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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Dec 30. 2023

빠르게 합격하고 싶다면 대(?)를 이어 공부하자

합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행착오 줄이기

1. 대를 잇는 사람들의 무서움


  얼마 전, '바람의 손자' 이정후 선수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6년 1억 1,300만 달러로, 한화로 약 1,49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놀랄만한 금액임에도 제 값을 받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대를 이어 아들이 아버지와 동일 종목의 선수로 뛰는 경우가 제법 있다. 야구, 축구, 농구 등 종목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도 축구 선수 출신이며, 차두리 선수는 차범근 감독의 아들이다. 농구의 허웅, 허훈 선수도 허재 감독의 아들이다) 이정후 선수가 얻은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 역시 아버지인 이종범 선수의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에서 유래된 것이다. 대체 대를 이은 선수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자 덕분이지 뭐"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가 얻을 교훈이 많다.


유니폼이 제법 잘 어울린다 (출처 : 구글 검색, 인터넷커뮤니티)


  2세대로 성공한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플레이를 즐겨보며 무의식 중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밥 먹듯이 했을 것이다. 게다가 사람은 가까운 사람(가족, 친구)의 성취를 쉬운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 이들 역시 아버지의 활약상을 보며 '아빠가 했으니 나도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운동을 배우며 남들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치를 습득한다. 아버지가 선수가 되기 전까지 겪었던 시행착오와 선수로서 쌓은 경험을 바로 옆에서 '어깨 너머로' 전수받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들은 신인 때부터 마치 10년 차 선수처럼 관록을 지니게 된다. 한 마디로 인생 2회 차를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를 이으면 이렇게 큰 이점을 얻는다.


그럼 머리도 타고나야 한다는 건가요?



  이쯤에서 위와 같이 되묻고 싶을 수 있겠다. 다행히 아니다. 공부는 운동과 달리 대를 잇기 어렵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공부는 운동에 비하면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운동은 키, 체격 등 '타고난' 신체조건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노력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둘째로 공부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불가능하다. 신체 활동이 아니고 제자리에서 머리를 쓰는 것이기에 그렇다.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보고 배울 것도 없다는 얘기다. (사실 대부분은 부모가 된 시점에 이미 공부를 그만둔 상태라 자식이 뭘 보고 배울 수조차 없다. "엄마도 어릴 땐 수학 잘 풀었어"의 느낌이랄까.)

  셋째로 공부는 운동과 달리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칠 수 없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운동을 못하는 건 참아도 공부를 못하는 건 못 참는다. 이해하지 못하면 화부터 버럭 내게 된다. 그만큼 애정이 깊어서 그럴 테다. (아빠에게 자전거 타는 법은 배워도 수학은 배울 수 없다)

  예로부터 맹자도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했다. (물론 맹자의 논리는 조금 달랐다. 가르침이란 '완전히 선(善)'함을 전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스승은 제자 앞에서 완전히 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모가 언제나 자식 앞에서 완전히 선할 수는 없고, 그렇기에 부모가 자식을 직접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차이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를 이어 성공하는 운동선수들로부터 얻을 교훈은 존재한다. '대를 이음'의 본질은 결국 선배(부모)의 경험치를 온전히 습득한다는 것임을 고려하면, 공부에서도 타인의 경험을 습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 공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대를 잇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방금 전 공부는 이미지트레이닝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몸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행위'이기에 그렇다고 말했는데, 바로 이 특성 탓에 공부는 굳이 부모의 대를 잇지 않더라도 타인의 경험을 얻는 게 가능해졌다. 먼저 합격한 수많은 선배들의 '합격수기'가 바로 그 '경험'들이다.    

  만일 내가 지금까지 얻은 공부에 대한 경험치를 고스란히 챙겨 초시생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브런치에 풀어놓은 100여 편의 글을 모두 챙겨 초시생 시절의 나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어땠을까? 분명 시행착오를 줄이고 수험기간을 크게 단축했을 것이다. 내게 부족한 건 공부량이 아닌 공부에 대한 경험, 즉 공부실력이었다. 경험이 부족해 효과적으로 공부하지 못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합격수기와 조언을 소홀히 들었던 게 나의 가장 큰 시행착오였다.



2. 합격생의 대(?)를 이어 공부하자

  

  공부에도 실력이라는 게 있다. 타고난 머리가 좋다(선천적 요인)거나 시험 성적이 잘 나오는 것(공부 결과)과는 다른 개념이다. '공부 실력'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후천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헬스에 빗대 표현하자면, 근육이 얼마나 붙었는지가 결과물로서의 '시험 성적'에 해당한다면 운동을 어떤 방식(루틴)으로 해왔는지가 '공부 실력'에 해당한다. 잘하면 운동, 잘 못하면 노동이라고 했다. 어떤 루틴으로 운동하고 단백질을 얼마나 섭취하는지에 따라 운동의 성과가 달라지듯, 공부도 마찬가지다.


  고시 공부에 뛰어들 정도라면 나름 공부에 자신이 있는 사람일 테다. 그러나 골프선수가 축구를 할 때는 초심자로 돌아가듯, 공부 역시 대비하는 시험이 달라지면 다시 초심자의 자세로 돌아가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 처음 고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여러 경로로 경험치를 빠르게 쌓아야 한다. 스트레칭을 해서 부상 위험을 낮추듯, 타인의 경험을 두루 참고해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이게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초시생 입장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은 '합격수기'다. 최연소, 수석 합격자의 수기는 매번 기사화되어 올라오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일 거야'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막연히 평가절하하는 것인지 이를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타인의 경험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합격생 100명에게는 100가지 공부법이 존재한다는 말처럼 공부법이야 제각각이지만, 저지르는 실수는 대동소이하다. 수기를 많이 읽을수록 대체로 어떤 실수들을 범하는지, 무엇을 하면 좋고 무엇은 해서는 안 되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실수는 타산지석 삼고, 효과를 본 공부법은 체화하려 노력하자.


  어느 분야에 높은 식견을 지닌 사람을 보고 '일가견(一家見)이 있다'라고 말한다. 문자 뜻 그대로 한 가문을 이룰 정도의 식견을 갖췄다는 의미다. 여러분은 일가를 이룰 정도의 식견을 갖췄는가? 최대한 많은 합격수기를 접해 합격생들이 어떻게, 얼마나 공부했는지 파악하여 나의 일가를 이루는 토대로 삼자. 합격생들은 하나같이 공부에 '일가견(一家見)'이 있는 사람들이다.

  <행시사랑> 카페나 학교에서 발간하는 고시 책자, <법률저널> 사이트 등을 살펴보면 합격 수기가 많다. 좋은 성적으로 합격한 사람의 수기만 도움 되는 게 아니다. 꼴찌로 합격한 사람의 수기도, 불합격한 수기도 도움 된다.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수기를 읽자. 그래야 공통분모가 보이고, 내게 맞는 공부법도 찾을 수 있다.

  가까운 지인 중 합격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연락하자. 선배, 친구, 후배 누구든 가리지 말고 조언을 구하자. 미안해할 필요 없다. 어떤 강의가 좋은지는 물론이고, 신림2동과 9동 중 어디에 원룸을 구하는 게 나은지 등 생활과 관련된 질문도 괜찮다. 무엇이든 물어서 하나라도 정보를 더 얻어내자. 친하지 않거나 한 다리 건너서 알더라도 괜찮다. 염치 불고하고 하루만 조언을 구해도, 운 좋으면 그 조언으로 수험기간 1년을 단축할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다른 길도 많은데 굳이 공무원을..?”이리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지만..읍읍)


  공부는 이렇게 합격생의 수기와 경험을 바탕으로 대(?)를 이어서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노련하게 공부할 수 있다.

   

3. 장수생도 예외가 아니다, 공부법 연마에는 끝이 없다


  초시생들은 아는 게 없어 겸손한 편이라 알아서 수기를 찾아본다. 문제는 수험 기간이 2~3년을 넘어서는 경우다. 여전히 식견이 부족함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자만하게 될 우려가 있다. 여태 합격하지 못한 이유가 실은 '공부실력' 부족에 있음에도, '공부량'이 부족해서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 공부량이 부족하다고 평할 때는 수긍하다가도, 공부법에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공부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발끈한다. 물론 (발끈할 걸 알기에) 누구도 공부법에 대해 좀처럼 조언해주지 않는다. 말없이 속으로만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고 말 뿐이다. 그래서 점점 더 자신만의 우물에 갇히게 된다.


  수험서를 끝없이 반복해 읽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공부법을 보완하자.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세상에 충격을 주었고 그 자체로 완벽해 보였지만, 애플은 얼마 전 아이폰 15를 발표했다. 내년에는 아이폰 16이, 10년 뒤에는 아이폰 25가 나올 것이다. 애플이 "더 이상 신제품 발표는 없습니다. 지금 제품이 완벽합니다."라고 말할 순간은 평생 오지 않는다.


  공부법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게 모르게 부족한 점이 존재한다. 그러니 내 공부기간과 관계없이 항상 다른 이의 조언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4년째 공부 중이라고 해서, 2년 공부하고 합격한 사람에게서 얻을 게 없는 게 아니다.


  끝없이 개선되는 스마트폰처럼, 여러분의 공부법 23을 새해에는 공부법 24로 업그레이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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