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회사에 채용되기까지
Toptal에 탤런트로 최종 합격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탤런트 풀에 등록된 것일 뿐 채용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Toptal에는 수 백개의 일거리가 올려져 있다. 그 중에서 나의 경력에 맞는 것을 골라 지원해야 한다. 사용자 회사로부터 서류 심사, 면접, 인턴 과정을 모두 합격해야 실제 채용이 되고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
Toptal의 일거리는 크게 part-time(주당 20시간)과 full-time(주당 40시간) 두 종류가 있다. Hourly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없다. 탤런트는 주당 4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즉, full-time 하나를 하거나 part-time 두 개를 할 수 있다. 기간은 짧은 것은 서너주 정도에서 긴 것은 1년 짜리도 있다.
분야는 백엔드, 프론트엔드, 블록체인, 안드로이드, 풀스택, 등등, 심지어 임베디드까지 매우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의 일거리들이 두 개 이상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요구한다. 재미삼아, 올라와 있는 일거리를 프로그래밍 언어 별로 검색해 갯수를 세어 보았다. 오랜 기간동안 통계를 낸 것이 아니라 어떤 날짜에 올려져있는 일거리의 갯수를 센 것이므로 이 숫자를 너무 믿지는 말자. 예를 들어, 어떤 언어는 인기가 너무 좋아서 일거리가 올라오자 마자 금방 빠지기 때문에 숫자가 작을 수도 있다.
C 4
C++ 16
Go 10
Rust 2
C# 13
PHP 18
Swift 14
Java 28
Kotlin 7
Python 44
Ruby 6
JavaScript 109
TypeScript 66
사용자 회사의 위치는 주로 미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유럽이다. 많은 회사에서 자기들과 탤런트의 시간대가 두세시간 정도 겹치기를 원한다. 그래서 아침 일찍 또는 밤 늦은 시간에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급여는 내가 정한다. 지원할 때 원하는 급여를 써서 낸다. 채용이 되면 급여는 Toptal 은행에 만든 내 계좌로 입금된다.
지원에서 채용까지는 아래와 같이 진행된다.
(1) 일거리 공지와 지원
(2) 사용자 회사에 탤런트 소개
(3) 인터뷰 (화상 면접)
(4) 인턴
(5) 채용
사용자 회사에서 일거리 채용 의뢰가 들어오면 Toptal 내에서 채용 담당자가 정해진다. 그리고 일거리가 Toptal talent portal에 공지된다. 탤런트는 공지된 일거리에 지원한다. 그와 동시에 채용 담당자가 직접 적당한 탤런트를 검색한다. 적당한 탤런트를 찾지 못하면 Slack 채널로 전체 탤런트에게 수소문하기도 한다. 채용 담당자가 탤런트를 사용자 회사에 소개한다. 소개하는 탤런트는 한 명일 수도 있지만 보통 여러명이다.
보통의 경우, 일거리 공지부터 탤런트 소개까지는 24시간 안에 끝난다. 빠르면 서너시간 안에 끝나기도 한다. 물론 몇 주 동안 적당한 탤런트를 못찾는 경우도 있긴 하다.
내 프로파일을 잘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Toptal에서 나를 검색할 확률과 사용자 회사에서 나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매일 매일 일거리를 검색해야 한다. Toptal에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교육비디오를 만들거나 온라인 워크샵을 열어서 수시로 탤런트들을 교육시킨다.
사용자 회사는 소개받은 탤런트와 화상으로 여러번의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 결과와 급여 등을 토대로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2주동안 인턴을 한다. 사용자 회사에서 실무를 시켜보고 이 사람을 최종적으로 채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인턴 기간에는 급여의 절반이 Toptal로부터 지급된다. 인턴 기간에 합격되면 최종 채용이 되고 정식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Toptal에 따르면, 인턴 단계에서 불합격되는 확률은 2% 이하라고 한다. 그만큼 탤런트의 수준이 높고 사용자 회사의 만족도가 높다는 뜻일 것이다.
일거리를 검색해 보면 내가 할만 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항상 있었다. 그런데, Toptal 사이트에서는 나와 별로 맞지 않다고 나왔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작성한 프로파일이 부실해서였다. 합격 직후에 Toptal에서는 프로파일 작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누누히 설명했었다. 하지만 나는 등록과정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대충 대충 썼었다.
그래서 꼼꼼하고 신중하게 내 프로파일을 보완했다. 좋은 옷을 입고 사진도 다시 찍어 올렸다. 나와 맞는 일을 검색해서 그에 맞게 포트폴리오와 보유 기술에 항목을 추가했다. 그러기를 한두달 정도. 그 다음부터는 Toptal에서 나에게 먼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러이러한 일거리가 있는데 너랑 맞는 것 같아. 시도해 보지 않을래?” 그리고, 인터뷰 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사용자 회사에서는 항상 인터뷰 주제를 전달해 주었다. 그래서 미리 준비 자료를 만들어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자체는 항상 좋은 분위기로 끝났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다고 결과도 좋은 것은 아니었다. 채용 담당자에게 왜 떨어졌냐고 물어봤더니, 다른 탤런트가 나보다 낮은 가격을 내서, 오프라인으로 다른 사람을 채용해서 등의 이유였다.
처음에는 일거리를 이것 저것 재면서 지원했다. 나중에는 비슷하다 싶으면 무조건 지원을 했다.
결국, Toptal에 탤런트로 등록되고 나서 3개월만에 채용이 되었다. 프로파일을 잘 작성했다면 더 빨리 채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미국에 있는 회사와 4개월째 일하고 있다. 다행히 회사에서 갑질은 없고 커뮤니케이션은 합리적이다. 그래서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 없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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