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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김영준 Jan 28. 2023

과학기술과 전쟁

과학기술의 두 얼굴

정보통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일상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연현상의 관찰로부터 시작해, 수많은 실험과 이론이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고, 여기에 천재 과학자의 번뜩이는 천재성이 추가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과학기술 발전 한 걸음이 이루어질 뿐이었다. 오늘의 정보통신 과학기술 발전은 이 같은 걸음의 수많은 축적 결과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어려운 과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지난 삼십여 년간 ‘초 연결’ 기술 개발과정을 통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내가 찾은 답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생존 본능이 가장 극명하게 노출되는 곳은 전쟁터일 것이다. 전쟁 기간 중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아이러니하게도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1차 세계대전 (1914~1918)은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확보 경쟁과 민족 간 갈등을 배경으로 일어났는데, 군인 사망자만 해도 930만 명에 달할 정도의 비극적인 전쟁이었다. 그 기간 중 많은 것들이 발명되었는데, 독가스, 방독면, 크리넥스, 손목시계, 페니실린, 비행기, 초음파 탐지기, 암호제작기계, 볼펜 등이 그것이다. 독가스와 방독면이 동시에 개발되었다는 사실이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 기간 발명된 ‘초음파 탐지기’와 ‘암호제작기계’는 정보통신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진전을 가져온 결과물이었다.

 

1929년 미국에 불어 닥친 대공황의 여파는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어,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세계 각국의 이기적인 자국 중심 정책은 많은 부작용과 모순을 낳았고, 마침내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일의 나치, 일본의 군국주의와 같은 비 이성적인 체제를 불러오게 되었다. 이들의 대외팽창 정책은 2차 세계대전(1939~1945)의 도화선이 되어, 전 세계를 전쟁의 포화로 몰아넣게 된다. 30개국 1억 명이 넘는 군인들이 참전한 2차 세계대전은 약 6000만에서 8500만 명의 사망자를 만들고 만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그 기간 발명된 정보통신 과학기술의 성과는 그야말로 눈부신 것이었다. 레이더, 야기(Yagi) 안테나, 제트엔진, 탄도 미사일, 진공관 컴퓨터, 전자레인지, 자기 테이프 녹음기 등이 전쟁 중에 개발되었는데, 오늘의 정보통신 과학기술 핵심분야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놀라울 따름이다. 

 

레이더’는 1935년 영국 물리학자 ‘로버트 왓슨 와트’(Robert Watson-Watt)의 특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독일 비행기의 방향과 위치를 탐지해 영국 국민들의 폭격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일본의 전기공학자 ‘히데츠구 야기’(Hidetsugu Yagi)는 1926년 특허기술로 등록된 ‘야기 안테나’를 발명하는데, 초단파 분야에서 오늘도 널리 사용될 만큼 우수한 성능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야기 안테나 기술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 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가장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비행기 항적추적 부분이었다. 미군은 일본 비행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복잡한 진로 계산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전자범용 디지털컴퓨터 애니악(ENIAC)이 1946년 개발된다. 애니악은 이진 연산능력과 논리회로를 갖춘 진공관을 이용한 전자식 자동계산기인데, 이것이 바로 컴퓨터의 시작이었다.

 

이후 냉전시대를 거치며, '인터넷'기술이 미국방위 고등연구계획국 (DARPA) 프로젝트로부터 개발되기 시작한다. 이후 인터넷 기술은 1980년대 개방형 시스템 상호연결 참조모델(Open System Interconnection Model)로 발전되어, 세상의 모든 컴퓨터들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정보의 바다, 즉 인터넷이 만들어진다.

 

최근 2021년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 위원회 (NSCAI)는 미국 대통령과 의회에 첨단산업에 대한 종합진단과 정책제언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 국방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 9개를 발표하는데 다음과 같은 기술들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반도체(Semiconductors), 생체기술(Biotechnology),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로봇과 자율형 장치(Robotics and Autonomy), 5G (5G and Advanced Networking), 차세대 제조(Advanced Manufacturing), 에너지 (Energy System) 등이 그것이다. 즉 미국이 바라보는 4차 산업혁명시대 국방의 핵심이 이러한 과학기술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요약하면 정보통신 과학기술의 발전은 전쟁과 직간접으로 관련성을 맺으며 발전해 온 것이다. 우리는 오늘 정보통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는 ‘가상공간’을 중심으로 '위기'와 '기회' 모두를 우리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 공간은 '생존의 본능'이 충돌하는 치열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과학기술 양면성이 갖는 무거움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이공계 대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이동 뉴스가 가벼운 일회성 뉴스로 지나가는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생존'과 직접 연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무겁게 인식하고, 신중하고 주의 깊게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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