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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Feb 25. 2022

27. PSAT 시험 당일 반칙을 써보자

코치 한 명 데려가세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고시생 여러분들은 한창 공부하느라 올림픽에 집중하지 못했겠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일하느라 경기를 거의 챙겨보지 못했다. 그래도 쇼트트랙 여자 1500m와 남자 계주는 어떻게 보긴 했는데, 나머지는 뉴스로 소식을 듣는 것이 전부였다. 사실 지금도 글을 쓸 정도로 여유 있지는 않지만 (어제도 7시 반에 출근해서 11시에 퇴근했다.. 워라밸은 어디로..) 이대로는 시험 전에 반드시 해주어야 할 이야기를 못하고 지나갈 것 같아 퇴근 후 모니터 앞에 앉았다.




  올림픽 경기는 찰나에 순위가 결정된다. 때론 0.001초 차이로 메달 색이 바뀌기도 하고 순간의 부주의로 4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실력이 좋은 선수도 그날의 컨디션과 운(?)에 따라 빈 손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신성처럼 등장하여 첫 올림픽에서부터 메달을 수확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계 올림픽 종목을 생각해보자.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컬링 등 우리나라 선수들이 활약했던 종목들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사실 어느 종목을 생각했든지 상관없다. 선수들이 경기 시작하기 전 무얼 했는지 떠올려보자. 우리가 시험 당일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바로 거기에 있다.  

  

  1. 우리에게는 코치가 필요하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도 여느 때처럼 인상 깊은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감동적인 장면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피겨 국가대표 유영 선수가 경기에 나서기 전, 코치가 선수의 뺨을 세 차례 치는 장면이었다. 보통 코치가 선수의 뺨을 치는 경우는 드문 데다, 선수도 당황한 기색이 보이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면 의아할 수밖에 없다.


  사실 코치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선수의 어머니가 남긴 부탁 때문이었다고 한다.


 우리 딸이 경기 전 긴장한 것 같으면
볼을 쳐주세요



  어머니의 부탁에 따라 코치는 경기 전 "엄마에게서 온 메시지야"라며 선수의 뺨을 톡톡 친 것이다. 이런 응원 덕인지 유영 선수는 첫 올림픽에서 6등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코치는 훈련만 시켜주는 사람이 아니다. 긴장의 순간, 나를 일깨워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존재다


  PSAT 역시 스포츠와 비슷한 점이 많다. 재능도 중요하고 훈련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험 당일의 컨디션과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PSAT도 일종의 '마인드 스포츠'(?)에 가까워서 시험 당일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 PSAT을 응시하는 우리에게도 코치가 한 명쯤 있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그래서 준비했다. PSAT 시험장에 코치를 데려가는 법.


 2. 시험장에 코치를 데려가자


  간단하다. 주변에서 PSAT 고수 한 명을 찾자. 그다음엔 그 사람이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가방을 준비하자. 그 사람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방에 그 사람을 담아 시험장에 가자. (아무래도 사람이 들어갈 가방이니 안감이 부드러운 게 좋겠다) 그다음 시험장에서 조심스레 꺼내면 그만이다.

  라고 말하면 참 좋겠지만 아마 시험장에 도착하기 전에 그 사람이 달아나거나, 혹은 상대의 동의(?)를 구했다고 해도 (왜 동의해 대체) 가방에서 사람을 꺼내면 다른 사람들이 인신매매 혹은 통아저씨의 등장(?)으로 오인해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생각해보면 가방에 넣지 않고 그냥 데려가도 되는데..?)


  안타깝게도 인사혁신처는 바보가 아니다. 모두가 코치를 한 명씩 데려올 것을 우려해 규정상 시험을 두 명이 동시에 볼 수는 없도록 이미 조치를 취해두었다. 홀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좌절하기 전에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보자. 평소 우리의 코치는 누구였는지.

  

  PSAT은 공부가 아닌 훈련이다


 내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PSAT이 공부가 아닌 훈련의 영역이라고 역설했다. 그간 내가 알려준 대로 훈련을 해왔다면 시험장에 데려갈 코치가 없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그간 우리를 혹독하게 훈련시켰던  코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3.  자신의 코치가 되자


  경기 당일, 코치가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누구나 긴장하게 되면 머리가 멍해져서 자신이 훈련해왔던 내용과 유의해야 할 부분을 쉽게 잊는다. 야속하게도, 훈련할 때 수차례 다잡아온 잘못된 자세와 동작, 나쁜 습관들을 망각해버린다.

  

  코치는 선수 본인이 아니기에 그만큼 긴장하지 않는다. 이성적으로 그간 지도한 내용과 선수가 유의해야 할 부분들을 하나씩 짚어줄 수 있다. 그리고 선수에게 용기를 심어주어 긴장을 떨쳐낼 자신감을 준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홈경기(자기 팀의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것)인지 원정경기(상대팀의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원정팀 구장까지 이동하는 피로와, 낯선 곳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지만, 우리 팀을 응원하는 팬이 많은지 적은 지가 크리티컬 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실 응원하는 사람이 많고 적은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다. 그리고 올림픽처럼 전 세계 선수가 경쟁하는 무대에서는 코치 한 명이 있고 없고가 곧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된다.

  PSAT도 마찬가지다. 고사장에서 나를 응원해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긴장을 풀어줄 사람은커녕 사방이 적이다. 토익, 한국사 시험처럼 절대평가 시험과는 텐션이 다르다. 한 고사실 응시생 25명 중 합격자가 5~7명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때 나를 일깨워주고, 응원해주는 사람 한 명이 있으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모두가 고독한 싸움을 이어갈 때 (기껏해야 자기가 열심히 들었던 PSAT강의의 선생님 얼굴을 떠올릴 뿐이다) 코치님의 토닥임과 마지막 조언을 등에 업고 간다면 반칙에 가깝게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야 이건 반칙이지!


  만일 정말 PSAT 고수를 코치로 대동해서 모두가 혼자일 때 코치와 함께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주변에서 이 같은 항의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다행히 우리의 코치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낭만적이네)

   


4. 코치 데려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간 훈련해온 기출 시험지를 버리지 않았다면 (우린 생각보다 부지런하지 않기 때문에 버리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어딘가 처박혀있을 게 분명하다)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그리고 왜 틀렸는지 체크해두었을 것이다. (적지 않았어도 관계없다. 보면 왜 틀렸는지 기억날 것이다) 이제 그 문제들을 쭉 훑어볼 차례다.


  먼저 과목별로 A4 용지 (용지 크기는 중요치 않다) 한 장을 준비하자. 이 종이가 시험 당일 우리의 코치가 되어줄 것이다.


코치는 생각보다 귀엽게 생겼다

  

  이제 과목별로 주의해야 할 사항, 내가 흔히 속아 넘어가는 함정을 정리하면 된다. 더불어 코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한 문구를 한두 개쯤 적어주는 것도 좋다.

  어떤 내용을 적을지는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정답은 없다. 오직 나만을 위한 코치를 고용하는 것이니 맞춤형 조언을 적어야 효과가 있다. 긴 설명할 것 없이 과목별 예시를 통해 어떤 식으로 작성하는지 알아보자.


1) 언어논리



2) 자료해석


3) 상황판단 




  이런 식으로 쓰면 된다. 나는 매년 시험 전날에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문제를 풀지 않고 차분히 내일의 나에게 해줄 조언을 정리했다. 오래 잡아도 세 과목 모두 작성하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니, 크게 부담스러운 작업도 아니다.


  이렇게 나만을 위한 코치를 만들었다면, 그다음에는 전년도 기출문제 한 장을 뽑자. 언어논리는 지문이 긴 문제가 등장하는 페이지를, 자료해석은 표가 복잡하게 나오는 페이지를, 상황판단은 법 조항이 길거나 퀴즈가 난해해 보이는 페이지를 뽑으면 된다. 또는 직전 연도 풀었다가 틀린 문제가 속한 페이지를 출력해도 좋다.


  왜 한 페이지만 출력하냐면, 문제를 풀 용도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력한 문제는 시험 직전 '이미지 트레이닝' (쉐도우 복싱이 더 맞으려나) 하기 위한 용도다.

  누구나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얼마간은 어리바리하게 어버버 대기 쉽다. 뭐든 시동이 걸린 후 엔진이 제대로 돌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전년도 기출문제를 먼저 읽어봄으로써 미리 예열을 해두는 것이다.

  머리가 아플 수 있으니 굳이 답을 찾을 필요는 없고, 지문만 읽어보면서 '그래 이렇게 통독하면 돼'라는 식으로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자.


  이것이 시험 당일 우리가 쓸 수 있는 합법적인 반칙(?)의 전부다. 정말 사소해 보이지만 앞에서 힘주어 말한 것처럼 코치가 있고 없고는 경기의 결과를 뒤바꿀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시간도 별로 들지 않으니, 언제나 그랬듯 속는 셈 치고 따라 해 보자.






  시험 전에 꼭 '당일 대비법'을 올려주겠다고 해놓곤, 장관님 행사를 목전에 두는 바람에 댓글에 답도 못 달아주고 8톤 트럭급 본업에 치여 허우적대고 있었다.

  행사 전날 잠을 설쳐가며 새벽에 글을 올리는 (새벽 네시가 넘었다) 이유는 그간 내 글을 열독하며 미래를 꿈꾸었을 여러분에 대한 걱정과 고마움 때문이다.

  고시생으로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허리도 펴지 못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을 더듬어 나아가는 그 느낌은 부모님도 헤아려줄 수 없다. 많이 힘들고 고달플 텐데, 내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나 자신을 토닥여가며 씩씩하게 합격의 길로 나아가자.

  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잠 푹 자고! (너무 떨지 말자 솔직히 어? 안되면 다른 거 하지 내 인생에 공무원이 유일한 해답은 절-대 아니다!) 소화 잘되는 음식 먹고! 그렇게 하루를 조심스럽게 잘~ 보내고 내일 시험장에서 자신이 가진 실력을 십분 발휘하기를 바란다. (시험 당일에 물이나 커피 과음 금지!)

  나도 세종시 어딘가에서 여러분을 진심을 담아 응원하고 있을 테니, 시험 보다가 힘들면 거 이름 모를 공무원 한 명이 나를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다시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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