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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얼음 Mar 22. 2021

주관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다는 건

단, 주관은 있되 고집이 있어선 안된다.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좋다. 좋고 싫음의 기준이 분명한 사람. 내가 그런 사람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누군가 군대에 입대하게 되어 선임이 담배를 권유할 때 피기 싫은 이유를 분명하고 타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군대를 갔다 온 건 아니지만 그랬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데 멋있다고 느꼈는지 내 뇌리에 박혀있다. 그 사람은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에 담배를 필 수 없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별 것 아니지만 자기만의 지키고 싶은 약속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살다 보면 분위기상 내 견해를 지키기 힘든 상황이 분명히 있다. 공동체에서 어느 정도 눈치껏 맞춰야 하는 사회생활 같은 것 제외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줏대 있는 사람이 멋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나의 주목을 끌고는 한다. 소품이든 전시든 둘 중에 뭐가 더 좋았냐는 사소한 주제에도 본인의 생각이 뚜렷해서 하나를 고르고 그 취향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다른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되 본인의 주관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한 번은 어떤 사람과 술을 마시는데 두 가지 종류를 시켜서 골고루 맛보기로 했다. 나는 화이트 와인이 마음에 들었지만 상대의 생각이 궁금해서 먼저 말하지 않고 물어봤었다. 레드와인이 맛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 그래? 난 화이트 와인이 더 맛있는 것 같은데’라고 하니 말을 바꾸는 것이다. ‘사실 나도 화이트가 더 맛있는 것 같은데 레드라고 얘기해봤어.’ 미각, 후각이야 말로 제일 주관적인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나름 나와 공감대를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대답을 한 건가? 레드가 더 좋다 해서 뭐라 할 크리티컬 한 사안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건 사람마다 다 다를 수도 있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의아했다.

 

사실 나도 사람을 잘 파악하는 편은 아니기에 주관과 고집을 구별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 연애할 때 그런 사람을 만나 고생한 적도 있다. 그래서 말인데 주관은 뚜렷하되 고집이 있으면 안 된다. 주관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만의 견해나 관점이다. 반면 고집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는 성미를 말한다. 고집은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특히 고집이 신념을 가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소통이 힘들어진다. 예를 들면 친구들과 먹을 저녁 메뉴를 고를 때 나는 아귀찜이 먹고 싶어!라고 나의 주관을 표현하지만 다수의 다른 친구들이 파스타가 먹고 싶다 하면 쉽게 그 의견에 수긍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굳이 아귀찜을 고집한다면 모두가 피곤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집만 부리지 않는다면 주관이 있다는 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매우 필수적인 요소이다.

 

나는 언제나 주관이 뚜렷했다. 예전과 지금의 나의 차이점은 그 주관을 표현하는 자신감의 유무이다.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던 내가 회사생활을 몇 년째 하면서 내 의견을 숨기는 방법만 찾기에 급급했다. 특히나 가십을 좋아하는 보수적인 회사를 입사하면서 더욱 주눅 들게 된 것 같다. 다들 가만히 있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튈 거야 라는 생각에 점점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런 나는 결국 어떤 무리에 스며들기에 최적화되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답답함이 응어리져있다. 사실 내 의견을 표현해야 위트도 있어지고 대화가 즐거운데 회사에서의 나를 의식하다 보니 드라마, 연예인, 뉴스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회사에서도 친한 몇 명은 원래의 진실된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래서 자꾸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 추억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지고 사회에서는 이렇게 감정을 숨기는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스스럼없이 내 주관을 내세우던 어린 시절의 자유롭고 행복했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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