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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Nov 22. 2022

30. 생각보다 우린 닮고, 달랐다.

 우린 퀘벡에서 1박을 더 하기로 하고 수진이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1박을 더 한다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음에 기뻤다. 퀘벡 호텔 앞에서 수진이를 보내고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며칠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퀘벡에서 있던 이 날들이 꽤나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퀘벡 의사당 앞에 있던 배우 공유 씨가 책을 읽고 있던 부수대, 올드 퀘벡의 배우 김고은 씨와 공유가 걷던 예쁜 거리들, 맛이 좀 없던 레스토랑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스처지나갔다. 이제 우리는 다시 위니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됐다. 정확히 우리는 캐나다에 있는 우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됐다. 이번에 위니펙에 돌아가면 얼마 뒤 위니펙을 정리할 계획이다. 약 4달 동안의 위니펙의 삶이 정리되고 본격적인 캐나다 여행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캐나다 여행의 시작이 퀘벡이란 것에 기분이 묘하게 행복했다. 남들이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누리는 특권을 갖은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거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떠난 것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위니펙이 좋았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는 그 시간들이 좋았다. 어쩌다 사람이라도 지나가면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그 마을이 좋았다. 위니펙 남부 Water Bridge Center 마을의 특유의 적막함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곳이 좋았다. 아직은 어수선한 마을에 정리도 완벽하지 않고, 작은 로컬 카페마저 없는 그곳이지만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살라고 해도 나는 돌아갈 마음이 있을 만큼 그곳이 좋았다.

 하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어서 그곳이 싫었고, 적막해서 그곳이 싫다고 했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싫은 것 같다. 

 

 참 신기하다. 우리가 이렇게 다른 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예정이니 말이다. 같이 외국에 나오고 여행을 하고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매일을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닮았고, 그만큼 많은 부분이 달랐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퀘벡에서의 마지막 밤. 꽤나 센치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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