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은 내 작품을 지키는 최고의 창이자 방패다
계약은 참 어렵다. 계약은 당사자 간에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는 행위로 일방의 권리가 상대방에게는 의무로 다가오는, 내 몫을 늘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파이를 빼앗아야 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기 때문이다.
적이라면 힘의 논리에 따라 상대의 것을 빼앗으면 된다. 그러나 계약은 적이 아닌 '파트너'와 맺는 합의다. 따라서 파트너와의 상생을 도모하면서도 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적정한 수준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두 가지 목표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출판계약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부동산계약 등에 비해 상대방과의 케미가 훨씬 중요하다. 출판사에서 작가의 책을 예쁘게 디자인하고 열심히 홍보해주지 않으면 좋은 원고가 빛을 보기 어렵고, 반대로 작가가 원고를 제때 교정해서 출판사에 전달하지 못하면 수개월에서 수년간 출판이 지연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제목 선정부터 디자인, 편집 등 계약부터 출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작가와 출판사는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러니 내 이득도 중요하지만 상대방과의 원만한 관계도 무척 중요하다. 이미 계약할 출판사를 선택했다면,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라도 상대에게 '내가 당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인상을 계속 주어야 한다. (계약 내용은 면밀히 살펴야 하지만, 면대면 관계에서 얼굴 붉힐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는 의미다)
독립출판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업 작가가 아니어서 (법조인이 아니고서야) 출판계약이 무척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또한 표준계약서 개정 업무를 담당하면서 업계 종사자들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수십 년 분야에 몸담으며 수백 번 계약을 맺은 사람들도 해석이 제각각인 게 바로 계약서다. 단어 하나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고, 표현 하나로 몇 개월을 다투기도 한다. 그만큼 계약서는 쉽지 않다. 뒤집어 말하면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라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 누구에게나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대표적인 용어 몇 가지만 쉽게 설명해 보겠다. 이것만 알아도 저작권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계약서는 기본적으로 법조문의 구조를 따라간다. 일반적으로 법조문은 법의 내용과 무관하게 목적조문(제1조)과 정의조문(제2조)으로 구성된다. 계약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고시한 출판권 설정 표준계약서를 토대로 저작권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저작권의 개념만 깨달아도 개안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표준계약서 : 출판권 설정계약서>
제1조 (목적) 이 계약은 위 저작물에 대한 출판권 설정계약의 내용에 따른 저작권자 및 출판사의 권리와 의무를 정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여기서 '저작권자 = 작가'를 의미하고 '출판사=출판사'를 의미한다. 참 쉽다. 저작권자가 나라는 사실만 알면 끝이다. 여러분은 여러분 글에 대한 저작자이자 저작권자, 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다. 저작자와 저작권자는 무슨 차이냐고? 저작자는 저작인격권을 보유한 원작자를 의미하고, 저작권자는 저작재산권을 보유한 권리자를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저작자는 난데, 저작권은 (일부)양도가 가능한 개념이므로 나 이외에 또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
큰일이다. 너무 깊이 들어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단계만 더 깊이 설명해 보겠다. 사실 저작권이 쉬운 개념이 아니다.
1) 저작인격권 & 저작재산권
저작권은 저작인격권/저작재산권으로 구분된다. 먼저, '저작인격권'은 해당 저작물을 창조한 사람이 누구인지(이 아이의 생모/생부가 누구니?)를 표시하는 것으로 원천적으로 양도가 불가능한 일신 전속적인 개념이다. 자식을 입양 보낼 수는 있지만 내가 생부/생모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지 않나, 그런 개념이다. 내가 쓴 글은 누가 뭐래도 내가 창조주다.
저작재산권은 공표권(저작권법 제11조)/성명표시권(제12조)/동일성유지권(제13조)으로 구성된다. 저작법권 법의 해당 부분을 찾아 읽어보자. 너무 어렵다면, 생부/생모를 표기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된다. 즉 '저작자 = 저작인격권 보유자'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저작재산권이 더 중요하다. 저작재산권은 복제(저작권법 제16조), 공연(제17조), 공중송신(제18조), 전시(제19조), 배포(제20조), 대여(제21조), 2차적저작물작성(제22조) 등으로 구성되며 이는 저작인격권과 달리 타인에게 이용허락(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 양도(일정 금액에 저작재산권 판매)가 가능한 개념이다.
2) 저작권 양도 vs 저작권 이용허락
저작권 양도와 이용허락의 차이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상 검색해봐도 명료히 설명하는 이가 없어 부연한다. 박스 안 내용은 <웹툰계약마스터>(이영욱, 홍정순 저)에서 발췌했다.
1. 저작권 양도 (양도자 - 양수자)
저작재산권의 일부/전부 양도가 가능하는 것. 무기한/유기한 양도 모두 가능하다.이때 저작권 양수자는 ‘저작권자’로서 직접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2. 저작권 이용허락 (저작권자-이용자)
저작권자가 보유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정해진 조건과 기한 내에서 해당 저작물을 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용자(출판사)는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저작권자로서 스스로 권리행사는 불가능하며, 여전히 원저작자(저작권자)를 통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3. 유기한 양도와 이용허락의 차이
실제 효과 측면에서 출판사에 저작권을 유기한 양도하든 이용허락을 하든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양도는 출판사가 직접 저작권자로서 저작권을 행사하게 하고, 이용허락은 여전히 원저작자를 통해 권리를 행사하게 할 뿐이다.
이렇게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양도계약을 맺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유기한 양도계약을 맺었다가 자칫 계약 연장조항 등에 걸려 생각했던 것보다 계약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사실상 저작권을 영구히 양도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스 안 내용은 <웹툰계약마스터>(이영욱, 홍정순 저, 22.5.12., 블루픽 출판사) 240~241페이지, 256~257페이지의 내용을 발췌 및 요약했음을 밝힌다.
그러니까 A작가의 저작재산권 일부를 타인(B)에게 양도하면 저작권자가 원저작자(A)와 양도받은 자(B)까지두 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회사에 빗대 설명해 보자면 '저작인격권 = 회사 창업주가 누구인가', '저작재산권 = 주주가 누구인가'의 개념이다. 삼성전자 창업주는 故 이병철 회장으로 영원히 변할 수 없지만, 삼성전자의 주주는 지금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어려운 개념이다. 무엇이든 어려울 땐 법조문을 읽는 게 가장 좋다.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명쾌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련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저작권법>
제45조(저작재산권의 양도) ①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
②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
제46조(저작물의 이용허락) ①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사람에게 그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따라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③제1항의 규정에 따른 허락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이를 양도할 수 없다.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 그럼 결론만 기억하자. 우리가 맺는 독립출판 계약은 '저작물 이용허락' 계약이어야 한다. (통상의 출판계약은 '저작재산권 이용허락 계약'의 일종이며 그중에서도 '배타적(독점적) 이용허락 계약'에 해당한다) 독립출판이라면 저작권을 양도할 일은 사실상 없다.
예를 들어 작가 몫의 인세가 45%라면, 나머지 55%는 출판사가 가져가는 셈인데, 이를 법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계약 기간 동안 출판사는 저작재산권 중 복제(제16조), 배포(제20조)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는 '출판권'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게 되며, 출판사는 출판권을 행사함에 따라 얻은 수익 중 45%를 다시 작가에게 배분해 주는 계약이 된다.
3) 저작권 양도, 무엇이 문제인가? 매절이 문제다!
어차피 출판계약이 대체로 이용허락 계약이라면, 뭐 하러 헷갈리게 이용허락과 양도의 개념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차이를 명확히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 이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면 이용허락처럼 '포장'된 양도 계약을 맺고 내 저작권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다.
저작재산권 양도도 유기한으로 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일반적으로 '무기한 양도'가 이루어진다. '유기한 양도'가 가능한지조차 모르는 작가가 많다(업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다수의 계약상 문제는 '무기한 양도' 또는 ‘계약기간/연장 관련 규정을 악용한 양도기간 무기한 연장’에서 발생한다.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것, 그중에서도 '저작재산권을 무기한 완전 양도'하는 것을 두고 '매절계약'이라고 일컫는다. ('구름빵 사건'이 대표적인 매절계약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은 '업무상 저작물' 계약으로 세부 내용은 조금 다르다) 매절계약은 창작자 입장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을만한 이야기다. 일시금을 받고 나의 저작재산권 전부를 포기하는 계약이니 그렇다. 그러나 매절계약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저작자에게 합당한 대가가 지불되었다면 괜찮다. (예를 들어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100억 원을 일시 지급하여 저작권 전부를 양도받는 계약을 맺은 출판사가 있다면, 어지간해서는 불공정하다는 지적은 안 받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독립출판할 때는 '이용허락' 성격의 계약을 맺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 하는 이야기인데 실제 계약서에는 '이용허락' 또는 '양도'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출판권 설정계약서'라는 식으로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무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이 부분만 살피면 된다. '계약 종료 시점이 언제까지인지', '내 의사와 반하여 계약이 연장될 소지가 있는지', '계약기간 종료에 따라 저작재산권 전부가 나에게 돌아오는지' (혹시 저작권 이용허락/양도에 대한 조금 더 긴 설명을 보고 싶다면 링크를 타고 가보자. 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61319)
저작권의 개념과 정의조문을 읽는 법을 알았다면 많이 왔다. 이제 더 중요하고 기본적인 개념 하나를 소개한다. 저작재산권의 일종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다. 바로 이 권리 때문에 수많은 저작권 분쟁이 일어난다. 2차적 저작물이란 원작을 다른 장르로 전환시켜 '또 다른' 저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웹소설(1차적 저작물)을 웹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만들면 이 모든 게 각각의 2차적 저작물이 된다. 왜 2차 저작물이 아니고 2차적 저작물이냐고? 나도 모르겠다. 그냥 저작권법에서 '2차적저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왜때문인지법에서는띄어쓰기도하지않는다.
제5조(2차적저작물) ①원저작물을 번역ㆍ편곡ㆍ변형ㆍ각색ㆍ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하 “2차적저작물”이라 한다)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②2차적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법에선 띄어 쓰지 않지만 나는 띄어 쓰겠다) 다른 장르로 재창작해낸 것이 2차적 저작물, 즉 장르의 전환이 있어야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흔히 씨퀄(원작의 뒷이야기), 프리퀄(원작의 앞이야기), 미드퀄(원작의 비하인드스토리) 등이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원작과 연관이 있을 뿐 엄연히 다른 이야기이므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고 제각기 1차 저작물에 해당한다. 이 모든 걸 2차적 저작물의 개념에 포섭한다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드라마는 모두 고려시대 드라마의 2차적 저작물이 되는 셈 아닌가? (농담이다. 누구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저작물은 저작권도 조금 다르게 적용된다.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으나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서로 다른 두 작품 간에 표절시비가 걸리지 않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원작(1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하면서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하여 가져가는 것이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려면 원 계약과는 별개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관련된 분쟁은 콘텐츠 분야에서의 고질적 문제다. 아래 기사를 읽어 보자.
<'검정고무신 비극 더는 없어야'... 공정위, 저작권 약관 실태 점검 (23.3.15. 연합뉴스)> 기사 中 발췌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가 협상력이 약한 신인 작가 등을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을 맺는 것은 문화예술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공정위는 2014년 20개 출판사의 약관을 심사해 별도의 특약 없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저작재산권 일체를 영구히 출판사에 양도하도록 하는 조항, 저작물의 2차적 사용에 관한 처리를 모두 출판사에 위임하도록 한 조항 등 4가지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당시 공정위는 4천400억 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그림책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 씨가 1천850만 원밖에 보상받지 못한 것을 대표적인 '매절 계약' 피해 사례로 꼽았다.
매절계약은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저작물 이용으로 인한 장래 수익이 모두 출판사에 귀속되고 저작자에게는 추가적인 대가가 돌아가지 않는 계약 형태다.
공정위는 2018년에도 26개 웹툰 서비스 사업자가 사용하는 웹툰 연재 계약서를 심사해 웹툰 콘텐츠의 영화·드라마 제작 등 2차적 저작물 무단 사용, 장래에 발생할 내용까지 무한정 계약 내용으로 포함하는 조항 등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2차 저작물의 작성·사용권에 대해 별도 계약을 체결하도록 약관을 바꾼 정도여서 협상력 차이에 기인한 불공정 계약 관행을 원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관련 기사 링크 : https://www.yna.co.kr/view/AKR20230314156900002
독립출판을 하면서 내 작품이 영화, 드라마, 웹툰으로 그려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해리포터도 초판 500권의 독립출판으로 시작했음을 잊지 말자. (2021년, 그중 한 권이 1억 3천만 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나도 내 초판 꼭 보존해야지) 여러분의 글이 얼마나 사랑받고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알 수 없다. 구름빵 동화의 원작자도 자신의 작품이 해외에서 40만 부나 나갈 줄, 연극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지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어렵지 않다. 여러분이 맺는 '출판권 설정 계약'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여전히 저작자인 여러분에게 있음을 명시하면 된다. 문체부 고시 표준계약서에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 출판권 설정계약서>
제18조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
① 이 계약기간 중에 위 저작물이 국내외 제3자의 요청에 의하여 번역, 각색, 편곡, 변형 등의 방법으로 2차적저작물로서 이용되는 경우 그에 관한 이용허락 등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으며, 출판사에 먼저 요청이 오는 경우 출판사는 이 같은 사실을 위의 제3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아울러 출판사는 제3자의 저작물 이용허락 요청 사실을 저작권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② 이 계약의 목적물인 위 저작물의 내용 중 일부가 국내외 제3자의 요청에 의하여 복제 및 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재이용되거나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부차적으로 이용되는 경우 그에 관한 이용허락 등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으며, 출판사에 먼저 요청이 오는 경우 출판사는 이 같은 사실을 위의 제3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아울러 출판사는 제3자의 저작물 이용허락 요청 사실을 저작권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에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대리중개업 자격이 있는 경우 저작권자는 2차적 및 부차적 이용에 따른 저작권사용료의 징수 등 2차적 및 부차적 이용허락에 관한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판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그 위임의 범위 및 발생 수익의 분배 비율 등 자세한 사항은 별도의 서면으로 합의하여 정한다.
역시나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다. 결론만 기억하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한 사항은 출판사로 넘기지 않는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 2차적 저작물은 내 작품이 낳은 자식이니 내 손자와 같다. 책이 잘 팔려서 한창 몸값이 높아졌을 때, 그때 손자들을 어떻게 키울지 계약해도 늦지 않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계약서의 절반, 아니 절반 이상 이해한 셈이다. 이 내용들을 정말 알아야 하냐고? 적어도 내 피땀 어린 창작물(내 새끠..)이 어디로 어떻게 팔려가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부모로서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
원래 한 편에 모든 내용을 다 적고자 했으나, 의도와 다르게 글의 난도가 매우 높아진 관계로 두 편으로 나누어 연재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다음 글에서는 표준계약서 공부하는 법, 계약 시 주의해서 봐야 하는 사항들, 그리고 성공적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포인트에 대해 전하겠다.
※ 글을 적다 보니 다분히 창작자 쪽에 치우쳐 쓴 글이 되었다. 출판사 등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콘텐츠 분야의 계약, 특히나 신인 작가와 출판사 간의 계약에서는 작가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출판사가 나쁜 마음을 품어서가 아니다. 태어나 처음 계약을 맺는 개인과 수십, 수백 번 계약을 맺어본 베테랑(출판사)이 땅따먹기를 한다면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할까? 정보의 비대칭이 확연한 시장에서, 정보를 갖지 못한 창작자에게 계약과 관련된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이 낳은 피해 사례를 전달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부의 표준계약서 또한 그런 취지에서 고시되고 있다. 적어도 공평한 상황에서 오델로 게임을 해야 하지 않을까?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하는 사람이 시장의 99% 임을 알고 있다. 물을 흐리는 건 언제나 1%다. 그리고 그 1%의 미꾸라지가 99%의 창작자를 멍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