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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민 Oct 25. 2023

전문가의 조건 : 기술적 숙련가에서 성찰적 실천가로

성찰적 실천가와 생성적 메타포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제 더더욱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인정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코딩 등의 개발 기술만 익혀도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시기가 휙 지나가 버리고, 소위 '정의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르게 말하면 복잡한 문제에 얽혀있는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벌써 누군가에 의해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에 대한 개념적인 정립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듀이에 대한 공부를 한 후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기업, 정부 지자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는 동시에 교수로서 연구를 진행한  도날드 쇤(Donald Schön)의 '성찰적 실천가'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도날드 쇤(Donald Schön)은 존 듀이(John Dewey)의 ‘탐구이론’을 분석하여 박사학위 논문을 받은 사람으로, 듀이의 ‘경험의 성장’ 개념을 계승하여 자신의 성찰적 실천가 개념을 확립하였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듀이의 경험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자면, ‘경험의 계속적 재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Dewey, 1916). 이는 학습자가 자신의 경험을 계속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양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질적으로는 반성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확장함을 의미한다(김무길, 2011). 이때 반성적 사고는 문제 상황에 부딪쳐 주도적 가설을 수립하고 추리작용과 행동을 통해 가설을 검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적 사고 방법이다(Dewey, 1933). 따라서 경험의 성장은 고정된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탐구를 통해 끊임없이 열린 미래를 향해 수정, 변화되고 발전되어 감을 의미한다(김무길, 2011).

 쇤은 이러한 경험의 성장 개념을 기반으로 교수이자 컨설턴트로서 전문가의 실천, 성찰, 학습 행위에 관한 컨설팅과 연구를 병행했다. 그 과정에서 쇤은 기존의 기술적 전문성(technical expertise) 개념에 입각한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성찰적 실천가 개념을 확립하였다(Schön, 1983: 70; Mcleod et al, 2020). 기술적 전문성에 입각한 기술적 숙련가의 한계는 실천활동과 연구활동을 구분하기 때문에 실천을 하고 있을 때에도 성찰을 통해 모순을 발견하고, 모순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행위 중 성찰(reflection-in-action)’을 전문가의 특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Schön, 1983: 317-318). 이로 인해 기술적 숙련가들은 실천 세계에서 성찰을 불러일으킬 만한 어떤 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자신의 기존 지식을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하게 된다(Schön, 1983: 70-71).

 하지만 최근 AI의 발전에 힘입은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volatility), 불확실하며(uncertainty), 복잡하고(complexity), 모호한(ambiguity) VUCA 시대(황명호, 2020)가 도래하였다. 그에 따라 기존의 기술적 숙련가를 직업적 전문가로서의 목표로 삼게 되었을 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실천 중에도 성찰을 통해 문제를 재정의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고자 하는 성찰적 실천가를 직업적 전문가의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Schön, 1987).

 이때 쇤에 의하면 현재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전이(transfer)를 기반으로 한 생성적 메타포(generative metaphor)이다. 이는 듀이의 경험의 성장뿐만 아니라 토마스 쿤의 범례들에 의거하여 사고하기(thinking from exemplars)를 계승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Schön, 1983: 181). 범례들에 의거하여 사고하기는 새로운 문제가 예전에 이미 해결된 문제와 유사한 것으로 인식되면(seeing as~), 유사성에 기초하여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생성적 메타포를 활용한다는 것은 새로운 대상과 유사성을 갖는 대상에 대해서 성찰함으로써 새로운 대상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Schön, 1983: 184). 결국 성찰적 실천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생성적 메타포를 양적, 질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례가 양적으로 확장되는 것과, 이를 전이가 가능한 형태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질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현장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생성적 메타포가 형성되는 과정은 발달적 과정으로 이루어진다(Schön, 1983: 184). 행위 중 성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번에 가장 유사한 이전 경험의 범례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재의 문제와 가장 유사한 범례를 발견해 나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쇤의 관점에서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Z세대 대학생(취준생)이 직무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회초년생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숙련가가 아닌 성찰적 실천가가 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성찰적 실천가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행위 중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둘째, 문제 상황과 유사한 문제를 해결해 보았던 생성적 메타포를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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