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빛나야 달이 밝지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기 위해
주인공이 갈등을 해결할 묘안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주인공이 속엣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하기 위해
도구적 인물들이 창조된다.
그 나름의 서사를 갖고 있지만, 전형적이며
주인공의 서사 주변부를 채워주는 캐릭터.
교육을 할 때면 그런 도구적 인물을 자처한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학습자가 스스로를 믿게 하기 위해
학습자가 본인도 미처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하기 위해
학습자가 두리뭉실한 미래의 청사진을 HD 해상도로 그려낼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러다 학습자가 알을 깨고 나오면 종종 감사를 받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도구적 인물이 그러하듯 잊히고, 잊히지 않더라도 학습자의 서사 주변부로 남는다.
학습자가 빛나기 위한 도구.
이게 교육을 할 때의 나를 적확하게 드러내는 언어인 것 같다.
그냥 한 단어로 표현하면 들러리? 신랑 신부가 빛나기 위해 필요한 존재처럼.
어렸을 때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 교육을 할 때면 들러리를 자처한다.
그게 역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게 해 주니까.
도구적 인물, 들러리가 되려는 노력이
오히려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교육은 역설적이다.
아니 도구적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적확할까.
더 좋은 교육자가 되고 싶다.
더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 학습자가 더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뿜어내는 빛에 의해 주변부 행성에 불과한 나도 빛나게 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