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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an 18. 2022

24.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요?

[각론] 상황판단 첫 번째 : 상황판단 과목명으로 알아보는 문제 유형들

  이번 주말은 서울에 가지 않고 세종에 머물렀다. 나는 원래 서울러버(서울 못 잃어 ㅠㅠ.. 근데 이미 잃음)라 주말엔 누워있을지라도 서울에서 눕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데, 건강보다 연재에 신경 써달라는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주말에도 세종에 머무르며 글 쓰는데 열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상황판단에 대한 글 외에도 행정고시 접수(1.25.) 일자가 다가옴에 따라 전국/지방직 선택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직렬 선택에 대한 글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쁘다.

 

  나보다 훨씬 바쁘신 독자 여러분에게 작은 부탁 하나 드리자면, 카카오뷰와 브런치를 연동해두었으니 시간 될 때 카카오뷰 친구 추가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 글을 올리거나 공지할 때 카카오 채널을 이용할 예정이다. 또, 얼마 전 PSAT 총론을 묶어 브런치 북으로 발행했는데 그 책에 좋아요도 눌러주시면 좋겠다. (좋아요가 늘어난다고 내게 득 되는 것은 딱히 없지만 기분 좋으니까 ^-^;) 


  드디어 상황판단에 대한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더운 여름 연재를 시작했는데 한 겨울에 글을 완성할 수 있게 되어 (?? : 미안한데 아직 완성 못했잖아) 감회가 새롭다. PSAT 각론도 이제 마지막 파트에 접어들었다. 상판에 대한 글을 마치면 그간 풀어놓지 못했던 세종시에서의 생활 등 여러분들이 궁금해할 법한 이야기(사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최근 PSAT 기출에 대한 분석을 시작할 계획이다.




  1. 상황판단, 과목명에 답이 있다


  한 번쯤 생각해봤는지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여러 시험 중에서도 PSAT은 과목명이 해당 과목의 특성을 잘 설명하는 시험에 해당한다. 언어논리와 자료해석은 과목명만으로도 문제 유형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고, 상황판단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문제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편이다.

  솔직히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강사들이 상황판단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황판단'은 말 그대로 주어진 조건을 바탕으로 <상 황>을 판단하는 시험이다. 나는 상황판단을 풀 때 문제 유형을 ①법조문형, ②퀴즈형, ③지문형 세 가지로만 구분했는데, 이 이상으로는 접근법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구별할 실익을 느끼지 못했다. 아래는 2021년 5급 공채 상황판단 기출문제에 대한 분석이다. 표를 본 뒤 아래 글을 이어서 읽자.


21년 상황판단 기출을 직접 풀어 분석해보았다


2. 상황판단 문제 유형


1) 법조문형


  법조문형 문제는 실제 법조문을 발췌해 온 지문이나 법조문/제도를 줄글 형태로 풀어쓴 지문으로 구성된다. 난도가 낮은 문제는 하나의 <상황>을 판단하게 하고, 난도가 높아질수록 여러 상황을 판단하도록 하여 시간이 많이 걸리게끔 유도한다.

    

  

생김새가 약간 다르지만 둘 다 법조문형 문제다


  먼저 왼쪽 문제를 보자. 가장 전형적인 법조문형 문제에 속한다. 규정도 길지 않고 주어진 상황도 하나뿐이다. 법조문 울렁증만 없다면 답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다음으로 오른쪽 문제를 보자. 일부러 법조문형 문제 중 난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많이 들어간 문제를 찾아왔다. 사실 출제자 입장에서도 좌측과 같이 현행 법규정을 그대로 복붙하는 것이 편하다. 그렇지만 이 경우 문제가 너무 쉽다는 지적(출제검수 과정에서 타 출제위원이나 검수위원들이 '너무 쉬운데요?ㅋ'라고 말하면 은근히 자존심 상한다 ^^ 빠직)을 듣기 쉽고, 애써 만든 문제가 기출문제에 포함되지 못하고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법조문을 일부러 줄글 형태로 변형하기도 하는데 그게 오른쪽 (2021년 상황 4번) 문제에 해당한다.

  사실 오른쪽 문제의 규정도 본래는 지문이 아닌 조항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출제자가 창작한 것일 수도 있다. 생각보다 법조문 창작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 실제 사무관이 되면 법 전체의 제정안을 짜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줄글로 바꾸어 규정을 찾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줄글이 얼핏 보기엔 더 쉬울 것 같지만 아니다. 법규정을 조/항/호/목으로 나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게 필요한 내용을 찾기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측 문제가 좌측 문제보다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오른쪽 문제의 난도가 높은 이유는 또 있는데, 모든 선지가 '~라면'의 형태로 상황을 가정함에 따라 난도가 높아졌다. (소위 '라면문제') 

  즉 지문을 잘 읽어도 답을 단박에 찾을 수 없고 (언어논리는 대체로 지문만 잘 읽으면 된다) 다섯 개의 선지를 하나씩 판단해야만 한다. 왼쪽 문제와 비교하면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판단해야 하는 <상황>(정보량)이 다섯 배에 이르는 셈이다.

  오해는 말자. 그렇다고 오른쪽 문제가 풀 수 없을 정도의 난도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른쪽이 겉보기에는 달라 보이고 조금 난도가 높을지라도 본질은 왼쪽 문제와 같이 '법조문형'임을  말하고자 가져온 것 뿐이다. 문제의 난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상황의 개수, 지문의 형태 외에도 많다. (사실 요인까지 생각할 것도 없다. 출제자가 선지 하나만 마음먹고 꼬아 내도 수험생을 지옥으로 보내버릴 수 있다 ㅎㅎ..)


2) 퀴즈형


  퀴즈형은 말 그대로 퀴즈인데, 자료해석에서도 하지 않던 본격적인 계산(간혹 일차방정식을 세워야 하는  등 꼼짝없이 수식을 써야 하는 문제가 등장한다)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표를 그려 경우를 따지거나 반례를 찾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퀴즈형은 문제 내용을 분석할 필요가 (정말) 없고, 나의 접근법이 옳았는지, 풀이과정상 착각에 의한 실수는 없었는지, 풀지 말았어야 하는데 풀어버렸는지 정도를 살피면 된다.

  나는 유예생 시절 상황판단 문제를 1년간 약 60~70문제 정도 만들었는데 그중 대부분이 퀴즈였다. 문제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을 퀴즈 형태로 바꿀 수 있다. 퀴즈문제도 결국은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는 문제임엔 변함이 없고, 우리의 일상은 매 순간이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퀴즈형이 법조문형과 완전 다른 유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주어진 조건을 토대로 '가정된 상황'을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결국 퀴즈도 조건을 명확히 이해하고 상황을 분석하면 답이 나오는 (말이 쉽지) 구조다. 즉 너무 다르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상황판단 기출문제를 음미해본 분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쉬운 문제는 허무할 만큼 쉽다. 2분은커녕 1분~1분 30초만 있어도 푸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상황판단을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고 답할까? 그 이유는 가끔 도랏맨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퀴즈형에서는 괴랄한 고난도 문제(진짜 미ㅣㅣㅣㅣㅣㅣㅣ친 문제가 가끔 나온다)가 등장할 수 있음을 유의하자. (유의해도 대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련하게 대처하려면 결국 훈련하여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상황판단 문제는 짧을수록 무섭다


  위 두 문제 모두 퀴즈형인데, 좌측 문제는 2분 내로 풀기 정말 어렵게 설계가 되었고, 우측 문제는 사실 어렵지 않은데 한 번 착각하면 내가 틀린 줄도 모르고 오답을 고르게끔 설계되었다. (기출에서만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문제다. 같은 출제위원으로서 보면서 한참 감탄했다.. o0o)


  괴랄한 고난도 문제와 관련하여 정리해서 말하자면, 상황판단은 문제별 난이도 차가 매우 큰 과목이다. 그래서 앞서 비포장도로라는 말을 썼던 것이기도 한데, 이렇게까지 어려울 수가 있나 싶은 문제와 애걔걔? 싶은 문제가 공존해서 페이스 조절이 참 어렵다. 특히 초반에 연달아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리면 멘탈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이걸 다 안 풀 수는 없어..'라고 페이스를 잃은 채 문제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퀴즈들은 풀이에 10분이 걸리기도 하기에 (무려 5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2.5점 얻으려다가 12.5점을 잃는 셈) 아니다 싶으면 반드시 넘겨야 한다.

  퀴즈형에 대한 자세한 접근법은 다음 편에서 말하겠지만, 특히 상판에서의 초고난도 문제는 퀴즈형에서 대부분 출제되기 때문에 퀴즈가 어렵다 싶으면 개기지 말고 반드시 튈 것을 권한다. 언어/자료에서 동네 일진을 만난 수준이라면 여기서는 갑자기 타이슨이 튀어나와 주먹질하는 수준이니까.

  

퀴즈문제에 잘못 걸리면 한 방에 가는 수가 있다 (출처 : 구글 검색)

  이쯤에서 이런 궁금증을 품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그 많은 퀴즈에서 다 튀면 뭘 풀어요?" 혹은 "어떤 문제가 타이슨인지 어떻게 구분해요?"  

  질문은 두 개지만 답은 하나로 하겠다. "다 튀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랑 붙어보고 판단하자." 문제랑 붙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튀면 결코 이길 수 없다. (예로부터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하지 않았는가) 타이슨한테서 튀라고 해놓고 이렇게 말하니 모순 같겠지만 모순이 아니다. 적어도 상대방이 타이슨인지, 타이슨 닮은 솜주먹인지 구분을 하려면 한 번 붙어는 봐야 한다. 어라 왠지 어렵게 생겼어!라는 나이브한 생각만으로 튀면 곤란하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문제도 마찬가지다.


  퀴즈문제도 우선 풀기는 해 보자. (어쨌든 풀어야 맞출 것 아닌가?) 다만, 퀴즈 문제 특성상 문제에 한 번 몰입하면 늪처럼 빠져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상하게 다른 유형보다도 몰입도가 높다. 왜냐면 조금만 더하면 답이 나올 것만 같거든) 내가 이 문제의 답을 쉽게 구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거나 순간 생각이 엉켜 머리가 정지하는 경우, 우선 도망가는 것이 좋다. 이때 투자한 시간이 아깝다고 붙잡고 있거나 오기를 부려서는 절대 안 된다. 생각이 엉킨 경우라도 다른 문제를 풀고 다시 돌아오면 잘 풀리는 경우가 많다. 

  (어디선가 보았는데, 우리 머리는 무의식을 통해서도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일종의 듀얼코어) 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고민하다가 푹 자고 일어나면 풀린다는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에 해당한다)      

  아무튼 상황판단에서는 퀴즈형이 많은데, 퀴즈형의 접근법은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고 오늘은 하나만 기억하자. 퀴즈에 분간 없이 무작정 덤비다가는 골로 간다 (페이스 조절 잘하자)

  

3) 지문형


  간혹 법조문도 아니고 퀴즈도 아닌데 언어논리와 매우 유사한 문제가 등장하고는 한다. 19~20번, 39~40번과 같이 한 지문에 2문제가 딸려있는 경우가 상황판단 지문형 문제의 대표적 케이스다. 사회과학/자연과학 지문이나 낯선 정보가 많은 지문을 제시한 후 이를 기반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문제가 대부분인데 문제의 출제 비중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난도도 높은 경우는 많지 않고 보통 상황판단 시험에서 크게 고민하는 부분은 아니다. (이 유형에 대해서는 법조문 문제와 함께 설명할 계획이다)


상황판단 내의 지문형 문제


  위와 같이 지문을 작성하고 길게 내는 대신 2문제를 엮어서 주는 경우가 있는데, 대체로 이런 유형은 출제자의 선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려운 문제로 두뇌 폭력을 행사했으니 선물도 줘야지)

  대신 39~40번에 거의 항상 지문형 문제가 출제되니 그만큼 시간관리를 잘해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시간을 다 써버리고 나면 이 쉬운 문제들을 찍을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어려운 문제에 휘둘리지 않고 80분이 되었을 때 혹은 85분이 되었을 때 40번까지 한 번은 체크를 했어야 한다. 시험 종료 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딱 한 문제를 더 풀 시간밖에 없다면 2문제가 엮인 문제를 풀어버리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두 문제를 한 번에 맞힐 기회기도 하다.





  요즘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글을 쓰다 보니 체력이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고시생도 아닌데 밤에 글을 쓰다가 책상에 잠시 엎드려 자는 일도 부지기수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분의 행복? ㅎㅎ 공부할 때는 항상 졸리고, 피곤하고 그렇다. PSAT 시즌엔 머리가 멍한 것도 당연하다. 항상 규칙적인 휴식을 취하고 다시 공부에 임하자. 쉴 때 쉬고 할 때 해야 시험도 합격하고, 공직에 들어와서도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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