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홍 Feb 04. 2022

산티아고 순례길, 멜리다~아르주아, 14.64km

31. day28, 부모님

자기 자식이 이 순례길뿐만 아니라 해외에 여행을 가면 항상 부모는 무사히 와달라고 기도를 한단다.


 7시가 넘어 오늘은 여유롭게 걸었다. 15km 정도만 걸으면 되기에 정말 천~천~히 걸어갔다. 오늘 길도 언덕과 풀숲, 자그마한 마을이 전부였다. 사실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비슷한 패턴의 경치가 반복되었다. 하나 다행이라면 똥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오늘은 전에 본 적이 없는 한 아저씨를 만났다. 이분은 4월 14일부터 출발했었는데 정말 천천히 걷고 계셨다. 마지막이라면 이제 어깨와 다리가 익숙해져 있을 텐데, 이분은 마치 처음 걷기 시작한 사람처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 아저씨는 나에게 아픈 데는 없는지, 중간에 다친 곳은 없었는지 물으셨다.


 딱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걸었다고 하니깐 정말 다행이라고, 늘 걱정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며 여행을 다니라고 말씀하셨다. 자기 자식이 떨어져 있고, 특히 해외에 있으면 항상 부모는 무사히 돌아와 달라고 기도를 한다고, 그러니깐 꼭 건강히 여행하고 부모님께 감사하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를 보내주셨다.


 부모님. 나는 매일 목적지에 도착할 때마다 항상 부모님께 도착했다고 말했었고, 간간히 통화도 하며 목소리를 들었다. 오늘 아침에도 오랜만의 여유 속에 전화를 했다. 생각해보면 해외로 나갈 때마다 항상 다친 데는 없는지 안부부터 물으신다. 이번에도 없다고 했더니 엄마는 감사하다는 듯한 말투로 "정말 다행이야!"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으셨다.


 부모님과 오전에 통화한 내용과 아저씨가 한 말이 오버랩되었다. 내가 하루하루 행복하게, 평범하게 길을 걸을 때마다, 무사히 알베르게에 도착할 때마다 부모님은 무사히 도착해달라고 기도를 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항상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는 것이 익숙해진 한 달간의 여행 속에서 마치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100km 남은 순간부터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2일 전에 100km였던 거리는 이제 어느덧 38km까지 줄어들었다. 이제 2일 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도착할 때 과연 어떤 기분일까 생각을 했다. 괜히 감정이 복받쳤다. 사람들 말대로 사소한 것에서 감정을 느끼는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 맞나 보다.


 오늘 다시 일행을 다 만났다. 이제 남은 38km 거리는 이들과 함께 하기로 하였고, 산티아고 끝에서 다 같이 에어비엔비를 잡고 밤새도록 열심히 놀기로 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