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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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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앙다 Jan 15. 2022

아포가토, 맛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야 마는 성격. 왜 나는 먹는 것에 집착할까?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먹었던 사케라또 아포가토가 너무 먹고 싶은데, 집 근처에는 리저브 매장이 없다. 그거 먹자고 멀리 리저브 매장을 찾아가기도 좀 그렇고, 그냥 아포가토라도 먹을까 싶어 동네 스벅에 갔다. 카페인을 끊었으니, 아포가토에 넣는 에스프레소 샷을 디카페인으로 바꾸기로 하고. 그런데 웬 걸, 아포가토는 샷을 디카페인으로 바꿀 수가 없다고 한다. 아뿔싸, 이대로 포기인가?


 하지만 방법을 찾았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를 별도로 주문해서 아이스크림에 부어 먹으면 된다. 뭔가 심심할  같아서 자바칩도 추가했다. 아포가토를 주문하는 것보다 돈은  들지만, 그래도 디카페인 샷에 아포가토를 먹을  있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달콤하면서도 쌉싸레한 아포가토의 , 역시 먹길 잘했다, 싶었다.


아이스크림과 자바칩, 그리소 에스프레소 샷의 조화


 언제부터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먹고 싶어, 지금 당장 먹어야 해, 안 그러면 죽을 것 같아! 이런 정도는 아니지만, 먹고 싶은 게 한 번 생기면 며칠 동안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 생각은, 그 음식을 먹어줘야만 그친다. 먹기 전까지는 계속- 문득 문득 생각난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지칠 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멍 때릴 때, 저녁을 부족하게 먹어 야식이 땡기는 늦은 밤, 문득 문득.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접기로 했다. 내가 먹고 싶은 걸 먹는다는 건 내가 나를 챙겨주겠다는 건데, 그게 뭐 문제일 것까지 있을까 싶은 거다. 하고 싶은 일 하는 거,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거, 먹고 싶은 걸 먹는 거.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절제하는 것에 더 익숙할까?

 

 당당하자. 내 욕구에 솔직해지는 거,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가끔 인색하다.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홀히 대하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만약 내가 나를, 내 옆에 늘 있는 그 사람을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 잘해줄텐데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유난을 떨어서라도 먹는 게 이상한 일 아니다. 그리고 그 유난으로 내 사람을 열심히 사랑하는 것도 지금 당장 시작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 문득 문득 생각날 때마다 잘해주기.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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