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불가해성’이라는 표현을 처음 접했다. 삶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니 무슨 말이지, 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이 서른일곱에도 새로운 말을 배우는구나.
올해의 여러 순간들이 떠오른다. 힘들고 납득하기 어려웠던 일들, 그것과 상관없이 너무나 찬란하고 행복했던 일상의 다른 부분들. 그 모든 것들을 삶이라는 한 글자에 욱여넣어 이해해보려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사람들 각자의 사정과 욕망 같은 것이 뒤엉키며 벌어지는 상황들일뿐이다. 굳이 거기에 달려들어 요구되지 않는 이해를 시도하는 건 내 쪽이다. 그러다 삶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다다른다. 논리는 인간의 발명품, 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에 공감한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 나의 의지와 의도가 이끌어가는 영역도 분명 있겠으나, 내가 살면서 경험했던 큰 기쁨 또는 낙담은 대체로 ‘그저 일어난 일’에서 기인한 것들이었다.
그런 사실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 거기서 또 행동까지 나아가는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삶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야, 또 한 번 스스로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