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통적 도야론과 낭만적 흥미론의 오류
전통적 도야론은 흥미를 고려하지 않고, 노력하고 정진해야 한다고 본다. 전통적 방식의 학교에서 아이들은 총체적 자아가 현재 활동 안에 온전히 몰입되지 못하고 생각과 느낌과 행위가 따로 노는 경험이 거듭됨으로써 자기의 감각 기능이 어떤 방식으로 향하는 동안 생각은 아주 다른 방향에 있도록 조율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쉽게 말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지만 강의를 듣고 있는 것에 익숙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의 공부가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노력하고 정진해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이 역시도 듀이에 의하면 진정한 탐구로 연결될 수 없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낭만적 흥미론은 개인 내면의 주관적/정서적인 소위 '재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 결과 순간적 자극에 의한 흥분을 진정한 흥미와 혼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듀이는 학습할 대상을 흥미롭게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진정한 흥미가 결여된 상태라고 본다. 따라서 낭만적 흥미론에 입각하게 되면 나쁜 정신적 습관이 학습자에게 남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상적으로 주의산만과 분열, 말초적 자극에 중독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결국 전통적 도야론이나 낭만적 흥미론 모두 듀이에 의하면 진정한 탐구로 연결되는 흥미 발달을 돕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2. 흥미(interest)는 개인이 사회적 주체로 발달해 가는 변증법적 과정
흥미의 어원은 inter-esse, 즉 '사이'에 놓여있음을 뜻하는 단어이다. 그런 측면에서 듀이는 흥미를 '자아(개인)와 대상세계(사회)가 하나로 나아가는 일련의 통일적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듀이에 의하면 흥미의 확장은, '개인이 사회적 주체로서 발달해 가는 (개인가 사회의) 변증법적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3. 흥미가 진정한 탐구로 이어지려면
이러한 흥미 개념에 입각하여 듀이는 흥미가 진정한 탐구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기 위해 흥미란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태에 대해 '의식적'이 되는 상태라고 보았다. 쉽게 말해 흥미가 진정한 탐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현재 행위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의식적 상태에 돌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시적 장애(문제)이다. 자아의 충동과 습관에서 나오는 활동적 에너지가 일시적 장애에 부딪힐 때, 목적하는 결과에 대해 의식적이 되고, 그 실현을 위한 수단이 되는 대상들에 대해 진정한 관심이 생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듀이는 "현재의 활동을 진척시키고 생각이 진전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나 흥미롭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쉽게 말해 문제(장애)를 해결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식적 상태'에 돌입하여 탐구를 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4. 흥미의 발달=정체성의 형성
듀이에 의하면, "자아와 흥미는 동일한 사실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란 그 가치를 실감하는 대상 안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므로, 어떤 대상에 대한 흥미가 곧 실존하는 자아(selfhood)의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의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직접적 가치를 실감하며 향해 다가가는 것들을 통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즉, 내 흥미를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에 해당하는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듀이는 진정한 흥미의 사태란 자아의 능동적 활동성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했다.
5. 흥미의 연속적 발달
듀이에 의하면 흥미는 직접적 흥미와 간접적 흥미로 구분할 수 있다. 어른의 경우에도 실제로는 드물지만 성장의 동력을 잃지 않는다면, 점차 보다 더 복잡하고 지속적인 노력의 과정을 요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또한 필요해서 시작한 일을 그 자체로 좋아하하게 되는 식으로, 평생에 걸쳐 흥미의 발달이 계속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듀이에게 흥미란 현재 즐기는 상태 그 자체로 가치로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세계의 의미와 가치를 확장시키면서 연속적 성장의 길을 열어주는지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흥미의 연속적 발달을 통해 사회적 주체형성이 될 때, 흥미가 가치(교육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6. 흥미의 이상적 전형 : 예술적 태도
예컨대 조각가는 마음에 그리는 최종 작품을 완성하기 위하여 갈고 다듬는 수단적 과정에 몰입하면서 최종적 산물에 대해서만큼 중간 과정의 활동에 대해서도 동일한 가치와 흥미를 지속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정한 흥미는 매 현재적 순간의 행위가 하나의 분명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본질적 수단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즐겨지는 의미로 가득하기에 행위와 느낌과 의미가 통합되는 일련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7. 비정상적 흥미
비정상적 흥미는 결과적 산물이 현재의 활동과 무관하게 무조건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절대적 목적으로 부과되고, 수단적 과정은 그 자체로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개인의 흥미 발달은 사회적 삶의 조건에 의해 영향받는다. 따라서 목적하는 가치와 수단적 방법이 다양하게 추구되지 못하고, 자유롭게 소통되지 못하며, 노동과 여가가 엄격히 구획 지어지는 비민주적 사회 조건하에서는 절대적 목적이 되는 가치와 단지 수단일 뿐인 과정이 엄격하게 분리됨으로써, 진정한 흥미의 발달이 지체되는 것이다.
8. 듀이의 흥미 발달 원리
첫째, 직접적 흥미의 원리. 이는 한 마디로 순수한 재미라고 볼 수 있다. 그냥 그 자체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직접적 흥미로부터 흥미 발달을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필자의 경우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을까?'를 아는 것이 순수하게 재밌어서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둘째, 간접적 흥미의 원리. 이는 한 마디로 지식의 유용성이라고 볼 수 있다. 직접적 흥미로부터 시작된 흥미 발달은 이제 간접적 흥미의 원리에 의해 강화된다. 이를 테면 필자의 경우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을까?를 알게 됨으로써 '학습자의 성장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유용성을 강하게 느꼈다.
셋째, 지성적 변화의 원리. 이는 한 마디로 순수 이론적 탐구라고 볼 수 있다. 즉 그냥 별다른 이유 없이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과 관련된 탐구가 진행될수록, 당장에 지식적 유용성이 없는 내용을 배울 때에도 순수하게 알고 싶어서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테면 기술발달에 의한 포스트 휴먼과 관련된 담론들이 당장 내가 진로교육을 개발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흥미롭게 느껴져, 탐구하게 된 경우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넷째, 사회적 정신 발달의 원리. 이는 인류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발달해 왔는지 그 역사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한 개인이 사회적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흥미를 발달시켜 나간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테면 필자의 경우 교육자로서 지금까지 교육학이 학습자의 성장을 디자인하기 위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9. 듀이 흥미 발달 원리에 기초한 학생중심 교육과정
이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흥미 발달원리에 기초한 학생중심 교육과정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일상의 모든 유목적적 활동 안에 깃들이는 지성적인 국면이 점차적으로 이론적인 탐구 관심으로 연속적으로 발달하게 하는가?'
이러한 문제정의 문장을 해결하게 할 수 있기 위한 학생 중심 교육과정은 크게 두 가지 스텝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Knowing for doing. 즉, 유용성을 위한 학습이 먼저 제공될 필요가 있다. 흥미 발달의 과정에서 우선 학생들이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유용성에 기반하여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학생들이 이를 왜 학습해야 할지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충족되면, 둘째, Doing for Know. 즉 유용성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그저 앎을 위한 학습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10. 듀이의 흥미 개념의 독특한 점
첫째, 흥미란 주체 혹은 객체의 특성이 아니라 자아가 대상세계와 하나가 되어 열망하고 사고하며 힘써 나아가는 일련의 활동을 가리킨다.
둘째, 정상적인 흥미란 활동의 수단과 목적으로 들어오는 대상들의 본질적 관련성에 의거하여 연속적으로 발달하는데, 이것이 세계 의미의 확장을 통한 총체적 자아의 성장을 의미한다.
셋째, 흥미가 이상적으로 발달하면, 현재 행위가 수단이자 목적으로서 새로운 의미 생성에 이르는 예술적 태도가 형성되는데, 이러한 발달은 사회적 삶의 조건과 상호 관련되어 있다.
11. 현실(사견)
결국 흥미가 연속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삶의 조건이 중요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사는 학습자의 사회적 삶의 조건은 경쟁에 기반한 입시지상주의와 무한경쟁, 사회로 진출하였을 때 일원화된 경쟁(인정받는 소수 일자리) 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습자들은 예술적 태도가 아닌 오롯이 수단을 위한 학습을 하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학습자들은 흥미가 연속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사회적 주체로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것은, 단순히 교육과정만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정 과정을 통해 교사, 학부모, 학생, 교육 당국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을 전환하고,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에 목적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반영적 리더십에 입각한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과 연결되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필자의 '교육과정 개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시리즈를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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