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엉뚱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조직문화는 어디에 있을까요?
회사 홈페이지에 쓰여진 핵심가치에,
홍보를 위한 유튜브나 SNS에,
직원들을 위해 운영 중인 복지 제도에,
아니면 정성들여 제작한 컬쳐덱 속에?
모두가 정말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 문화라기 보다는 문화를 ‘위한 것’에 가깝습니다. 그럼 우리 조직의 문화는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요?
조직문화를 ‘만든다’, ‘브랜딩한다‘ 와 같은 표현들을 많이 접하면서 어느새 문화를 조직이 가져야 할 경쟁력이자 자산으로, 하나의 큰 덩어리로만 바라보는 데 너무 익숙해진 저를 발견합니다. 문화적인 지향점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리더나 담당자 분들께는 너무 당연하고 필요한 관점이지만, 그저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은 보통의 직장인일 뿐인 제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시각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조직에는 이런 저런 문화가 있어’라는 일상적인 말에서 힌트를 얻어 봅니다. 이 말은 조직이 뭔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보다는 '나는 직장에서 일할 때 이런 저런 문화를 느끼고 경험해'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느낌과 경험은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누군가 "우리 회사는 너무 보수적이야"라고 이야기 한다면, 그 속에는 반바지 입었다가 팀장님께 눈치 받은 며칠 전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통통 튀는 문화가 있어"라는 말에는 개성 있는 동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함께 성취했던 지난 프로젝트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을 테지요.
조직문화는 어디에 있냐는 질문에 자답해보자면 문화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동료와 관계를 맺고 서로 반응하는 그 지점에서 매일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을 우리는 문화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모든 것들은, 궁극적으로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서로 좋은 관계를 맺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회사와 구성원 사이에만 오고 가는 무언가로 그친다면 그것은 문화가 아닌 단순한 보상일 뿐입니다.
최근 모 기업이 무기한 재택 근무를 철회하며 내부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영층은 나빠진 실적과 생산성 저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 이야기했고, 직원들은 회사가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일방적인 통보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한 조직의 문화를 대표하는 듯 보이는 어떤 제도나 슬로건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의 과정에 서로에게 보인 태도, 주고 받은 대화와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결국 그런 것들이 조직의 문화를 이루는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미니 운동회를 열었습니다. 회사 근처에 있는 실내 농구장을 대여해 피구, 줄다리기, 마시멜로우 쌓기 같은 경기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습니다. 준비에 애써준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마친 후 저녁 식사자리에서 덕분에 너무 재밌었다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만났을 때도 잘 쉬었냐고, 어제 너무 좋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한번 더 말했습니다.
'그런다고 문화가 변하니?' 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간과 경험들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걸 압니다. 제가 그토록 바라는 좋은 직장, 좋은 문화는 동료와 나 사이에서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