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등 테크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테크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무섭게 치솟자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속속 발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장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두나무, 피에스엑스 등 비상장 기업들의 주식에도 눈길을 돌렸고 이와 동시에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들도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미국의 주요 프라이빗 마켓 플랫폼, 해당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비상장 기업들의 최신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미국의 세컨더리 마켓 시장
*세컨더리 마켓 = 채권 유통시장
미국의 대표적인 프라이빗 마켓 플랫폼으로는 카르타엑스(CartaX), 포지 글로벌(Forge Global), 이퀴티젠(EquityZen), 잔바토(Zanbato), 클리어리스트(ClearList),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Nasdaq Private Market)이 대표적입니다.
스타트업 직원들은 프라이빗 마켓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할 수 있으며 VC, 기관 투자자, 고액 자산가 등 투자자들은 자신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가 이런 플랫폼에 진입하기에는 여전히 벽이 높은 편입니다. 일례로 이퀴티젠 플랫폼은 연소득 20만 달러(한화 약 2억6160만 원) 이상, 또는 기본 주택 가치를 제외한 배우자와의 순자산 합산이 100만 달러(13억750만 원) 이상인 개인 투자자만을 멤버로 승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인이라는 관문을 통과한다고 해서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곧바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1] 개인 투자자는 투자하고 싶은 기업을 찾고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활동 중인 셀러를 찾아야 합니다.
[2] 찾은 셀러가 판매하고자 하는 주식 정보를 입력하면 플랫폼 측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주식 매각 승인을 취득합니다.
[3] 일련의 절차를 거쳐서 셀러와 투자자가 매칭되면 개인 투자자는 가격을 협상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등 장기간의 투자 프로세스를 거쳐야 합니다.
이와 같은 비상장 주식거래 프로세스에는 ROFR 허용 기간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 ROFR이란 Right Of First Refusal의 줄임말로 <우선매수권>을 의미합니다. 우선매수권은 자사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가기 전에 기업이 해당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우선매수권은 회사가 원하지 않는 투자자가 자사 지분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데에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영문으로는 '먼저 거절할 수 있는 권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
계약 체결 이후 30~60일에 해당하는 ROFR 기간에 회사가 주식을 대신 매수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혀야 해당 계약은 완전히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컨더리 마켓이 전에 비해 개인 투자자와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높은 문턱과 복잡한 프로세스를 안고 있습니다. 포브스(Forbes)도 이와 관련해 "세컨더리 시장은 현재의 인기와 수요를 감안할 때 충분히 발전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또 다른 방법은?
위처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비상장 주식 투자 방식은 문턱이 높고 방법이 어렵고, 기관 투자자들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세컨더리 투자 펀드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엘리트 투자 기관의 메이저 펀드를 선택하게 되면 ROFR 기간을 건너뛸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상대적으로 쉽고 편한 투자 프로세스 덕분에, 프라이빗 세컨더리 펀드는 지난 몇년 간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에만 2700여 개의 투자펀드를 통해 1조17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프라이빗 시장에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점차 스타트업 투자로 눈을 돌리는 추세이지만, 편리하게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세컨더리 플랫폼이 흔치 않다고 합니다.
세컨더리 마켓 시장, 매도세 급증!
최근 기업들의 IPO 행보가 불투명해지고, 스톡옵션 등을 보유한 스타트업 직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의 현금화를 희망합니다. 따라서 프라이빗 시장은 강력한 매도세로 물들고 있습니다.
세컨더리 마켓 브로커 회사인 포지글로벌(Forge Global)은 "올해 자사 플랫폼에 셀러들이 대거 유입됐다"며 "지금까지 이 정도로 많은 셀러가 몰린 적은 사실상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라이빗 세컨더리 시장에서 주주들이 지분 매각을 희망함에 따라, 대다수의 비상장 테크기업 주식은 연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더인포메이션이 인용한 익명의 투자자에 따르면, 스트라이프(Stripe)의 주식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80~90달러에 거래되었는데 6월 말에는 50달러 선에서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클라나(Klarna)는 2021년 기업가치의 3분의 2 수준에 해당하는 300억 달러 수준으로 새로운 펀딩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1400달러에 거래되던 클라나 주식은 6월 말 기준 1천 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습니다.
비상장 기업 금융 데이터 업체인 에이프뷰가 더인포메이션에 공유한 데이터도 위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이런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주가를 방어하고 있는 테크 업체들도 있습니다.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OpenSea)의 6월 말 주가는 564달러로, 2월의 774달러보다는 하락했지만 올해 초의 455달러에서는 상승한 수치입니다. 스페이스X(Space X) 주가도 1월 초 59달러에서 5월 말에는 67달러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라이 파우더 비축 중인 VC와 PE
*드라이 파우더: 사모펀드가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 가운데, 아직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자금.
테크 시장에 겨울이 찾아온 만큼, 주요 투자자들은 투자에서 잠시 손을 떼고 업계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VC업체인 인더스트리벤쳐(Industry Ventures)는 현재 7억5천만 달러 규모의 드라이파우더를 비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CEO인 한스 스윌든스는 "올해 1월부터 프라이빗 테크 주식을 매수하는 데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프라이빗 시장의 총 거래 규모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BC파트너스(BC Partners)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PE 업체들의 포트폴리오 내 업체 주식을 매각하거나 상장시키는 행위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지금은 모두 기다리면서 살펴보는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테크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금과 같은 시간이 시장의 열기를 식히고 진정한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스콧 클라인먼은 "일부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최대 70% 이상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는 해당 기업이 안 좋은 기업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처음 가치 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는 투자자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금융위기에 비해 지금은 드라이 파우더 등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