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VII. PSAT 네번째 과목 - 멘탈관리
※ 아래 내용은 <PSAT 원래 이렇게 푸는거야>에 수록된 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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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 시험 성적에는 컨디션보다 공부량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시험 전날 밤을 새워서 공부하는 전략이 때때로 유효하다. 그러나 PSAT에서는 이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PSAT은 컨디션이 당락을 좌우한다. 사실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그리고 멘탈관리까지 총 네 과목으로 구성된 시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피셋형 인간이라도 몸 상태가 안 좋거나 멘탈이 무너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이런 면에서 PSAT은 스포츠 경기나 전쟁과 비슷하다. 전장의 승패는 결국 병사의 사기가 좌우하는 법이다. PSAT에서는 각 과목의 실력만큼이나 멘탈관리도 중요하다.
흔히 멘탈은 타고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멘탈도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 강인한 멘탈은 실력에 기반한 자신감과 익숙한 상황이 주는 평정심으로 유지된다. 자신감은 문제 푸는 훈련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배양되나, 평정심은 별도의 훈련을 통해 길러야 한다.
멘탈 훈련도 앞선 훈련과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다. 멘탈이 흔들릴 상황을 미리 경험해 익숙해지거나 그런 상황을 제거하면 된다. 이제 평정심을 기르기 위해 마음속에 새겨 둘 사실 몇 가지와 평정심을 기르는 훈련법을 알아보자.
나는 대학 때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드럼은 리듬악기라서 실수하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었고, 그래서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잔뜩 긴장했다. 동아리 활동 5~6년간 10번도 넘게 무대에 섰지만 긴장이 덜어지지는 않았다.
일종의 무대 울렁증을 겪던 내게 큰 위안이 된 영상이 하나 있었다. 세계적인 밴드의 콘서트 영상이었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 멤버들이 다 같이 의지를 다지는 장면에서 드러머가 헛구역질하는 모습이 나왔다. 실력이 좋은 사람도 떨리기는 마찬가지구나 하고 놀랐는데, 나를 더 놀라게 한 건 긴장한 탓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였다. 긴장하는 게 정상이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PSAT도 마찬가지다. 나는 PSAT 첫해 평균 89.1점이었고 둘째 해에도 같은 점수를 받았다. 셋째 해, 넷째 해 역시 80점대 중후반대의 점수를 받아 커트라인보다 크게 여유가 있었다. 수험생들은 피셋형 인간은 마음 편하게 시험 보리라 생각하겠지만 아무리 고득점자여도 시험 전에는 똑같이 긴장한다. 나 역시 ‘떨어지면 진짜 큰일 나는데’라고 생각하며 손에 땀을 쥐었다. 다만, 긴장하더라도 불안해하지는 않으려 노력했다. 불안할 필요도 없고, 불안해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긴장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롤러코스터를 즐겨 타는 사람도 긴장한다. 다만 그 긴장 자체를 즐긴다. 우리도 마음을 달리 먹어야 한다. 기왕 PSAT이라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하기로 했다면, 짜릿한 긴장의 순간을 즐겨 보자.
많은 사람이 긴장한 자신의 모습에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원래 시험은 긴장되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긴장했다는 사실로 불안을 느끼지는 말자. 긴장은 절박한 마음에서 나오지만, 불안은 자신감의 결여에서 나온다. 불안할 땐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평온해 보여도 사실 떨고 있다. 다 같이 긴장한 상황에서는 버티기만 해도 이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처럼 쉬운 싸움도 없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발을 동동 구르듯, 시험장에서의 긴장감은 시험이 주는 중압감과 합격에 대한 간절함이 만나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다. 오늘의 결과로 1년, 혹은 그 이상이 좌우될 수 있는데 떨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불교 용어 중 ‘미십중’과 ‘오십중’이라는 용어가 있다. 각각 번뇌가 생겨나는 과정과 번뇌가 사라지는 깨달음의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에 따르면 번뇌는 마음속 작은 씨앗으로부터 점점 자라나 머릿속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불안도 내 마음속에서 온다. 불안하지 않으려면 ‘나 지금 불안한가?’라는 생각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훈련을 착실히 하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하자.
시험을 보다가 멘탈이 급격히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다. 한 문제 정도는 괜찮다. 연달아 맞닥뜨릴 때가 진짜 위기다. 앞 문제를 버렸는데 바로 다음 문제도 어려우면 급격히 불안을 느낀다.
나도 어려운 문제가 연달아 나와서 두 문제 혹은 세 문제를 풀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때마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마음가짐에 있었다. 나는 시험의 난이도는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출제되면 모두가 똑같이 어렵게 느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와 시험 어렵네. 다른 사람들도 여기서 좀 흔들리겠는데? 그럼 난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야지’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쉽게 나오면 변별력이 낮아질 것을 걱정했다.
어려운 문제를 연이어 마주했을 때, 혹은 어려워서 넘긴 문제가 많을 때 불안한 원인은 ‘나만 이러고 있을까 봐’ 걱정돼서다. 암기 시험이라면 모를까, PSAT은 결코 나에게만 어려울 수 없다. 내 옆자리 사람에게도 똑같이 어렵다. 게다가 PSAT은 상대평가 시험이다. 1등부터 줄 세워 선발인원의 7배수가 되는 수준에서 끊을 뿐 정해진 커트라인이 없다. 따라서 문제가 어렵다고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커트라인도 그만큼 내려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쉽게 출제되면 곤란하다. 변별력이 없어서 실력이 좋은 사람도 실수 하나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PSAT 합격선이 평균 97.5점이라면 어떨까? 이때는 제아무리 실력 좋은 사람도 한 문제만 삐끗하면 탈락할 수 있다. 반대로 커트라인이 65점이라면? 세 과목 통틀어 42개를 틀려도 합격하니, 실수 하나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
문제가 어렵게 느껴지면 좌절하지 말고 기뻐하자. 멘탈이 약한 누군가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테니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탈락할 테고, 문제의 변별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실력대로만 보면 합격할 수 있다. 내 페이스만 유지하면 된다. 중간에 풀지 못하고 넘기는 문제가 많더라도 당황하여 허둥대지 말자. 시험이 어려울수록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여유를 갖자.
“PSAT은 생각보다 쉽다.”
시험 보기 전에 이 말을 머릿속으로 10번 되뇌자. PSAT에서는 ‘기세’가 시험의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전쟁에 참전하는 병사들의 사기가 승패를 가르듯, 우리도 사기를 끌어 올려야 이길 수 있다.
지문이 길다거나, 표/그래프의 분량이 많거나, 주어진 조건이 많으면 위압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대부분은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해결할 수 있다. 겉보기와 달리 허무하게 풀리는 문제도 많다. 그러니 위축되지 말자. 다윗이 골리앗을 잡듯 문제의 빈틈(실마리)을 잘 노리면 생각보다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다.
‘똑똑한 사람들이 만든 문제니까 분명 어려울 거야’ 등의 불필요한 생각도 집어치우자. 시험 당일만큼은 출제자에 대한 경외감을 내려놓아도 좋다. 하루만 오만해지자. ‘그래 봤자 사람이 만든 문젠데 얼마나 어렵겠냐’는 마음으로 임하자. 같은 고사장의 수험생들도 시험 당일만큼은 가소롭게 여기자. 무조건 여러분이 더 뛰어나다. 고사실 25명 중 1차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5~6명뿐이다. 앞, 뒤, 옆 수험생 대다수는 탈락한다. 그들의 템포와 루틴에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 표정이 결연하고 준비가 철저해 보이더라도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법이고, 나보다 문제를 빠르게 푸는 것처럼 보여도 점수는 채점할 때까지 모른다. 진정한 고수는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모두를 제압한다. 자신감을 갖자.
PSAT 시험 당일 긴장하는 또 다른 원인은 ‘1년에 한 번뿐인 시험이 바로 오늘이고, 오늘 나의 1년이 결정되며, 오늘 하루가 내 인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식으로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는 데에 있다.
수험생들은 독서실에서 풀었던 과거 기출문제보다 시험장에서 마주한 눈앞의 기출문제를 더 어렵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문제의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시험장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다. 독서실에서 풀었으면 맞혔을 문제를 시험장에서는 실수하고 틀린다.
상황은 특별할지언정 눈앞의 문제는 전혀 특별하지 않다.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겁먹고 몸이 굳어서는 안 된다. 특히 눈앞의 문제를 엄청난 무언가로 인식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 ‘이 문제가 바로 내가 몇 달간 기다렸던 올해의 기출이구나’라며 특별하게 인식할수록 긴장될 뿐이다.
조금 비틀어 생각해 보자. 오늘 내가 마주한 기출문제는 당장 오늘 저녁만 돼도 두꺼운 기출문제집의 몇 페이지를 채우는 용으로 전락(?)한다. 반대로 내가 독서실 책상에서 푼 작년 기출문제는 작년 이맘때 누군가의 운명을 좌우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눈앞의 문제가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낯선 문제라고 더 어려운 것도 아니고 올해 시험이라고 유별날 일도 없다. 지난주 독서실에서 아메리카노 홀짝이며 풀었던 기출문제와 똑같다.
PSAT은 (머지않아 합격할) 여러분이 앞으로 직면할 상황에 비하면 견디기 쉬운 축에 속한다. 게임으로 치면 튜토리얼이다. 튜토리얼은 누구나 완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튜토리얼에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PSAT 합격선까지는 훈련만 거치면 여러분 누구나 도달할 수 있다.
당장 PSAT을 통과한 뒤 마주하는 2차 시험에서는 훨씬 큰 중압감을 견뎌야 한다. 2차 시험은 5일간 5개 과목을 치르는 방식(선택과목이 없어지면 4일간 4개 과목)인데, 과목당 10페이지(페이지당 1,000자) 분량의 답안을 2시간 이내에 작성해야 한다. 2차 시험은 정말 잔인하다. 종이 울리고 시험지를 펼치면 약 1분 이내에 내가 풀 수 있는 문제와 풀 수 없는 문제가 구분된다. 과목당 큰 문제가 3~4개 출제되는데 이때 큰 문제 하나라도 모르면 사실상 그해에는 합격이 어렵다. (합격해도 성적이 낮아 원하는 부처를 지망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외줄 타기 하듯 5일을 보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2차 관문을 통과해도 가혹한 3차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3차 면접은 개인 PT 발표, 인성/상황면접, 집단토론으로 구성되는데, 인당 3~4시간 면접을 봐야 한다. 시험은 답을 수정할 기회라도 있지,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기에 면접에서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질문의 내용과 수준도 높은 편이라 말문이 막히거나 당황하기 일쑤고 1년에 한둘은 면접 도중 울어서 불합격하기도 한다. PSAT 탈락은 1층에서 추락, 2차 시험 탈락은 2층에서 추락, 3차 시험은 3층에서 추락이라는 웃지 못할 비유가 고시촌에 맴도는 이유다. 실제로 2차 시험보다 3차 면접이 심리적으로 훨씬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3차까지 치르고 합격하여 실무를 담당하면, 이젠 눈앞의 상황이 더는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중요한 사업의 향방을 결정할 때라든지, 현안이 터졌을 때라든지, 혹은 업무상 문제가 발생해 수습할 때라든지, 담당자로서 물러나지 못할 상황은 숱하게 찾아온다. 때론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찔할 정도로 당혹스러운 순간이 올 수도 있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내 말 한마디로 기사가 대서특필되기도 하고, 장차관이 곤경에 처하거나, 대외 관계에 트러블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무의 중압감을 견딜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인사혁신처는 PSAT부터 3차 면접까지 여러 단계의 필터로 사람을 거른다. 그러니 마음 독하게 먹고 PSAT쯤은 쉽게 이겨 내야 한다. PSAT의 중압감도 못 버티는 수준이라면 실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져야 할 책임은 그보다 훨씬 무거우니 이 정도는 거뜬히 이겨 내자.
.. (이하 내용은 도서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Chapter VII. 이어지는 내용
2장 멘탈 훈련법 -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루틴대로
3장 시험 당일 코치를 데려가자 - 너 저번처럼 실수하기만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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