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맞이한 첫눈. 애들도 어른들도 신이 났다. 갑자기 너무도 많은 눈이 내려 부랴부랴 빗자루로 쓸고 넉가래로 밀며 제설 작업을 하는데, 저 옆에서 공룡, 곰, 눈사람 등 만들며 놀던 아이들이 와선 자기도 한 번 해보겠단다. 그러더니 저마다 넉가래 빗자루 하나씩 가져가서는 치우는 시늉을 하기도, 제법 잘 쓸어내기도 하고. 그러곤 다시 와서 눈싸움하자고 자꾸 장난을 걸어오기도 한다. 미사 중엔 아이들이 미사 전 적어 낸 기도를 신부님이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떤 아이는 다음 주에도 눈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다른 어떤 아이는 눈이 얼어서 다치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모두 예쁜 마음들. 오랜만에 눈 치우니 군대에서 제설한 기억도 나고, 스무 살 때 성당 마당 눈 치우고 짜장면에 도수 높은 중국술 얻어 마신 기억도 나서 재밌었는데, 재미난 기억이 하나 더해졌다. 눈 오는 날엔 모두 걱정 없이 마냥 놀기만 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