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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Oct 30. 2023

내게 맞는 좋은 출판사 감별법

작가는 출판사와 함께 책이라는 자녀를 낳는다

  독립출판을 결심했다면 이제 출판사를 찾을 차례다. 참고로 출판업은 신고요건이 아주 간단(이름만 만들어서 신고해도 된다)하기 때문에, 출판사의 수 역시 그만큼 많다. 최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2020년에 비해 2021년 출판사의 수가 두 배 가량 증가(2020년 5,575개 → 2021년 13,165개, 〈2021 콘텐츠산업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하면서 업력이 짧은 출판사가 크게 늘었다. 그러므로 전보다 더 꼼꼼하게 출판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독립출판의 큰 장점이기도 한데, 통상의 출판(기획출판)에서는 출판사가 나를 택해주어야 책을 낼 수 있지만 독립출판은 내가 주도적으로 출판사를 고를 수 있다. 어느 곳에서나 독립출판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당연히 이름과 전통이 있는 출판사에서는 기획출판만 한다), 독립출판만 전문적으로 하는 출판사들이 있다. 이 중에서 내게 맞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출판사를 감별해야 한다.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1. 기본정보(홈페이지, 사무실 위치 등) 확인하기


  가장 먼저 출판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아야 한다. 네이버에서 독립출판, 1인출판, 셀프출판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상단에 뜨는 출판사들이 있는데 이런 곳들에 하나씩 접속해 보면 된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출판사 홈페이지부터 퀄리티 차이가 꽤 난다. 홈페이지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게시판의 출간문의에 대한 답변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 말 그대로 '집안살림 잘하고 있나'를 보면 된다. 하나만 봐도 열을 안다고, 홈페이지부터 관리가 엉성하게 이루어지는 곳(불법광고게시글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든지, 답변에 몇 주 몇 달째 답하지 않고 있다든지)은 출간 과정에서도 작업이 하염없이 지연된다든지, 작업물을 수준이 낮다든지하는 여러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다음으로 출판사 사무실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내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이면 좋다. email 등 비대면으로 출판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필요할 때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출판사 위치가 너무 멀다면 굳이 그곳과 작업할 필요는 없다. 또한 사무실 주소가 오피스텔 등 불분명하다면 그 또한 굳이 택할 필요가 없다. 이런 기준으로 몇 개 업체를 추려야 한다.

  업체를 추렸다면, 로드뷰/현장방문 등으로 분위기를 파악하자. 직접 출판사 사무실에 답사를 가보는 게 제일 좋지만 계약 맺기도 전에 사무실 내부를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대략 어떤 건물에 어느 정도 규모로 입주해 있는지 지도어플 로드뷰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

  


2. 출판사 업력, 출간도서 수, 특화 분야 확인하기


  겉보기에 멀쩡하다면 실속 있는 업체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업력을 확인하자. 출판시장은 거의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오래 버텼다는 사실만으로도 업체의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창업한 지 5년이 지난 출판사를 찾고자 했다.

  다음으로 더 중요한 부분인데, 여태까지 몇 종류의 책을 출간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인터넷 서점(알라딘, 예스24, 교보 등)에서 해당 출판사의 이름을 검색해 그간 출간한 도서를 쭉 살펴보자. 어떤 분야의 책을 몇 종 출간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고 덩달아 디자이너의 실력과 여러 가지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도서 내용을 설명하는 상세페이지 디자인도 출판사에서 담당하므로, 최근에 출간한 도서 여러 종을 클릭하여 상세페이지의 완성도도 살펴보자. 나는 당시에는 이 부분까지는 알지 못해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업력이 10년인데 출간한 책이 100종에 불과하다면 1년에 10종, 한 달에 한 권을 만들까 말까 한 정도다. 일이 많지 않았거나 작업 속도가 느리다는 얘기다. 내가 선택한 출판사는 창업 후 7년간 400종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매주 1종의 책을 만들어야 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 검색결과 한 달에 2~3권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었다. 활발하고 부지런하게 일해 온 출판사라고 느꼈다.

  (출판사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어떤 출판사는, 작가들에게 '최고 퀄리티의 책'을 만들어주겠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업력도 길지 않았고 무엇보다 인터넷 서점에서 해당 출판사를 검색했을 때 책이 거의 검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조건으로 견적을 물었을 때 다른 독립출판사의 4~5배에 달하는 비용을 요구했다. 통상 기본 제작비 200만 원 수준인데, 이곳은 겁 없이 1,000만 원을 요구하며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내면 아주 퀄리티가 나쁠 거라며 근거 없이 비방했다. 제작비가 너무 비싸서 고민된다고 거절했더니 수차례 더 연락이 왔다. 가격 흥정을 조금 해주겠다는 연락이었다. 나중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독립출판은 출판사가 리스크를 지지 않는 제작방식이다. 책이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아도 출판사는 저자에게 받은 제작비로 인건비를 얻고 돈을 번다. 이런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업체를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독립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특화된 영역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신들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특정 분야의 책을 많이 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련된 경험치가 쌓일 수밖에 없다. 어떤 출판사는 시집, 소설을 많이 내고, 어떤 출판사는 교양서적, 어떤 곳은 자서전 같은 에세이류를 많이 낸다. 출판사가 출간 경험을 많이 가진 분야의 책을 내면, 책 제작 과정에서만이 아니라 출간 후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서점에 책을 출고시켜야 하는지도 잘 알고, 홍보물도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PSAT 원래 이렇게 푸는 거야>는 자기계발서와 수험서의 성격을 두루 지닌 책이었기 때문에, 나는 두 부류의 책을 모두 출간한 출판사를 찾고자 했다. 독립출판으로 수험서를 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에, 교양서적을 여러 권 출간하고 수험서는 한 종류라도 내본 곳이면 만족하려 했다. 현재 계약한 출판사는 이 조건에 부합했다. 심지어 출간한 한 종의 수험서가 위에 언급한 스테디셀러(TEPS 책)였다.


3.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유무 확인하기


  그다음, 베스트셀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독립출판이라고 베스트셀러가 없는 게 아니다. 출판사의 디자인, 편집, 기획력이 좋다면 독립출판이어도 충분히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다. 독립출판이면 '기획'은 없는 것 아니냐고? 원칙상 그렇기는 하지만 무 자르듯 딱 구분할 수는 없다. 저자들은 책 출간경험이 출판사에 비해 미천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독립출판이라고 해도, 이런 방향성이 괜찮을지 시장성이 있을지에 대해 출판사의 조언을 구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가 해주는 작은 코멘트가 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때론 저자의 생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베스트셀러는 기획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목과 표지 디자인도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 같은 책이어도 제목이나 표지를 어떻게 뽑아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다. 사람도 내면(성격)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외면(외모)으로 인기를 얻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은 제목을 추상적으로 뽑아 낭패를 본 후, 수년뒤 제목과 표지를 바꿔 다시 출간함으로써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출판사의 능력이 영향을 미친다. 제목에 대해서도 출판사가 의견을 줄 수 있고, 표지 디자인은 더더욱 그렇다. 빗대자면, 작가와 출판사의 만남을 통해 책 한 권이 탄생하는 과정은 자녀를 출산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좋은 출판사를 만나야 외모도 빼어나고 성격도 좋은 자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해당 출판사에서 보유한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한편, 스테디셀러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함으로써 해당 출판사가 작가를 정직하게 대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독립출판은 특성상 기획출판에 비해 계약기간(독립출판은 통상 1년만 계약한다)이 짧다. 따라서 작가는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느끼거나 대우가 나쁘다고 느끼는 경우 1년 뒤 얼마든지 다른 출판사로 넘어갈 수 있다. 원고에 대한 권리도 모두 작가가 갖고 있으니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설사 교정본에 대한 권리를 출판사가 주장한다 해도, 그 부분에 대가를 지불해 주면 그만이다. (사실 제작비를 줄 때 교정에 대한 인건비를 지불한 것이나 다름없긴 하다. 이 부분은 계약서 파트에서 다시 다루겠다) 프로야구 선수가 FA 시장에서 구단을 옮기듯 출판사도 쉽게(귀찮긴 하겠지만) 갈아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몇 판 몇 쇄를 동일한 출판사에서 내고 있다면? 당연히 해당 출판사는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직률이 낮은 회사를 보고 직원 처우가 나쁘지 않은가 보네~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계약한 출판사는 TEPS 문제집을 스테디셀러로 보유하고 있었고, 7쇄까지 작업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확인한 뒤 조금 더 신뢰가 생겼다.

    




  위 모든 조건을 따지며 추리다 보면, 마음에 드는 출판사가 2~3군데로 압축될 것이다. 이제 더 중요한 절차가 남았다. 출판사에서 설정해 둔 기본 인세와 제작비를 비교해야 할 차례다. 독립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들은 모두 제작비가 얼마인지, 저자의 인세는 몇 퍼센트인지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지는 다음 주에 설명하겠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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