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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얼음 Apr 26. 2021

(2) 미네소타, 유학생의 중학교 적응기

청소년기 미국 유학생활의 뒤늦은 기록

추억 회상기

[전에 쓴 글에 이어서]





내가 다니는 미네소타의 Roseville Area Middle School은 1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다니는 꽤 규모가 큰 공립 중학교다. 보통은 줄여서 RAMS라고 부른다. 미국은 땅 덩어리가 넓어 그런지 도심을 빼놓고는 일반적으로 건물이 높지 않다. 우리 학교도 기껏해야 3층 정도의 높이지만 폭이 넓고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실내에는 농구 경기가 가능할 정도로 큰 실내체육관을 비롯해 수많은 교실들과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천장이 높고 일렬로 길게 늘어진 벤치가 있는 카페테리아(구내식당)가 있다. 야외에는 잔디가 깔려있는 풋볼 구장과 육상 트랙, 테니스코트, 축구장, 야구장이 있다. 건물과 야외 활동 공간까지 다 합치면 서울에 있는 올림픽공원 정도의 크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물살에 떠밀려가는 오리처럼 우왕좌왕하고 길 잃기 십상이었다. 미국은 중학교 때부터 한국의 대학교처럼 본인이 들을 수업 스케줄을 학기 초에 직접 짜고 쉬는 시간에 알아서 그 반으로 찾아가야 한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학생 수가 어마어마한 이 곳은 그야말로 카오스가 된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각자 자기 시간표대로 갈 길을 가야 하고 짬을 내 친구랑 라커 앞에서 대화도 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하니 말이다. 다음에 들어야 할 수업의 강의실이 가까우면 그래도 괜찮은데 멀 때는 정말 서둘러 가야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5개월 전인 마지막 학기 중간에 갑자기 전학을 오게 된 나는 안 그래도 영어가 힘들어 대화에 잘 끼지 못하는 데다 이미 자기들끼리 그룹을 지어 친해져 버린 친구들 사이에서 낯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 내 성격과는 다르게 조용히 있었더니 나와 비슷한 조용한 친구들이 나름 생겼다. 모두 백인 친구들이다. 미네소타 자체가 백인이 많은 주라 그런지 우리 학교도 백인 비율이 40프로 정도로 꽤 비중이 높은 편이다. 동양인이 있긴 하지만 Mhong(몽족)이 많다. 나도 여기 와서 처음 본 민족인데 중국, 라오스, 타이 등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라고 한다. 처음엔 중국인도 한국인도 일본인도 동남아권도 아닌 색다른 외모 때문에 궁금했는데 지금은 누가 몽족인지 알아낼 수 있을 만큼 익숙하다.


학교에서 간간히 중국인도 보긴 했는데 한국인은 있기나 한 건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 큰 학교에 있을 법도 한데 나랑 마주치는 수업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사실 관심 없다. 언어 때문에 하루하루가 답답해 죽겠는데 영어를 어느 정도 마스터하기 전 까지는 한국 친구와 어울리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여기서 8학년으로 5개월만 지내면 고등학교로 진학하는데 그때는 내 본래 성격을 끌어올려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문득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이 보고 싶다. 잘 지내고 있겠지 다들. 여기 오기 전까지 내가 지냈던 하루 일과를 친구들은 아직도 그대로 하고 있을 것이다. 일어나서 등하교 후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다 해 질 녘쯤 학원에 같이 다니는 친구와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 잠시 두런두런 수다를 떤 다음 집으로 갔던 삶. 놀이터에 앉아 친구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가 세상 행복했었다. 나름 내 일상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미국으로 갑자기 가게 되었다는 부모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싫었다. 하지만 내 결정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렇게 미국에 오게 된 것이었다.


미국 중학교는 한국과는 다르게 잔디 향이 가득 풍기는 9월 한여름날에 첫 학기가 시작된다. 12월 말에 2주 정도의 짧은 겨울방학과 4월에 일주일 정도의 짧은 봄방학을 지내고 나면 6월부터 8월까지 거의 두 달이 넘는 긴 여름방학을 맞이할 수 있다. 미네소타는 미국에서도 중북부 오대호 근처이자 캐니다 바로 밑에 위치한다. 겨울에는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짧고 새하얀 눈은 내 허벅지까지 높게 쌓인다. 눈의 입자도 너무 고르고 좋아 스키 타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반면 여름에는 건조하고 그리 덥지 않아 햇빛이 따가워도 그늘에 서 있으면 시원하고 쾌적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언니는 항상 여름방학에 한국으로 우리를 보러 왔지만 이번만큼은 미네소타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름 날씨가 최고인 미네소타에서 이번 여름방학은 우리 네 가족이 뭉쳐 함께 여행하며 즐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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