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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Feb 14. 2022

26. PSAT 퀴즈 문제와 싸우는 법

[각론] 상황판단 세 번째 이야기 : 풀거나, 튀거나 둘 중 하나

  어느덧 각론의 마지막 글에 접어들었다. 업무가 몰리는 바람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말하면 이해가 참 쉬울 텐데 말할 수도 없고..) 연재가 한참 지연되었는데, 시험이 임박해서야 글을 올리는 점을 언제나처럼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오늘은 상황판단 퀴즈에 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상황판단 퀴즈는 PSAT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어렵고, 참신하고, 재밌는(?) 유형이다. 그렇지만 시험장에서 만나면 울고 싶을 정도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퀴즈는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 각론을 마치는 기념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2분이면 응답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짬을 내어 의견을 주시면 앞으로의 연재와 추후 일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시험 전 바쁘시더라도 지나가는 길에 잠시만 귀한 시간을 내주시면 좋겠다. https://forms.gle/WB6sB2YQTN5fYS5KA  




1. 퀴즈 문제 알고 싸우자


 1) 어떤 문제를 퀴즈라고 부르나요?


  퀴즈라는 용어가 누군가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훈련법 소개에 앞서 퀴즈의 사전적 정의를 알아보자.

퀴즈 (quiz)  
[명사]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맞히는 놀이 또는 그 질문을 통틀어 이르는 말.
[유의어] 문제6, 수수께끼, 질문

  상황판단에서의 퀴즈란, 제시된 조건을 바탕으로 계산하거나 경우를 따지는 문제를 통칭한다. 앞서 자료해석에는 계산 문제가 생각보다 적다고 말했는데, 반대로 상황판단에는 생각보다 계산 문제가 많다. 살펴보면 퀴즈 중에는 선지가 숫자로 구성된 문제도 (자료해석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단한 계산 역량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서 단순한 덧셈, 뺄셈, 곱셈만 할 줄 알면 된다. (여전히 무지성 계산 연습은 별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계산문제가 아닌 경우에는 표를 그려 (마치 스도쿠처럼) 경우를 따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른 유형과 달리 지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옳고/그름을 판단하는 문제가 아니며, 자료해석처럼 주어진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도 아니라는 게 퀴즈의 특징이다.


두 문제 모두 퀴즈다. 나는 둘 다 어려웠다

  

  '어떤 문제가 퀴즈에 해당하는지'를 아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저 설명하기 위해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혹시나 '퀴즈의 특성' 따위를 분석한다든가 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자. 자동차 운전을 잘하기 위해 엔진 구동원리를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 (한 번 익혀볼까? 도움되는지?)


애석하게도, 아무리 오래 쳐다보고 있어도 운전 실력은 나아지지 않는다

 

  운전을 잘하려면 핸들도 돌릴 줄 알아야 하고 액셀도 밟을 줄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브레이크를 제때 밟을 줄 알아야 한다. PSAT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푸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문제와의 싸움을 멈출 때도 알아야 한다.   

    



 2) 문제의 난이도 편차 파악하기


  연재 초반부터 지금까지 모의고사 문제 대신 실제 기출문제를 통해 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출문제를 풀어보아야 문제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쉬운 문제는 얼마나 쉽고 어려운 문제는 얼마나 어려운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을 잡는다는 말은 곧 선구안이 길러진다는 의미인데, 특히 퀴즈 문제는 난이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선구안을 적절히 발휘하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누차 말하지만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고자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로부터 잘 도망치고자 훈련하는 것이다)

  퀴즈라고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허무할 정도로 쉬운 문제(1분 30초도 채 안 걸리는)도 적지 않다. 퀴즈는 특히 문제 간 난이도 차가 커서, 과장 보태지 않고 어려운 문제 하나 풀 시간에 쉬운 문제 3개를 풀 수도 있다.

 

  난이도 편차가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 멘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려도 (뒤에 쉬운 문제가 있음을 알기에)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미련 없이 도망칠 수 있다. 특히 어려운 퀴즈를 2~3문제 연이어 만나면 PSAT에 꽤나 자신 있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올해 왜 이렇게 어렵지? 큰일 났다'라고 생각하면서 멘탈이 와사삭 무너지기 쉬운데, 이때 여태 풀었던 모든 해의 기출문제에서 분명히 쉬운 퀴즈문제가 다수 출제되었음을 (훈련을 통해 몸이) 기억하고 있다면 멘탈을 굳세게 유지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도 코스를 알고 있다면 (이것도 PSAT과 비슷해서, 아무리 코스를 그림으로 봐도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에 직접 타보고 체득해야 한다) 360도 회전 구간이나 급 하강하는 구간에서도 멘탈을 잡을 수 있다. (조금 더 발전하면 사진 찍는 구간에서 기막힌 포즈를 취할 수도 있다) 반대로 코스를 전혀 모르고 타면 어느 곳이 난코스인지 판단과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고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훈련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출처 : 무한도전)


  PSAT은 롤러코스터와 마찬가지다. 퀴즈 문제의 난이도 편차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서는 기출문제를 꾸준히 풀면서 몸으로 느껴야 (체득해야) 한다. 하루에 많이 풀기보다 적은 수의 문제라도 오랜 기간 꾸준히 푸는 편이 낫다.   



 3) 내 취약점 파악하기


  모든 사람이 같은 문제를 어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시차 문제를 너무도 쉽게 해결하는 반면, 누군가는 수차례 알려줘도 계속(=영원히) 어려워하듯이 사람마다 어려워하는 문제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부류의 문제를 어려워하는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학원은 물론, 남이 절대 가르쳐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스로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취약점이 파악되면 무작정 도망가라? 그건 아니다. 내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특정 주제(ex : 시차 문제)에 국한되어 있다면 한 번쯤 그 내용에 한해 '공부'를 해볼 법하다. (다만 특정 주제가 아니라 특정 유형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라면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계속해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

  초 쳐서 미안하지만 공부해도 큰 효과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공부하거나 훈련해도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취약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좀처럼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개선이 쉽게 됐으면 누구나 금세 PSAT점수가 올랐겠지) 그래서 어느 정도 공략해도 영 개선되지 않을 때는 도망가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퀴즈를 풀다가 취약한 주제가 등장하면 빠르게 넘어가고, 남은 시간에 다시 도전하자.



2. 퀴즈 풀이 전략


  어떤 시험이든 문제 유형을 디테일하게 분류하는 건 꽤나 멋져 보인다. 그 분류체계만 익히면 시험의 본질을 꿰뚫어 정복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질 뿐만 아니라, 그 체계를 제시하는 자가 진리를 깨달은 사람처럼 보이는 효과도 있다. 더하여, 디테일하게 분류할수록 '강의 분량'이 늘어나고 할 말도 많아진다. 그래서 문제 유형을 디테일하게 분류하는 건 학원가의 우월 전략이 된다.

  특히 상황판단 퀴즈 문제는 디테일한 분류의 희생양이 되는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학원 강의를 듣거나 꽤나 깊이 있게 '공부'해본 학생들은 알겠지만 유형을 디테일하게 쪼갤수록 실전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걸 실전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죠..?


  학창 시절, 학기말이 되면 체육과목도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는 이유로 몇 차례 이론 수업이 이루어지곤 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체육선생님도 지루해하는 시간이었다) 각종 구기종목에 대한 자세와 동작을 알려주거나 뜀틀을 넘는 순서를 알려주는 등.. 실제 체육활동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이론들을 외워야 했다.

  PSAT 강의도 비슷하다. 이론 공부는 디테일할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전에서 적용하려면 단순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그럴싸해 보여도 활용할 수 없는 이론은 죽은 이론이다. 다소 투박해 보일지라도 실전에서 적용 가능한 전략이 더 낫다.  


  나는 퀴즈도 풀이법을 구분하기 위한 최소한의 분류만 했다. 그 기준은 계산이 필요한지 여부였다. 순전히 실전에서의 적용을 위한 분류기 때문에 일부러 단순하게 나누고자 했다. 그렇지만 제법 유용한 전략이다. (나는 항상 이 전략으로 맞서 왔고, 상황판단은 내 전략과목이었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이미 학원에게 많이 속았겠지만) 속는 셈 치고 읽어보자.


1) 계산형 퀴즈 풀기 : 핵심조건(실수 유도 조건)에 유의하자


  퀴즈 문제 중에는 계산문제가 많다. 시간을 계산하거나 수량을 계산하거나 암산으로는 해낼 수 없는, 반드시 시험지의 여백을 활용해서 끄적거려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 자료해석은 개별 선지의 정오를 판단하는 문제가 대다수라 비교적 계산이 단순하기에 어림산이나 암산이 유용하다. 상황판단에서도 어림산과 암산 능력은 당연히 도움이 되지만, 주어진 경우나 조건을 모두 고려하여 '문제 한 덩어리'를 통째로 풀어내는 느낌이기에 계산 과정이 복잡다단한 경우가 많아 손을 써야 한다.

  비유하자면 자료해석은 탁구(테이블 테니스) 같은 느낌이라 힘을 빼고 경쾌하게(?) 푸는 기분이라면, 상황판단 퀴즈는 진짜 테니스처럼 힘을 써야 한다. 아래 예시를 보자.


     

이런 건 암산을 할 문제가 아니다. 펜을 빠르게 놀려야 한다


  위 문제는 절대 암산으로 풀 수 없다. 손으로 도출 과정을 적어가면서 풀어야 한다. 그래도 목적지가 멀 뿐이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금방 보이는 문제라서, 정직하게 시간을 쏟으면 답을 구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고민 없이 얼른 풀이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답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제시된 '조건'을 세심히 살펴야 하는데, 이중 실수를 유도하는 일부 조건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계산을 수반하는 퀴즈의 경우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하는 핵심조건이 등장하는데, 이를 발견하면 반드시 체크해서 문제를 푸는 내내 어기지 않도록 되새겨야 한다. 위 문제의 핵심조건을 나는 다음과 같이 체크했다.


  점등대기, 보행신호 점등 때 보행자를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해가 되었으나, 차량통행이 보장되는 시간 동안에도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부분을 핵심조건으로 체크했다. 또한 통상 우리는 보행신호가 점등된 이후에 횡단보도에 도착하면 신호가 꺼지기 전에 뛰어서라도 건너가곤 하는데, 이 문제에서는 보행신호가 점등된 이후에 횡단보도에 도착한 사람은 건너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통념과 어긋나는 만큼 실수로 이어지기 쉽다. 밑줄에 더해 박스 치고 별표도 하나 그렸다.

  시험지에 표시하는 작업은 사소해 보이지만 꽤 효과적이다. 실수를 줄이려면 문제에 등장한 조건을 망각하지 않아야 하는데, 시각적 자극이 있으면 말 그대로 '눈에 띄기 때문에' 잊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


  어려워서 풀지 못했거나 풀다가 틀렸던 퀴즈들 말고, 나름 푼다고 풀었는데 틀린 퀴즈들은 오답을 분석할 때 '계산 실수가 있었는지' 혹은 '조건을 착각하거나 놓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석하라는 말이 아니라 채점하는 도중에 '혹시 조건을 놓쳤나?' 정도로 스캐닝하라는 이야기다) 만일 조건을 놓쳐 틀렸다면 다음부터는 절대 조건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더 눈에 띄게 표시해두겠다고 다짐하면 된다. 다짐을 반복하는 과정 자체가 훈련이다. 반복해서 오답 사유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다잡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점점 실수가 줄어든다. (문제를 오려서 오답노트에 붙여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시험 당일에 '상황판단 핵심조건 놓치지 않기' 따위의 말을 A4용지에 적어가서 시험 직전까지 텐션을 유지하면 된다.    

   

2) 비계산형 퀴즈 풀기 1 : 실마리 조건 찾기


  퀴즈 문제 중 계산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표를 그려서 경우를 따지는 문제들이 대표적인데, 이처럼 계산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들은 내용이 수수께끼에 가깝다. 이때는 실수를 유도하는 조건보다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조건을 찾는 게 중요하다.


노노그램 예시 (중독성이 높기 때문에 합격하기 전에는 하지 말자)


  네모로직(일본에서 유래된 퍼즐로, 노노그램이라고도 한다)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리 복잡한 그림이라도 몇 줄은 다른 줄과 관계없이 채워 넣을 수 있고 이런 칸들을 순차로 채워 가다 보면 그림이 완성된다. 퀴즈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조건 중 하나가 실마리가 된다. 그 조건을 '실마리 조건'이라고 하겠다.  


실-마리
명사  
1. 감겨 있거나 헝클어진 실의 첫머리. 실타래에서 실마리를 찾다.
2. 일이나 사건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첫머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다.

  

   보통 계산을 수반하지 않는 퀴즈는 조건을 바탕으로 '경우'를 따져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문제를 봤을 때 행렬 구조로 표를 그려서 풀어야겠다 싶으면 그게 곧 경우를 따지는 문제인 셈이다. 아래 예시를 보자.



실제 내가 푼 시험지. 급하게 표를 그렸다



  위 문제의 <대 화>를 보면, 乙과 丁의 멘트가 실마리 조건에 해당한다. 두 사람의 말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조건과 무관하게 표를 채워 넣을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조건을 표에 그려 넣고 나면 한결 수월하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이 문제는 난도가 낮은 편이지만, 이보다 어려운 문제라도 반드시 실마리 조건은 등장하기 마련이다. 표를 그려서 경우를 따져야 하는 경우라면 실마리 조건을 찾자. (그리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표는 최대한 빠르게 그리자)


3) 비계산형 퀴즈 풀기 2 : 반례 찾기


  소위 '라면 문제'에서는 선지 또는 보기마다 개별 상황이 주어진다. 이때 선지(보기)는 '~라면, ~이다' 구조로 구성된다. 어떻게 해야 상황들을 빠르고 바르게 판단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내용이 옳다고 가정하고 판단하는 대신, 반례를 찾아야 한다. 옳은 경우를 1,000가지 찾더라도 반례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해당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여 반례가 존재하는지 판단해야 비로소 '항상 옳다'는 확신을 내릴 수 있다.

  반례를 찾는 속도 또한 훈련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훈련이 부족한 경우 반례를 찾아야 하는 줄 모르고 표를 그리거나 경우를 따지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므로, '라면 문제'를 만나면 의식적으로 반례를 찾아야 하는 문제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2021 상황판단 기출 14번, 반례를 찾아야 풀리는 문제다 (고난도)

   

  위 문제의 <보 기>마다 반례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ㄱ. 광주에는 지난 주말 중 하루만 눈이 내렸다

→ 주말 이틀 내내 눈이 내린 상황을 가정하고 풀어보자

ㄴ. 지난 주말 중 하루만 서울에 눈이 내렸다면 부산에도 지난 주말 중 하루만 눈이 내렸다

→ 이틀 내내 눈이 내렸거나, 아예 눈이 오지 않은 경우를 가정하고 풀어보자

ㄷ. 지난 주말 중 하루만 부산에 눈이 내렸다면 갑과 을이 서울에 있었던 날은 다른 날이다

→  갑과 을이 서울에 있었던 날이 같은 날이라 가정하고 풀어보자

ㄹ. 지난 주말 중 하루만 서울에 눈이 내렸다면 병이 부산에 있었던 날과 정이 광주에 있었던 날은 다른 날이다 → 병과 정이 같은 날 각기 부산/광주에 있었다고 가정하고 풀어보자


  이런 식으로 반례를 세운 뒤 반례가 성립 가능한지 판단하면 된다. 반례가 성립한다면 해당 선지의 내용이 틀린 것이다. 반례를 따져보아야 하는 문제는 그렇게 많이 출제되는 편은 아니지만 (난도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반례를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없는지가 좌우되므로, 반례 찾는 훈련은 반드시 숙달되어 있어야 한다.  



 3. 최선의 공격은.. 도망이다


최선의 공격은 방어가 아니라 도망이야



  21세기 최고의 드라마(멈추지 못하고 계속 보다가 과로사할 뻔했음) <그 해 우리는>에서 주인공 최웅이 했던 말이다. 어쩌면 최웅은 PSAT에서만큼은 국연수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PSAT에서 제때 도망치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도망 중에서도 퀴즈에서의 도망이 가장 가치(?)있다.


 

시험 붙고 나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공부할 땐 보지 말자) (출처 : 그 해 우리는)


  세 과목의 문제 간 난이도 편차를 빗대어 표현하자면 언어논리는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 그래프처럼 움직이고, 자료해석은 잡주처럼 움직인다. 그리고 상황판단은 비트코인에 가까운 무빙(?)을 보여준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는 어렵고 쉬운 문제는 쉽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으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언어논리에서는 어려운 문제라 해도 3~4분이면 해결이 가능하고, 자료해석은 4~5분이면 된다. 그러나 상황판단은 운 나쁘면 10분도 낭비할 수 있다. (무려 다섯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퀴즈를 풀다 보면 가끔 머리가 멈추고 손도 멈추고 고장 난 로봇처럼 그저 시험지를 응시하게 되는 소위 뇌절 상태가 찾아올 때가 있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뇌절 상태'에서 얼른 깨어나 튀어야 한다. (뇌절상태는 생각보다 흔히 찾아온다. 아침에 잠에서 깨 따뜻한 물로 샤워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물을 맞게 되지 않나? 그게 뇌절이다. 아침에 나만 이러는 거 아니지..?) 만일 문제를 풀다가 머리가 멈춰버리면, (제발) 머리를 부르르르 털고 마음속 미련과 오기, 승부욕을 내려놓고 다음 문제로 가자. 누차 말하지만 그 한 문제에 목숨 걸 이유가 전혀 없다. 목숨은 함부로 걸면 안 된다. 자칫하다가 진짜로 목숨이 (우리의 1년이) 날아가는 수가 있다.   

  

  퀴즈 훈련법을 주저리주저리 말했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제때 도망치기'다. 이 사실을 명심하고 실천하면, 보다 경쾌하게 문제를 풀 수 있고 점수도 그에 맞춰 올라갈 것이다.





  이로써 PSAT 각론도 끝이다. 시험을 열흘 앞두고서야 각론을 마쳤다. 연초부터 업무가 몰리는 바람에 글을 쓸 시간도 여유도 생기지 않았다. 쓸 여력이 없을 때 억지로 쓰면 정말 형편없는 글이 됨을 알기에 거꾸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자 했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마지막 글까지 힘을 싣고 싶기도 했다.


  수일 내에 시험 당일 준비해야 하는 과목별 '체크리스트'에 대해 글을 올릴 예정이고, 이후에는 세종에서의 삶 등에 대한 글이나 QnA를 올리면서 추후 연재 계획에 대해 고민해 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설문조사 링크를 한 번 더 걸어두고 간다. 그동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부디 건승하시기를 바란다. (연재 끝이 아니라, 본론이 끝난 셈이니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된다. 앞으로도 글은 계속 올라올 예정 ㅎㅎ)

   https://forms.gle/WB6sB2YQTN5fYS5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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