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때하자 Nov 08. 2023

비교는 필수,  인세와 제작비는 시가(?)다

출판사에 따라 제작비는 천차만별

  마음에 드는 출판사를 몇 군데 찾았다면, 이제 인세는 얼마를 주는지, 제작비는 얼마가 드는지 구체적인 부분을 비교해야 한다. 독립출판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출판사에서는 일종의 단가표를 제공한다. 비슷한 양식으로 제공하고 있어 처음 보면 거기서 거기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세심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예컨대 정산주기만 달라져도 큰 차이가 난다. 당연히 월 정산인 줄 알았는데 분기 정산이라면? 한 달과 세 달은 산술적으로는 3배의 기간 차이가 나지만 심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큰 차이를 느낀다. 한 달이 지나고도 60일을 더 기다려야 하므로 60배는 더 답답하다.


  1. 인세


  가장 먼저 인세를 비교해야 한다. 인세는 작가의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출판계약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인세란 도서 정가의 몇 퍼센트를 내게 배분해주는지를 의미하는 비율이다. 정가 2만 원인 도서를 기준으로 인세가 10%라면 한 권 판매할 때마다 2천 원을 정산받게 되지만, 인세가 50%라면 1만 원씩 정산받게 된다. 전자의 경우, 매월 200권을 판매했을 때 40만 원을 벌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200만 원을 번다.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다. 이제 어느 출판사의 단가표를 보자.

    

A출판사의 단가표. 좌측은 독립출판, 우측은 반기획출판이다


  브랜드 출판형과 비즈니스 출판형이라고 구분되어 있는데, 이는 출판사에서 임의로 붙인 명칭일 뿐이다. 좌측이 우리가 아는 독립출판이고 오른쪽은 '독립출판과 기획출판의 혼합형 모델'로 흔히 반기획출판이라고 부른다. 반기획출판은 저자가 최초 제작비를 부담한다는 점에서는 독립출판과 같지만, 추가 부수 발행에 따른 비용부담은 없다는 점에서 기획출판의 성격을 띤다. 인세는 독립출판(통상 45~50%)과 기획출판(통상 10%)의 중간 수준(2~30%)에서 정해진다.

   

  좌측(브랜드 출판형)이 우리가 아는 독립출판이다. 소장용이 아닌 판매용으로 출간할 생각이라면 1,000부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좋다. 보다시피 500부를 찍을 때의 제작비(209만 원)와 1,000부를 찍을 때의 제작비(274만 원)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1,000부를 찍는 게 낫다. 출판 비용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한 번에 찍는 부수가 늘어날수록 권당 제작비는 크게 줄어든다.

  이 출판사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판매도서에 대해서는 50%, 온라인 판매도서에 대해서는 45% 인세를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요즘은 온라인 판매가 주를 이루므로 인세는 45%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리고 전자책 인세는 30%이다. 과연 이 출판사의 인세는 높은 편일까 낮은 편일까? 한 군데를 더 살펴보자.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왜 전자책 인세는 종이책 인세보다 낮을까? 위 출판사만 낮게 책정해 둔 것이 아니다. 이상하게도 거의 모든 출판사가 전자책 인세를 종이책 인세보다 낮게 책정하는데, 내가 계약 맺을 당시 출판사에서는 '원고파일을 전자책 파일형식으로 변환해 주는 전문 업체가 변환은 무료로 해주는 대신 판매수익의 일부(15%가량)를 떼어 간다'라고 설명했다. 전자책 변환 업체가 하는 역할에 비해 너무 큰 수익을 떼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납득하기는 어려웠으나, 계약할 당시에는 전자책이 얼마나 팔릴까 싶어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지금 후회 중이다. 전자책이 생각보다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 갱신 때 다시 협의해야 할 듯하다.)

  

B출판사의 제작 단가표. A출판사와 제작비, 인세 모두 다르다


  한 군데의 단가표만 봐서는 괜찮은 조건인지 알 도리가 없다. 이렇게 다른 출판사와 비교해 보아야 알 수 있다. 이제 B출판사와 A출판사의 인세를 비교해 보자. B출판사는 온/오프라인 모두 50%의 수익을 작가에게 배분한다. 게다가 전자책도 40%의 수익을 배분한다고 명시했다. A출판사에 비해 확실히 좋은 조건이다. 그럼 B출판사가 A출판사보다 좋으니 B출판사와 계약하면 될까? 아직 결론을 내리긴 이르다.


2. 제작비


  인세만 비교하면 곤란하다. 인세는 저자의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지만, 어디까지나 책이 팔려야 의미가 있다. 인세가 50%라고 해도 책 자체가 팔리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이 얼마나 팔릴지는 시장의 평가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 독립출판은 저자가 제작비를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므로, 손해보지 않으려면 고정비용(제작비)을 절감하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하다. 그럼 이제 제작비 산정의 기본이 되는 조건(200page, 1,000부, 신국판, 무선제본, 표지 4도 본문 1도)을 기준으로 A출판사와 B출판사의 제작비를 비교해 보자.

  A출판사는 위 조건일 때 274만 원이 필요하다. 그럼 B출판사는 어떨까? 무려 310만 원이 필요하다. 동일 스펙의 도서를 제작하는 데에도 36만 원의 차이가 생긴다. 대신 B출판사는 인세를 많이 준다고? 36만 원의 제작비 차이를 인세 차이로 극복하려면 얼마나 팔아야 할까? 대충 계산해 보자. 정가 2만 원인 책을 판매한다고 했을 때, 종이책에서 A출판사는 권당 45%(9,000원), B출판사는 50%(10,000원)를 저자에게 인세로 지급하므로 권당 1,000원의 인세 차이가 발생한다. 전자책 인세에서도 10%p 차이가 나므로 전자책을 종이책과 동일한 가격(2만 원, 참고로 통상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저렴하게 정가를 책정한다)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권당 2,000원 차이가 생긴다.

  그럼 36만 원의 제작비는 책을 몇 권 팔아야 상쇄될까? (아직은 종이책이 더 잘 팔리므로) 종이책 인세로만 비교했을 때 360권을 더 팔아야 한다. 즉 B출판사와의 계약이 A출판사와의 계약보다 이득이 되려면 책을 최소 360권 이상 판매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심지어 도서 정가는 대체로 12,000원~20,000원 사이이므로 책의 정가가 낮아진다면 더 많은 책을 팔아야 한다. 15,000원이라면? 480권을 더 팔아야 한다. (물론 정가 2만 원인 도서 1,000부를 다 팔았다고 가정 시 B출판사와의 계약에서 백만 원(1,000원 × 1,000권)을 더 벌 수 있다)

  애당초 360권도 판매할 자신이 없다면 1,000부를 찍지 않고 500부 정도만 찍는 게 맞겠으나, 책이 기대보다 안 팔리는 경우도 가정해야 하므로 이런 판단을 한 번쯤 해볼 필요는 있다. 정리하자면, B출판사와의 계약조건은 A출판사와의 계약에 비해 High risk(高 제작비)-High return(高 인세) 구조인 셈이다. 그럼 개인의 성향(위험기피/위험선호)에 따라 출판사를 택하면 될까? 아니, 아직 중요한 비교 포인트가 하나 더 남았다.


3. 정산방식 및 주기


  인세도 중요하고 제작비도 중요하지만, 출간 이후 작가를 가장 속 썩이고 신경 쓰이게 만드는 부분은 바로 '정산'이다. 정산은 출판사-작가 간 분쟁의 씨앗이 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제작비는 제작할 때 지급하면 끝이고, 인세도 사전에 정하는 부분이라 추후 크게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 데에 비해, 정산은 '정산방식의 투명성'과 '정산 주기'로 인한 갈등이 굉장히 빈번히 발생한다. 여기서부터는 번 돈을 어떻게 나눠갖느냐의 문제이므로 말 그대로 '돈 문제'가 생기기 쉽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만 존재하던 시절에는, 인쇄소에서 책이 나오면 서점에 유통하기에 앞서 저자가 모든 책의 뒷면에 일일이 자신의 도장을 찍는 문화가 있었다. 그렇게 도장을 찍어 출판사와 계약한 부수(예: 1,000부)가 정확히 인쇄되었는지 확인하곤 했다. 왜냐면 당시에는 출판사가 저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추가 부수를 찍어 책을 판매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그렇다 해도 작가가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출판사는 저자에게 인세를 지급하지 않고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저자가 발행 도서 전부에 자신의 도장을 찍어, 자기 몰래 추가 부수를 발행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한계는 존재했다. 서점 이곳저곳에서 도장이 찍히지 않은 책이 유통되곤 했다. '책이 돈이 될수록 작가는 우울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책이 잘 팔릴수록 자신의 책이 정확히 몇 부가 유통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지고, 출판사가 혹여나 발행부수를 속이지는 않을까 의심만 커졌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들어온 돈은 96만 부어치밖에 안 되는데 신문에서 100만 부가 팔렸다고 대서특필이라도 하는 날엔, 작가는 행복하긴커녕 누락된 4만 부에 대한 의혹으로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오늘날은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예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작가 입장에선 출판사가 알려주는 수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나는 매월 10일 직전월 판매부수를 통지받고, 매월 25일 직전월 판매부수에 대한 인세를 지급받기로 계약했다. 약속한 날짜에 연락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과 하루만 지나도 불안감이 엄습하고 엄청나게 기다려진다. 가장 큰 문제는 출판사에서 몇 권이 판매되었는지 통지해 주지만, 이를 검증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이거 절대 거짓말 아냐. 나 거짓말 안 해"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을 입증할 방법이 하나도 없다면, 그 친구의 말을 100% 믿을 수 있을까? 판매 부수를 정확히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은 정직하게 일하는 출판사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최근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구축되었다. 이곳에 저자들이 직접 자신의 도서 판매량을 조회할 수 있는 기능이 하루속히 추가되길 바랄 뿐이다)


(좌)A출판사, (우)B출판사



  사족이 길었는데, 이제 A출판사와 B출판사의 정산 관련 조건을 살펴보자. 우선 A출판사는 ID/PW를 지급해 매일 판매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였다. 사실이라면 정말 투명하게 운영하는 출판사다. 대형 출판사에서도 이렇게 ID/PW를 제공해 작가에게 매일 판매부수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곳은 드물다. (거의 없으리라 확신한다) 정부포상(이놈의 직업병.. 예산은 없고.. 줄 수 있는 거라곤 포상뿐..)을 수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선진적인 시스템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시간 유통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모바일 앱도 있다. 잘 모를까 봐 말하지만, 출판업계뿐만이 아니라 콘텐츠 시장 전반에서 이 정도로 창작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회사는 드물다. 또한 인세 지급일은 매월 20일로, 월 단위 정산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B출판사를 보자. B출판사는 도서판매현황 부분에 '일자별/서점별/지점별 판매부수 확인 가능'이라고만 표기했을 뿐,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한지, 사이트/이메일/어플 어떤 방식으로 확인이 가능한지는 적어두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출판 계약서에 어떻게 기재했는지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A출판사와 비교했을 때 투명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B출판사의 전자책 판매수익금 부분도 보자. '분기별 익월 25일 지급'이라고 적혀있다. 분기별이면 3개월에 한 번을 의미한다. 정산 주기가 너무 길다. 저자 입장에서 분기(겨우 1년에 네 번)를 기다리기는 어렵다. 더 심각한 건 종이책이다. 수익금 정산주기와 일자가 표기되어 있지도 않다. 계약서에 명기된 조건을 봐야 알겠지만 만일 총판업체에 책을 넘기는 경우라면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판매 부수도 알 수 없고 정산도 받지 못하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작가 입장에서는 사기당한 게 아닐까 불안에 떨거나, 자신의 작품을 강탈당한 느낌마저 받을 수 있다.


※ 총판업체란?
  총판업체란 책을 대규모로 떼어 전국 지역서점(대형서점 제외)에 납품하는 출판사-지역서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업체를 의미하는데, 이 업체들이 아주 문제가 많다. 책을 한번 떼어가면 해당 도서의 출판계약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판매부수/수익을 알려주지 않는다. 책의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절판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간 떼어온 부수 중 남은 부수를 작가에게 반품(작가가 원치 않는 경우 폐기)하고 그 과정에서 그간 몇 권이나 판매되었는지를 정산하는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정산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주 전근대적이고 불투명한, 작가의 피를 말리는 정산방식이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 개선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담당자 되면 반드시 뜯어고쳐야지)

  요약하자면 인세는 B출판사가 더 잘 챙겨주지만, 제작비는 A출판사가 저렴하고, 정산방식에 있어서는 A출판사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나은 상황이다. 책을 출간해 본 입장에서 정산이 주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음을 알기에, 나라면 투명성이 높은 A출판사를 택할 것 같다.


4. 이 모든 게 시가(?)야


  여기까지 읽으면 그다지 판단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위 모든 부분이 협의가 가능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한 차원 더 고차방정식이 된다. 홈페이지에 명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 제작비부터 인세까지 모두 협의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원고가 최소한의 퀄리티는 갖추고 있어야 출판사도 협상에 응하겠지만, 그 문제는 지금 생각지 말자.

  위 단가표에 안내된 대로 '200p, 표지 4 내지 1도, 신국판 표준 규격'으로 책을 만들기는 어렵다. 자동차에 빗대자면 이는 '깡통'과 같다. 페이지 수가 늘거나, 내지에 색을 넣어야 한다거나(내지 2도 또는 내지 4도로 변경), 제본방식(무선제본, PUR제본 등)을 변경하거나, 표지에 에폭시(특정 부분을 돋보이게 하는 코팅) 처리를 하는 등 옵션을 추가하면 비용은 금세 올라가며, 옵션별 가격 또한 출판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옵션을 추가할 때에는 이메일/전화 등으로 직접 문의를 해야 하는데, 이때부터는 사이트에도 명시해두지 않았으니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출판사에 견적을 물으며 직접 경험했던 일화인데, 동일한 출판사에 동일 조건으로 시차를 두고 문의했을 때 가격을 다르게 부른 적도 있었다. 한 마디로 시가나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계약을 체결은 쉬워도 해약은 이혼만큼 어렵기 때문에 계약하기 전에 확실히 옵션별 가격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분량 10page가 추가될 때마다 제작비가 얼마씩 늘어나는지' 등의 정보는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 두자. 물론 위와 같이 조건을 두루 확인했더라도 출간하려는 책의 규격과 분량이 어느 정도 확정되었을 때 다시 한번 제작비용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다음 주에는 더 중요한 이야기. 바로 '계약서'를 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계약서가 가장 중요하다. 계약의 효력은 생각보다 무겁고 강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검정고무신> 작가님께서 안타깝게 작고하신 일이 있었는데, 이 역시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결과였다. 나는 한때 '표준계약서' 개정 업무를 담당했었다. 그 기억을 살려 다음 주에 계약 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자세히 짚어 보겠다.

이전 02화 내게 맞는 좋은 출판사 감별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