마냥 린다를 정말 무결한 피해자로 그리지 않는다. 사교성이 낮은 모습이나 결여된 사회성, 뭐 이런 모습은 그녀가 조직 내에서 승진 누락자가 되었음을 납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생존의 섬에서는 린다의 이성적, 침착함, 냉혹함이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녀가 무서워지는 장면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직장상사의 악독함으로 인해 그녀가 괴물이 된 건 아닐까?
현대사회의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복수극이다. 로맨스를 걱정할 때마다 가차 없이 찬물을 부어버린다. 무인도에서 사랑을 빠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간혹 린다가 그를 좋아하게 됐나라는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 그건 잠시다. 이 영화의 주목적은 원제처럼 구조요청 "Send Help"다. 하지만 린다는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생존 능력이 전혀 없는 브래들리는 린다에게 사육당하면서 구조 요청까지 해야 하는 이중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린다가 브래들리를 사육하는 모습에서 불편함을 지울 수 없다. 직장상사가 악독하게 군 건 분명하지만, 린다의 행위도 도를 넘어선 순간이 있다. 직장동료랑 직장상사가 약간 차례대로 엿을 먹여서 분노의 방향이 조금 쏠린 느낌은 든다. 그래도 린다에게 생존을 구걸하는 브래들리를 지켜보는 관객은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 부분에서 우리 역시 '권력'만 쥐어진다면 그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계획된 복수극이었다면 더 짜릿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