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어려운 주제를 들고 왔어요. 바로 근육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한 단백질 섭취법인데요. 귀신보다 근손실이 두려운 우리들은 단백질에 죽고 단백질에 살죠.
혹시 “단백질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흡수가 안 된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또 "3시간마다 단백질을 나눠서 섭취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도 꽤 자주 들을 수 있죠. 오늘은 생리학적으로 이 과연 이게 맞는 말인지 팩트체크해볼게요.
일단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저 명제는 땡입니다. 전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리 몸은 기계처럼 정답이 딱딱 나오지 않죠.
누구에게는 30g이 많을 수도, 누구에게는 부족할 수도 있죠. 그리고 ‘한 번에’라는 단어도 애매해요. 5분 간격으로 10번 먹으면 ‘한 번에’가 아닐까요? 또한 ‘흡수’라는 단어의 정의도 살펴봐야 하죠. 영양학에서의 흡수란, ‘생체막이 외부로부터 내부로 물질을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즉, 입으로 들어온 단백질이 어떻게든 다 사용된다면 그건 흡수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죠. 꼭 ‘근육’으로만 가야 흡수된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럼 이제 이 명제가 틀렸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얘기이고, 근거가 있는지 알아볼게요.
#단백질이 소화되는 법
먼저, 단백질이 어떻게 소화, 흡수되는지 간단하게 살펴볼게요. 여러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단백질은 여러 가지 아미노산이 수백 개 이상 다양하게 뭉쳐진 큰 덩어리예요.
아미노산이 여러 개 합쳐진 걸 ‘펩티드’라고 하고, ‘펩티드’가 여러 개 합쳐진 걸 ‘폴리펩티드’라고 하죠. 즉, 단백질은 폴리펩티드예요. 그래서 우리 몸이 단백질을 받아들일 땐 잘게 쪼개는 과정을 거쳐요. 단백질을 잘게 쪼개기 위해선 ‘효소’라는 가위가 필요해요.
단백질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우리 몸도 위나 췌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다양한 사이즈와 다양한 종류의 가위(펩신이나 트립신 등)를 준비해두고 있어요.
이렇게 잘게 쪼개진 아미노산과 펩티드들은 소장에서, 각자 사이즈에 맞는 전용 버스를 타고 세포 속으로 흡수돼요. 이렇게 소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은 대략 1시간당 10g 정도이죠. 만약 단백질을 수백 g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흡수는 다 됩니다. 그 대신 단백질의 원래 용도인 우리 몸을 조성하기보다는 에너지로 사용되어버리겠죠.
2009년에 발표된 ‘Moderating the portion size of a protein rich meal improves anabolic efficiency in young and elderly’라는 논문에서는, 단백질을 30g 섭취한 그룹과 90g 섭취한 그룹 간의 근육 합성률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이와 비슷하게 얼마 큼의 단백질이 근육 합성률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어요. 당연하게도 대상이 바뀔수록 결과도 바뀌었고요. 운동 강도, 체격,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서도 그 양이 달라졌어요.
우리 몸이 영양소를 흡수하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에요. 한 번에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위’에서 음식을 저장하면서 소화와 흡수의 속도를 조절해서 결국 다 흡수해내고 말아요. 특히 대부분의 운동인들이 많이 먹는 ‘유청 단백질’은 위산에 의해 응고되지 않기 때문에 흡수 속도가 다른 단백질보다 훨씬 빠르고, 그 시간이 대략 2~3시간이에요.
#단백질을 어떻게 나눠 먹어야 할까
그렇다고 하루치 단백질을 한 번에 몰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떻게 먹어야 가장 효과적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쉽게 거르고 필요한 단백질과 칼로리를 점심과 저녁에 몰아 먹는 경향이 있죠.
이건 근육 합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2020년에 ‘American Society for Nutrition’ 저널에 게재된 논문 ‘Evenly distributed protein intake over 3 meals augments resistance exercise-induced muscle hypertrophy in healthy young men(3끼에 단백질을 같은 양 먹었을 때 근육합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12주 동안 운동을 똑같이 시키고 단백질도 같은 양을 섭취한 26명의 남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어요.
다만 한쪽은 점심, 저녁에 단백질 보충제를 몰아서 먹고 한쪽은 3끼에 같은 양을 나눠서 먹었죠.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 단백질을 3끼 고루 섭취한 그룹이 무려 약 0.7kg 더 많은 근육을 얻었어요. 즉, 한 번에 몇 g 먹는지 따지는 것보다 아침을 단백질을 포함하여 든든히 챙겨 먹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이죠.
근육 합성뿐 아니라 우리 몸의 전반적인 건강으로 봤을 때도, 이렇게 결과가 엇갈리는 '한 번에 먹냐, 나눠서 먹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단백질의 ‘총량’이에요. 운동을 즐겨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에 몇 g의 단백질을 먹을지보다는 내가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잘 챙겨 먹는지를 확인하는 게 최우선이죠.
원고 : 핏테이블 안동현 영양사/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