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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Oct 27. 2023

독립출판을 결심하게 된 이유

<PSAT 원래 이렇게 푸는 거야> 출판기 1편

  책을 펴내기로 마음먹은 지 4년, 제법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PSAT 원래 이렇게 푸는 거야>를 출간할 수 있었다. 아직 초판에 불과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갓난아기 같은 책이지만 이 책이 어떻게 빛을 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개하려 한다. 독립출판 관련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나라도 정보를 공유하고자 함이 첫째 이유고, 둘째는 이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빛을 보게 되었는지 독자 여러분에게 생색(알아줘..) 내고 싶기 때문이다.  


  1. 독립출판과 기획출판, 출판은 크게 둘로 나뉜다


  출판시장에 종사하거나 책을 펴내지 않은 한, 독립출판과 기획출판의 차이를 알기는 어렵다. 독립출판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나도 몰랐거든)

  출판 방식은 독립출판과 기획출판, 크게 둘로 구분되는데 알고 보면 차이는 아주 단순하다. 책 제작비와 인쇄비를 출판사에서 부담하면 기획출판, 저자가 부담하면 독립출판이다. 전통적인 출판 시장의 계약방식은 기획출판이며, 독립출판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계약방식이다. 기획출판을 하게 되면 출판사에서 기획자, 편집자 등 인력을 투입해 책의 컨셉을 기획(여기서 기획출판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하고, 저자의 원고를 꽤 적극적으로 수정해서 책을 완성한다. 출판사의 인력과 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출액의 약 절반(50%)을 출판사가 가져가게 되며, 저자는 초고를 넘길 때 받은 원고료(일시금)와 매출의 10%를 수익으로 가져가게 된다. 즉 저자의 인세는 10%(계약 내용에 따라 저자 인세는 8%, 12% 등 편차가 존재한다)이다.

  독립출판은 기획출판과 정반대다. 저자가 책의 컨셉을 기획하고, 책 제작에 드는 비용(디자인 비용 포함)과 인쇄에 들어가는 비용 모두를 직접 부담한다. 출판사는 원고를 배치하기 위한 내지 레이아웃과 표지디자인, 그리고 서점에 책을 유통하는 역할을 맡을 뿐이다. 원고의 내용에도 손대지 않으며 오탈자 정도만 짚어낸다. 당연히 출판사가 저자에게 주는 원고료도 없다. 대신 저자가 매출의 절반(45%~50%, 전자책의 경우 35%가량)을 가져가며, 출판사는 10% 정도만 가져간다.


편의상 대략적인 비율을 설정한 것일 뿐, 실제는 계약내용에 따라 수익배분 비율에 차이가 존재한다.


  출판사는 책 기획/제작/인쇄에 드는 비용을 저자에게 부담시켜 리스크를 제로로 만들고, 저자는 출판사에 투고하고 심사받는 지난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자신이 내고 싶은 책을 빠르게 출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독립출판은 20부, 50부, 100부 등 아주 소량의 부수만 찍을 때 활용되는 방식이다.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틈틈이 써둔 시를 모아 시집을 내고 싶다거나 자서전을 출간하고 싶을 때, 친한 지인들에게 돌릴 정도의 부수만 인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2. 독립출판밖에 답이 없구나!


  노트북에 적어둔 원고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고 안타까워, 회사가 나를 가장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2021년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취미의 일환으로 브런치 연재를 시작했다. 진지하게 주기적으로 연재하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책을 내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사실 브런치에 연재하기 훨씬 전, 2019년 홀로 원고를 끄적일 때부터 출판은 제법 진지하게 고민했다. 도장을 찍진 않았지만 출판계약서를 받아본 적도 있었다. 당초에는 강사로 전향할까 고민하며 학원 원장님과 상의하고 있었는데, 내가 작업 중인 원고가 있다고 하자 원장선생님은 별 고민 없이 출판계약서를 내밀었다. 어차피 강사로 데뷔할 건데 그 정도 책은 내줄 수 있다는 태도였다.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공무원 학원과 주고받은 계약서였다. 꽤나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계약을 맺진 않았다. 나 스스로 느끼기에도 원고가 당장 출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고, 학원에서도 뒤늦게 내 책의 컨셉이 'PSAT 강의 듣지 마세요~'인 것을 알고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학원 다니지 말라는 내용의 책을 학원에서 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 깨달았다. 이 책은 학원을 통해서는 출간할 수 없는 책이라는 것을.

  그래서 학원들과 출판 이야기를 나누는 건 깔끔히 포기했다. 수년 뒤, 브런치 연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무렵인 2022년, 본격적으로 대형 출판사부터 중소 출판사까지 10여 곳에 원고를 투고했다. 내 글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원고를 던졌다. 그러나 관심을 갖는 출판사는 없었다. 그나마 매너가 좋은 곳은 원고 잘 받아보았다는 답장이라도 주었지, 대개는 그마저도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결정하려면 해당 원고의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 책이 워낙 특수한 분야(PSAT)를 다루다 보니 대형 출판사에서도 수요 예측이 어려웠던 것 같다. 게다가 내 책은 수험서이긴 하나 문제집은 아니며, 굳이 따지자면 공부법을 소개하는 훈련서인데 어떤 면에서는 자기 계발서의 특성도 지닌 책이다. 한마디로 기존 분류체계로는 정의 내리기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니 출판사에서도 갈피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투고를 반복하며 연락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출간이 더 늦어지면 다른 누군가 선수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생각할수록 기획출판으로 원고를 넘기기엔 억울했다. 내 책(당시에는 원고였지만)은 내가 100% 기획했는데, 기획출판 형태로 계약을 맺어 출판사에게 수익의 절반을 떼어줄 수는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든 순간, 답은 독립출판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길로 독립출판을 도와줄 출판사를 물색하게 되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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