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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Nov 14. 2023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역경은 성장의 밑거름이다

충격을 딛고 일어서는 멘탈 관리법


  공부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역경이 닥치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 가정 불화, 건강상 문제, 연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갈등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역경이 닥치는 경우에는 멘탈을 유지하기가 정말 어렵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들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오고, 설상가상으로 여러 문제가 동시에 터지기도 한다. 사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라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힘들고 털어놓는다 해도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우리 집이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워", "어머니께서 편찮으셔"라는 말을 과연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으며,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역경이 닥치면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을 뿐 아니라, ‘왜 내게만 이런 일이?’라는 억울함으로 세상이 원망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머릿속에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듯한 사람을 떠올려 보자. 가까운 사람이어도 좋고, 위인전에 실린 인물이어도 좋다. 과연 그 사람들은 삶이 순탄해서 그 자리에 다다른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남들보다 큰 역경을 겪은 사람이 많다. 그들은 단지 역경을 성장을 위한 구름판으로 슬기롭게 활용했을 뿐이다. 그러니 역경이 닥쳤다고 실패를 예단하고 미리 좌절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역전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야 한다. 오늘은 역경을 기회로 바꾸는 법을 알아보자.


1. "왜 하필 나만"이 아니다, 역경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지난 주말, 대학생 때 몸담았던 동아리의 홈커밍 행사에 참석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홈커밍 데이'는 동아리 후배들이 졸업생을 포함한 선배들을 초대하는 자리로, 올해도 신촌의 한 술집에서 행사가 열렸다. 내 대학 생활의 8할은 동아리 활동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난 이번에도 참석했다. 입장료라는 명목으로 소정의 후원(?)을 하고, 몇 학번 아래의 후배들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분명 밴드 동아리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한 후배들이 많아서 (하라는 합주는 안하고..) 어쩌다 보니 같은 테이블에 이번 연도 합격생을 포함한 사무관 여섯이 모여 앉게 되었다. (공무원이 노잼인 것을 알고 다른 친구들이 다 도망간 것일 수도 있다..) 올해 합격한 사람도 있겠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고시 공부'로 흘러갔다.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 합격하더라고요


  한참 신림동 생활을 추억하던 중에 문득 후배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나도", "나도", "너두? 야나두"라고 말했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느낀 바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6년 내가 4번째 낙방했을 때, 아버지께서는 처음으로 "이제 고시 그만하는 게 좋겠다. 네가 망가질까 무섭다."라고 말씀하셨다. 매번 묵묵히 응원해 주시던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꺼낸 부정적인 말씀이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과 함께, '이대로 실패하나'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 해에는 나와 함께 공부를 시작했던 친구 중 다수가 합격했을 뿐 아니라, 낙방한 친구들도 합격선에 매우 근접한 성적을 받았다. 독서실 옆자리, 뒷자리 형들은 전부 합격해서 짐을 뺐다. (지금은 각기 감사원, 행안부에 근무 중이다) 나만 아득히 뒤처진 기분이었다.

  게다가, 고시 준비를 시작한다는 말에 "합격하면 소 한 마리 잡자"라고 말씀하시던 내 정신적 지주, 할아버지께서 급격히 쇠약해지셨다. 혹여나 합격하는 모습을 영영 보여드리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여러모로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끝내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17년을 맞이했고 나는 그 해 합격했다.


  사실 내 경험은 역경 축에도 속하지 못한다. 보통의 고시생들이 겪는 수준의 어려움일 뿐이다. 진짜 역경은 차원이 다르다. 자, 예시를 들어보겠다. 다음 사례 중 제일가는 역경을 골라보자.


Q. 다음 중 가장 견디기 어려운 역경은?

① 행시공부 7년 차에 사고 쳐서 애아빠 되기

② 행시 6년 공부하고 군대 끌려갔다가 2년 만에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기

③ 행시 3차 면접 2년 연속 낙방하기

④ 행시 3차 면접에서 낙방한 뒤 이듬해 PSAT에서 탈락하기

⑤ 4년 내내 PSAT 불합격하기


  과연 이 중 무엇이 최악일까? (솔직히 난.. 못 고르겠다) 거짓말 같겠지만 이 사례들은 모두 내 가까운 친구나 선배, 후배가 직접 겪은 일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합격해서 어엿한 사무관이 되었다. (이들의 근황은 글의 말미에 전한다)

  역경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정도가 다를 수는 있어도 역경 없이 순탄하게만 공부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역경이 닥쳤을 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며 억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겪었던, 혹은 겪고 있을 어려움을 평가절하하려는 게 아니다. '내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고통이나 역경은 같은 아픔을 함께 겪는 누군가가 있음을 깨닫고 나면 조금 덜 힘들다.  

  역경은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내게만 생기는 일도 아니다. 모두에게 제각각 다른 양태로 다가온다. 어차피 겪어야 하는 역경이라면 남들보다 빠르게 극복해 더 큰 기회의 씨앗으로 삼자. 역경은 뒤집으면 기회가 된다.  


2.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김성모 화백의 명장면..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라는 말이 있다. 특유의 그림체로 마니아층을 보유한 김성모 화백의 만화에 등장하는 대사다. (사실 원조는 마블社 캡틴아메리카다) 바로 이게 우리가 역경을 대할 때 가져야 하는 바람직한 자세다.

  사람들은 역경 앞에서 움츠러들고 좌절한다. 애초에 좌절할 정도가 아니라면 스쳐가는 고민 정도지 역경 축에 끼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때 마음가짐을 바꿔 움츠렸던 몸에서 추진력을 뽑아내야 한다.

  당장은 무릎을 꿇었을지라도, 역경에 맞서는 태도를 갖자. "이대로 무너질쏘냐", "어디 더 해봐", "누가 이기나 해보자", "난 무조건 버틴다" 등.. 닥쳐온 역경을 의인화해 맞서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자. 모든 역경은 지나고 나면 '그땐 그랬지'라며 되새기는 추억이 된다. 지금의 역경을 이겨내고 끝내 성공하는 모습을 수없이 상상하며 극복하자. "야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나는 이런 지경인데도 합격했어"라고 친구들과 역경썰(?)을 나누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자.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지만, 나는 책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썼다. 회사생활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 때,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회사가 나의 시간과 주체성을 앗아가는 것을 견딜 수 없었고, "그래 일 더 시켜봐라, 더 힘들게 해 봐라. 내가 질쏘냐"하는 마음으로 야근 후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까지 글을 썼다. 책상에 엎드려 잠든 날도 많았다. 그렇게 꼬박 2년을 연재하고, 4달간 매일 새벽 2시까지 원고를 퇴고해 탄생한 것이 <PSAT 원래 이렇게 푸는 거야>다. 요즘은 (주변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데) '난 이런 역경 속에서도 책을 썼어'라고 말하고 다닌다.


3. "오히려 좋아" 배수진은 하늘이 준 찬스다


  배수진은 물을 등지는 형태의 군사진형을 의미한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사즉생의 전술이다. 역경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이는 자연스럽게 배수진이 된다. 한 걸음만 뒤로 가도 죽는다는 두려움은, 죽음도 불사하는 매서운 용기를 낳는다. 역경이 주는 두려움이 합격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도록 마음을 다잡자. "더 이상 피할 곳은 없네. 오히려 잘됐어"라고 생각하자.

  역경 없이 순탄하기만 해도 공부가 잘 안 된다. '헝그리 정신'이 없으면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 무언가 결핍되어 미치게 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굳이 역경을 겪지 않아도 '배수진을 친 것처럼' 공부하면 된다고? 글쎄, '배수진을 친 것처럼'과 '배수진을 친'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여러분에게 닥친 역경은 여러분의 합격을 위한 씨앗이다. 큰 역경이 닥쳤다면, 이는 여러분을 합격으로 나아가게 하려고 하늘이 내려준 찬스나 다름없다. 그러니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여기고 마음을 다잡자.

  위에 언급한 내 지인들은 모두 합격해 지금은 중앙부처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여러분의 오늘도 몇 년 후 동기들과 둘러앉아 나누는 안주거리이자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니 닥쳐온 역경을 성장을 위한 거름이자 합격을 위한 배수진으로 삼자.

    

4. 정신력? 아니, 체력이 필수다

  

  역경을 이기려면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체력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멘탈이 강해도 몸져 누우면 끝이다. 아프면 역경을 이기는 건 고사하고, 당장 공부를 할 수가 없으니 심리적으로 더 불안에 빠진다. 역경이 닥쳤을 때에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몸이 지치기 마련이다. 평소보다 더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힘든 일이 있을 때, 특히 그 일이 일어난 책임이 자신에게 있을 때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한다. 스스로에게 일종의 형벌을 내리는 것 같다. 나도 성적이 안 나오고 공부가 잘 안 될 때에는 밥도 대충 먹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는 현명한 전략이 아니었다. 끼니도 대충 때우고 잠도 늦게 자다가는 역경을 타개할 힘을 내기가 어렵다. 꿇었던 무릎에서 추진력을 얻어야 하는데, 정작 추진력을 낼 힘은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되는 거다. 그러니 역경이 닥쳐왔을 때에는 설사 그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평소보다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한다. 밥 잘 챙겨 먹으면서 역경을 이겨내는 나 자신에게 힘내라고 한 마디하며 다독이자.  




  위에 ①번부터 ⑤번까지 말도 안 되는 역경을 헤쳐온 내 지인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모두들 보란 듯이 역경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우선 ①번 사례의 주인공은 그때 낳은 딸과, 이후에 얻은 아들까지 구슬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부부 사무관으로서 세종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 형은 내게 일화를 전하며 "와 씨 그때 난 그냥 미치는 줄 알았지 뭐"라고 당시의 기분을 짤막하게 표현했다.

  ②번 사례의 주인공은 나랑 둘도 없이 친한 사이인데, 지금은 어느 광역시 팀장(사무관)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에서 인정받을 뿐 아니라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내년 초 결혼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가 사회를 보기로 했다)

  ③번 사례의 주인공은 사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인데, 둘 다 이듬해 최종 합격하여 어엿한 사무관이 되었다. 게다가 둘 다 좋은 성적으로 합격해 원하는 부처에 들어갔고, 지금은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를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새로 나온 아이폰을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을까 정도를 고민하는 순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④번 사례의 주인공은 나와 같이 공부했던 선배였는데, 1차 시험에 낙방한 그다음 해에 수석합격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면접 탈락 -> 1차 탈락 -> 수석합격.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먹을 텐데. 수석 합격하던 해에, 그 선배는 경제학 한 문제를 틀린 것 같다고 불안에 떨었다. 그때 내가 "괜찮아~ 다른 거 잘 봤을 거야"라고 위로했던 기억이 난다. 그해, 선배는 경제학 97점(아니 틀렸다며;;)을 받았고 압도적인 점수로 수석을 차지했다. 지금 생각해도 창피한 기억이다. (감히 수석님을 걱정하고 위로하다니 허허..)

  ⑤번 사례의 주인공은 다섯 번째 시험에서 1차-2차-3차를 내리 합격했다. 지금은 서울 소재부처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때부터 10년 가까이 만난 남자 친구와 신혼집을 차렸다.

 

  결과적으로 성공했고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추려온 것이 아니냐고? 글쎄, 모르긴 몰라도 세종에 근무하는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보면 엄청난 역경 사례가 쏟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저 사람들도 합격했는데 여러분이 못할 리 없다. 혹시나 공부하다가 힘든 순간이 오면, 큰 성장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슬기롭게 극복해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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