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우리의 미래를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
민간경력자 채용시험과 7급 공채의 1차 시험일('21.7.10.)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고 하고싶었는데 어제 기재부 예산심의 결과로 인해 야근을 해버리는 사이 날짜가 지나버렸다ㅠ). 이번 시험은 7급 공채에 최초로 PSAT이 도입되는 만큼, 수험생들에게도 인사혁신처에게도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했더라면 지금쯤 연재를 마치고 수험생들의 건승을 기원하고 있었을 텐데, 구차한 변명이지만 정말 퇴근 후에 글을 쓸 여력이 없어 이렇게 늦어지게 되었다.
아마 연재를 마친 상태였다면 시험 직전의 대비법에 대한 글을 따로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연재가 늦어진 덕(?)에 시험 직전 대비법에 대해 전할 기회가 생겼으니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시험 직전에 어떻게 마무리를 했는지 노하우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막판 대비법 역시 기본적으로는 PSAT 훈련법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목표는 조금 다르다. 시험이 10일 남았다는 건 군인에겐 전쟁이 내일모레라는 의미이며, 축구 선수에게는 경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의미이다. 경기를 코앞에 둔 축구선수는 어떤 훈련을 할까? 평소처럼 근력운동, 드리블 연습 등 기초 체력을 기르는 훈련을 할까? 아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는 뉴스를 주의 깊게 보자. TV 속 화면에는 선수들이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을 훈련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특히 강팀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을수록 세트피스 훈련 비중을 높인다) 즉 경기가 임박할수록 기초 체력보다는 당장의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 전술을 훈련한다는 이야기다.
7월 10일은 대망의 PSAT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그러므로, 남은 열흘간 우리의 목표는 'PSAT 체질개선'이 아니라 '어떻게든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가 되어야 한다.
PSAT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남은 열흘이라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과목당 1 문제만 더 맞추겠다고 목표를 바꿔보자. 이는 꽤나 도전해 볼만한 목표 아닌가? 놀랍게도 과목당 1문제면 평균 2.5점(7급, 민경채의 경우 4점)을 높일 수 있다.
이번이 첫 7급 PSAT 시험인만큼 지금쯤 7급 수험생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걱정해봤자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소용없는 걱정이라면 떨쳐버리자. 단순하게 생각할수록 좋다. 남은 기간 과목당 1문제씩만 더 맞추겠다고 생각하며 막판 스퍼트를 내자.
마지막 열흘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훈련은 무엇일까? 앞서 이야기했던 집중력 훈련은 다소간의 시간을 두고 반복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영어 독해 실력이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 것과 같다. 남은 기간 우리는 '한 문제라도 더 맞추는' 전략을 훈련해야 한다.
오늘 내가 소개할 전략(훈련법)은 아래와 같다
①똑똑하게 찍는 법
②문제당 풀이 시간 5초 줄이기
③(시험 당일) 실수 리마인드, 막판 다잡기
④(시험 당일) 루틴 지키기
먼저 똑똑하게 찍는 법이다. 이 방법은 내가 PSAT을 풀 때 너무도 유용하게 사용했던 방법이고 2017년 평균 93.3점을 받게 해 준 전략이다. PSAT은 5지선다형 시험이다. 객관식 시험이 갖는 특징은 선지가 몇 개든지 간에 선지 중 하나가 답이 된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5개의 선지 중 하나는 반드시 답이 된다. (행정고시 2차 시험은 논술형인데, 논술형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객관식의 감사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모든 선지 구성에는 어쩔 수 없이 (답을 숨기고자 하는) 출제자의 심리가 반영된다.
우리는 이 바로 이 점을 활용해야 한다. PSAT 문제 중에는, 출제자의 심리를 역이용해 선지를 좁힐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①문제의 구성 방식에 따라 선지 내에 2:2:1의 구조나 4:1의 구조가 관찰되는 경우, ② 다섯 개의 선지가 등차수열로 구성된 경우 등이 있다. 아래 예시 문제를 보자.
위 기출문제는 모두 올해 초 치러진 5급 공채 PSAT의 기출문제다. 선지를 눈여겨보자. 어딘가 빈틈이 보이지 않는가? 혹시 보이지 않는다면 내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잘 보일 것이다.
위 예시 문제의 경우 선지에서 이미 정답의 실루엣이 드러나는데, (사실 실루엣까지 드러난다는 건 과장이다) 이 포인트를 놓쳐선 안된다. 이는 PSAT이 의도치 않게 베푸는 자비이자 객관식 시험이 지닌 태생적 약점이다. 내가 두 번째 글에서 미로의 벽을 부수고 출구로 나아가야 한다고 비유했는데, 벽을 부숴야 한다는 표현은 '출제위원이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로의 벽은 생각보다 얇고 그만큼 부수기도 쉽다.
왼쪽 문제는 ㄱ, ㄴ, ㄷ, ㄹ 중 옳은 것만을 모두 고르는 문제인데 선지 구성상 빈틈이 있다. 잘 보면 ㄴ이 들어간 선지가 5개 중 4개다. 즉 ㄴ이 틀렸다면 답이 2번임을 바로 찾을 수 있다.
과연 출제자가 2번을 답으로 삼을 배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배짱은 좀처럼 품기 어렵다. 출제자는 자신이 애써서 만든 문제가 허무하게 해결되느니, 차라리 약간의 힌트를 주게 되더라도 수험생들이 문제를 고민하며 풀어주기를 바란다. 만일 답이 2번이라면 누군가는 보기ㄴ 하나만 판단함으로써 문제를 맞힐 수 있다. 이는 출제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확률상 ㄴ은 답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식의 선지를 만나면 ㄴ의 진위 여부를 굳이 판단할 필요가 없고, 찍을 때 역시 ㄴ이 포함된 선지 중 하나를 찍는 게 현명하다.
* 최근 몇몇 강사들이 이런 방식을 설파하기 시작하면서, 출제위원들에게도 정보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거야) 그래서 요즘은 ㄱ,ㄴ,ㄷ,ㄹ가 등장하는 문제라도 좀처럼 4:1의 선지 구성은 보이지 않고, 모든 보기를 선지에 3개씩 균등하게 배치하는 구성이 늘고 있다. (아래 2021 5급 공채 상황판단 30번 문제 참고) 그리고 최근에는 발칙하게도 틀린 보기를 의도적으로 4개의 선지에 배치해 둔 후 남은 1개의 선지가 답이 되게끔 하는 역관광 문제도 간혹 등장한다(2021년 자료해석 15번). 그러나 이는 출제위원들의 대담한 변칙 플레이일 뿐, 결코 대세가 될 수는 없다. 찍기란 결국 확률 싸움임을 생각하면, 이런 예외 케이스가 있더라도 겁먹지 말고 찍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오른쪽 문제를 보자. 이런 식의 등차수열식 선지 구성은 상황판단 과목에서 정말 많이 등장하는데, 만일 이 문제를 찍는다면 몇 번 선지를 찍는 게 좋을까? 나라면 1번과 5번은 제외한다. (실제로 2021년 상황판단 문제에서 예시문제와 같은 등차수열식 선지로 이루어진 문제는 10번, 12번, 17번, 26번, 29번, 32번, 33번, 35번, 38번, 총 9문제에 달하나, 이 중 답이 1번이나 5번인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정말 대단해)
그 이유는 출제자의 심리상 정답을 1번이나 5번 양극단에 배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출제자의 머릿속엔 정답이 되는 숫자 X가 있다. 출제자는 이 답을 꽁꽁 숨기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면 웃기지만 2, 3, 4번 선지 중 한 곳에 배치하는 게 안전하게 느껴진다. (왠지 모르겠는데 뭔가 포근해) 그리고 출제자는 정답이 되는 숫자 X를 머릿속 한 가운데 놓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값의 앞 뒤로 숫자를 배치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든다. (지금 하는 이야기가 정말 논리적이지도 않고 웃기게 들리는 걸 잘 안다. 그렇지만 원래 사람 심리라는 게 비논리적이다. 다년간의 출제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비롯, 출제위원들이 이런 심리를 지녔음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선지 구성과 무관히 찍기 확률을 높인 노하우를 소개한다. 이 방법은 '풀다가 넘겨버린 문제'에서 낭비했다고 생각되는 시간까지 싹싹 긁어 활용하는 아주 알뜰살뜰한 찍기 방법이다.
앞서 풀 문제와 풀지 않을 문제를 구별하는 선구안을 강조했다. 좋은 선구안을 지니면 풀지 말아야 할 문제를 남들보다 비교적 빠르게 분간할 수 있는데, 아무리 선구안이 좋다 해도 '이 문제를 더 풀다간 큰일 나겠다(대참사)'는 확신이 들려면 최소한 30초에서 1분은 써야 한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이렇게 사용된 1분이 버려졌다고 생각한다. 이 때 더 나쁜 선택을 하는 수험생들이 많은데, 누군가는 그 1분이 아까워서 매몰비용은 아까워할 게 아니라고 황쌤이 그렇게 말했거늘 문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시간을 더 쏟고, 누군가는 그 1분마저 아끼겠다고 문제의 겉모습(지문이 길다거나..)만 보고 어려울 것이라 '짐작'해 문제를 넘겨버리곤 한다. (문제의 겉모습만 보고 넘기다가 자칫 내 운명도 넘어간다. 쉬워보여 덤볐다가 뚝배기 깨진 경험 많지 않은가? 난 많은데)
사실, 문제를 파악하느라 써버렸던 그 1분은 찍기 확률을 높여주는 소중한 1분이다. 버려졌던 그 시간이 재활용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문제의 난이도를 파악하고자 투자하는 30초~1분을 아까워 말자)
예를 들어보자, 어떤 문제를 푸는데 보기 ㄱ, ㄴ, ㄷ, ㄹ 중 ㄱ은 이미 판단했는데, 남은 보기 ㄴ, ㄷ, ㄹ 모두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미숙한 사람은 ㄱ을 판단하는 데 쓴 시간이 아까워 ㄴ, ㄷ, ㄹ을 판단하는 데 3~4분의 시간을 써버리고야 만다. 이보다 조금 훈련이 된 사람은 이때 도망간 뒤 나중에 찍는다. 그리고 고수는, 다른 문제를 다 풀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 이 문제로 돌아와 ㄴ, ㄷ, ㄹ 중 한 개만 더 판단한 뒤 남은 선지 중 하나를 찍는다. 4개의 보기 중 ㄱ을 포함한 두 개를 판단했다면 정답을 완벽히 찾지는 못해도 정답이 될만한 선지를 2~3개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럼 정답률은 33%~50%로 높아진다.
나는 이 방식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내 경우,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은 평균 6문제 정도는 풀지 못해 찍어야 했다. (언어는 2~3개) 어차피 시간이 부족해 몇 개는 찍을 수밖에 없다면 되도록 어려운 문제를 남겨두고자 했고, 그 찍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마주칠 때마다 (선구안을 발휘해) 헐레벌떡 도망갔다. (물론 아무리 빨리 튄다해도 30초~1분은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6문제를 풀지 못한 채) 40번에 다다랐을 때 보통 8분에서 10분의 시간이 남았다. (34문제를 80분 간 푼 것이니, 문제당 2분을 잡고 훈련해온 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빠른 게 아니다)
푼 문제들을 서둘러 마킹하고 나면 5분~7분의 시간이 남았는데, 이 시간이 내겐 매우 소중했다. 나는 자투리 시간 중 단 1초도 이미 답을 도출한 문제를 재검토하는 데 할애하지 않았다.
(푼 문제 중 실수가 있었는지를 검토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건 문제를 다 풀고도 시간이 남는 역사, 수학 시험에서나 하는 행동이다. 여태 PSAT 집중력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면, 푼 문제를 틀릴 확률은 5%도 채 되지 않을 텐데, 그럼 내가 푼 34문제 중 실수로 틀린 문제는 1.7문제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디 숨어있는지도 모를 5%의 실수를 찾아 34문제를 헤매기보다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6문제에 집중하는 게 옳다. 풀지 못한 문제는 선지를 하나씩 지울 때마다 정답률이 20%→25%→33%→50% 로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5~7분의 시간을 내가 풀지 못한 6문제에 고르게 나눠서 사용했다. 남은 6문제는 (내 선구안에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어려운 축에 속할 것이기 때문에 2분의 시간을 쓰더라도 풀지 못할 확률이 높음을 알았다. 나는 한 문제를 완벽히 풀기보단 모든 문제에 1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선지를 하나라도 더 지우고자 했다. 그렇게 나는 앞서 문제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걸러냈던 선지 1개와, 추가로 1분의 시간을 사용해 걸러낸 선지 1~2개를 합쳐 총 2~3개의 선지를 걸러냈고 정답을 맞힐 확률을 33%~50% 수준으로 높인 뒤 찍었다.
앞서 보기(ㄱ, ㄴ, ㄷ, ㄹ) 문제가 과거와는 달리 모든 보기를 선지에 균등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얼핏 생각하면 선지를 통해 정답을 유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찍을 때는 오히려 좋다. 어떤 보기든 하나만 판단하면 2개 혹은 3개의 선지만 남게 되어 정답을 맞힐 확률을 33% 또는 50%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하 이건 몰랐지)
예시 문제를 보자. 만일 이 문제를 찍는다면 ㄱ, ㄴ, ㄷ, ㄹ 중 (가장 쉬워 보이는) 보기 하나만 잡아서 판단한 뒤 찍으면 된다. 네 개의 보기 중 무엇이든 한 개만 판단하면 찍어서 맞출 확률은 최소 33%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시간이 없는 관계로 보기ㄴ만 판단한 뒤 찍는다고 가정하자. ㄴ이 옳다면 남은 선지는 1, 2, 4번이 되고, ㄴ이 틀렸다면 선지는 3, 5번 두 개만 남게 된다. 전자의 경우 33%의 확률로 답을 맞힐 수 있고 후자라면 무려 50% 확률로 맞출 수 있다.)
찍는 방법은 시중의 교재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멋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PSAT은 전략적으로 몇 문제는 건너뛰어야 하며, 일반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시험이기에 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험생들은 이런 유형의 시험에 익숙지 않아서, 풀지 않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찍어서 맞출 확률을 20%(5지선다)에서 높게는 50%까지 높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남은 기간 체득할 수 있다면 5문제를 찍어 1문제를 맞히던 사람이 2문제 혹은 3문제도 맞출 수 있다. 남은 열흘 간 잘 찍는 법을 훈련하자.
찍기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었다. (벌써 새벽 한 시..) 이번 훈련법은 간결하게 설명해보겠다. 문제당 풀이 시간을 5초 줄이는 훈련이 바로 시선처리 훈련이다. 누구나 PSAT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우왕좌왕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항상 우왕좌왕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낯선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보기부터 봐야 하는지, 선지부터 봐야 하는지, 문두를 읽어야 하는지, 아니면 표 아래에 있는 각주를 먼저 읽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건 이상한 게 아니다.
문제를 효율적으로 읽어 내리지 못해 낭비하는 시간이 문제당 5초는 될 것이다. 과연 이 작은 5초가 모이면 얼마나 큰 시간이 될까? 5급 공채 PSAT은 과목당 40문제이므로 문제마다 5초를 절감할 수 있다면 200초를 추가로 얻게 된다. 넉넉히 1문제는 더 풀 시간이다. 과목당 1 문제만 더 맞춰도 평균 2.5점이 오르니, 금쪽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7급과 민경채의 경우 무려 평균 4점이 오른다) 이런 점에서 시선처리 훈련은 우리의 점수를 확실히 올려줄 수 있는 특효약과 같다.
시선처리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시선처리 훈련은 아래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① PSAT 문제를 다 풀고 채점한 뒤 지체 없이(내가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잊기 전에) 훈련을 시작한다
② 맞힌 문제와 틀린 문제 모두 분석한다
③ 문제를 가장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읽어야 하는지 시선처리 순서를 번호로 매긴다
④ 읽지 않아도 문제 푸는 데 지장 없는 부분을 삭제하고, 동시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포인트를 체크한다.
⑤ 이 방식으로 최소 3개년 기출문제를 분석한다
한 과목을 다 풀고 나면 지체 없이 (문제 푸느라 힘들었을 테니 한 10분 정도만 쉬었다가 시작하자) 바람직한 시선 처리 순서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자. 문제를 풀자마자 분석을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다. 문제를 풀자마자 분석해보면, 그동안 내가 문제를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읽어왔는지 깨달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문두를 아무 생각 없이 전부 읽었다든지, 선지를 먼저 봤으면 이해가 빨랐을 문제에서 선지를 나중에 읽었다든지 하는 문제점들을 스스로 짚어낼 수 있다. 아래 예시를 보며 방식을 구체적으로 이해해보자.
문제 주변의 빨간색 기호는 눈을 그린 것이다. 총 네 개의 눈이 그려져 있고, 속눈썹이 1개인 것부터 3개인 것까지 정상적인 눈 세 개와, 좌측에 X 표시가 된 눈이 한 개 있다. 속눈썹이 1개인 것부터 2개, 3개인 순서로 시선처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며, X 표시를 한 곳은 문제를 풀 때 '읽지 않아도 풀이에 지장 없는 부분' 또는 '무의식적으로 먼저 시선이 갈 우려가 있어 의식적으로 나중에 읽어야 할 부분' 을 체크한 것이다.(이 문제에서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문두를 잘 보면 '옳은 것만을 모두 고르면?'이라는 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지워져 있다. 이렇게 지운 이유는 문두를 다 읽지 않아도 문제를 푸는 데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PSAT 문제에서는 문두를 통해 '옳은/옳지 않은'만 판단하면 된다.
시선처리 훈련은 문제를 맞닥뜨린 후 처음 몇 초간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풀 때 시선을 어떤 순서로 처리할 것인지 반복해서 분석하다 보면, 나중엔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낯선 문제를 만나도 전보다 효율적으로 시선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 또한 결국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이니, 집중력 훈련의 일환이다)
위 문제에 대해 나는 ①문두를 읽고, ②바로 선지로 이동해서 특정 보기가 4개 들어있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ㄷ이 네 개이므로 판단할 필요 없이 맞다고 보면 된다) ③<보기>로 올라가 내용을 읽으며 표와 비교하는 것이 문제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시선처리 훈련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금세 익숙해질 수 있다. 다만 문제를 풀고 하루만 지나더라도 효과가 거의 없다. 문제를 풀고 하루만 지나더라도 내가 어떤 순서로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교정도 되지 않고, 훈련도 잘 되지 않는다. 기출문제 2개년~3개년 정도만 쭉 분석(틀렸든 맞췄든 관계없이)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남은 기간 이 훈련을 통해 문제당 5초 정도를 절약해서 한 문제를 더 맞힐 수 있는 시간을 벌자.
시험 당일 고사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두꺼운 PSAT 교재를 들고 와서 마지막 순간까지 계산 훈련을 하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PSAT은 결국 집중력 싸움이므로, 시험 직전에 계산 연습을 하면서 괜한 체력과 집중력을 소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PSAT 시험 전날에는 PSAT 문제를 절대 풀지 않았고 그간 훈련했던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내가 어떤 유형의 실수를 자주 했는지 체크한 뒤, A4용지에 정리(과목별 한 장씩)했다. 그리고 직전 연도 PSAT 기출문제를 과목별로 두 페이지씩 출력했다. 각 과목에서 되도록 지문도 길고 선지 구성도 복잡한 페이지를 골라 인쇄했다.
예를 들어 자료해석이라면,
1. 어려운 문제는 빨리 스킵하자
2. 시선 처리 잘하자 우왕좌왕 금지!
3. 옳은/옳지 않은 문두 구분 잘하자!
4. 계산에 매몰되지 말자! 가능한 한 어림산!
다른 수험생들이 학원 교재를 뒤적일 때, 나는 집중력과 판단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았다. 과목별로 내가 저질렀던 실수를 정리해서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최대한 '일반화'해서 적어두어야 어떤 문제가 나오든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 특정 문제에서 나오는 내용을 정리해가면 정작 내가 어떤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나 다잡지 못한다. 그냥 계산 실수하지 말자! 옳은/옳지 않은 거꾸로 읽지 말자! 첫 페이지에서 우왕좌왕하지 말자! 어려우면 바로 넘어가자! 이런 식이다)
그리고 감독관님이 "이제 책상 위에 있는 자료는 모두 넣어두시고 머리 위에 손을 올려주세요"라고 하기 전 약 5분간 출력해온 직전 연도 기출문제를 뒤적이며 시선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눈동자를 굴려두었다. 이건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자 예열 작업이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시험지 속에 풍덩 빠져들어 온전히 집중하는 데까지 최소 4~5분이 소요됨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30초라도 시간을 아끼려면 다른 수험생들이 1번 문제에서 우왕좌왕할 때, 나는 이미 예열을 끝내고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했다.
PSAT은 집중력을 극대화해야 효과가 있는 시험이라서,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과 달리 몸 컨디션에 따라 많은 부분이 좌우된다. (한국사 시험이라면, 병원에 입원해서 풀어도 점수가 평소와 비슷할 거다) 나는 PSAT을 응시하면서 딱 한 번 몸이 굉장히 아팠던 날이 있는데, (다행히 입법고시였다) 1교시 끝나고 집에 갈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끝까지 버텼으나 결과는 평균 50점이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앉아있기도 힘들었는데, 집중이 될 리 만무했다.
PSAT 시험 당일엔 절대 아프면 안 된다. 몸도 아프면 안 되지만 마음도 중요하다. 마음 얘기는 왜 하냐면, 심리적으로 흔들리거나 불안해하는 것이 곧 마음이 아픈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마음이 가장 편하기 위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마에 부적을 붙여서라도)
나는 PSAT 점수가 넉넉한 편이었음에도 매년 불안했다. 여태까지 받았던 내 점수가 모두 운이 좋았던 것이고 이번에 갑자기 폭락하면 어떡하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 걱정을 덜어내는 방법은, 작년과 동일한 루틴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주로 시험 당일 먹는 음식을 예년과 같게 유지함으로써 불안감을 덜었다.
내가 시험 당일 챙겨가는 준비물은 필통, 과목별 실수했던 목록(A4)과 과목별 직전 연도 기출문제 1~2페이지, 상황판단 시작 전 1/3캔만 마시고 버릴 핫식*, 일 년 중 시험 보는 날에만 마시는 편의점 스*벅스 유리병 커피, 페*로로쉐 초콜릿 3구가 전부였다.
배불러봐야 졸릴 뿐이니, 보통 점심은 작은 도시락을 싸가거나 편의점에서 김밥류로 간단히 때웠다. 그리고 점심 먹고 운동장을 도는 (좀비런) 행위는 하지 않았다. 차라리 학교 근처 골목을 걸어 다녔다. 멀리서 보기에 흙먼지가 자욱해 보여서 그랬나.. 아무튼 별로 오후 시험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결코 운동장을 도는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여기까지가 시험 직전 대비 전략이다. 지금까지 알려준 집중력 훈련법, 어림산&암산 훈련법과 함께 위 4가지 사항에 따라 착실히 대비한다면,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독일에게 승리한 것처럼 이변을 낳을 수 있다.
오늘 소개한 훈련법(잘 찍는 법과 시선처리 방법 등)은 다음 기회에 제대로 소개할 예정이니, 오늘 너무 짧게(?) 설명했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오늘의 내 점수에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자.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져야 PSAT 시험장에서 떨지 않고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잘못되었던 건 내가 아니라 나의 PSAT 대비법이었을 뿐이다. 지금부터 남은 열흘간 (사실 글을 쓰다가 하루가 더 흘러버렸지만) 성실히 준비한다면 스스로도 놀랄만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