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양복을 입은 직원들은 조용해진 카페 안에서 오늘 뜬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 퍼플펄"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트의 가장 큰 페이지를 장식한 이 기사에 관해서 말이다. 일주일 동안 깊은 바닷속을 여행하는 이 유명한 잠수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탈 수 있었는데 이 잠수함에서 일하는 직원들 또한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직원으로 뽑힌 사람들은 체력시험과 건강검진도 받아야 했다. 잠수함 안은 굉장히 호화스러웠는데 그중에서 이 카페가 가장 화려했다. 밤이 되자 바닷속은 거대한 대왕 오징어 괴물이 먹물을 뿌린 듯 어두워졌고 카페에 있던 손님들은 하나둘씩 침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카페의 영업시간은 2시간 정도 남았기에 손님들이 없다고 해도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직원들의 수다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중 기사에 대해 누군가 타이타닉호처럼 이 잠수함도 사고가 나는 게 아니냐며 불길한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바로 질책을 들었지만 질책하는 직원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불안이 심어졌다. 담배라도 피우고 싶은 심정인 직원 이바르 씨는 와인잔을 닦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유리구슬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검고 부드러워 보이는 캐시미어 숄을 두른 여자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화이트와인과 따뜻한 차를 주문했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검푸른 바다를 보며 와인만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홀짝일 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바르 씨는 그 여자의 얼굴을 흘깃 쳐다보다 생각에 잠겼다.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자신도 고가의 금액을 지불해 바다여행을 하고 있는 저 여자도 즐거워 보이진 않았다. 어쩌면 저 여자도 담배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