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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작 Aug 23. 2023

프리랜서에게 은퇴는?

할머니 스포츠전문작가는 안되는건가?

얼마전 꽤나 친했다고 생각하는 피디가 퇴직을 한다며 밥 한끼 먹자고 했던 일이 있었다. 20대초반 뭣모르고  방송일을 할 때 꽤나 나를 믿어줬고, 어느정도 경력이 됐을 때 다시 만나 같이 일을 하며 서로의 연을 이어왔던 터라 당연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방송일이 다 그렇듯, 시간대가 다른 방송을 하면 잠깐 만나 차를 마시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 시간 맞춰 밥 한끼 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같이 한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그냥 보내드리기엔 내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고민하던 중  은퇴하는 피디님이 마련한 저녁모임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았다. 따로 만날 시간을 잡더라도 일단은 그곳에 가서 인사를 드리는게 에의라는 생각이 들어 그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지 않아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들었던, 그런 자리였다.


이렇게 방송을 시작할 때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하나 둘 은퇴를 하는 시기가 됐다. 이 말은 다시말해 나 역시도 은퇴를 생각할 시기가 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퇴직금도 없는 그래서 퇴직이라는 말도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는 언제 어떻게 은퇴를 하는게 맞는 걸까? 사실 이 고민은 방송 경력이 쌓여가면서 아주 깊게 그리고 자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론 박수 칠 때 떠나고도 싶었고 때론 당장 그만두고도 싶었고,  하지만 그러기엔 이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 언젠가 나도 잘릴테니 그때 기분좋게 그만두자. 그러니 원없이 최선을 다해 이 일을 하자"였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의 안식년을 갖고 복귀했을 때도 앞으로 10년이면 그런 때가 오겠지 하며 다시 방송국에 왔고, 어느새 그 10년의 기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프리랜서에게 은퇴는 있는 것일까? 내가 정하면 그게 은퇴인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라 하지만 그래도 만60세를 정년으로 보고 있다면,  프리랜서도 60세를 정년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갖고 있는 몇안되는 작가들이야 정년없이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 같은 이름없는 작가들에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어느정도의 나이가 되면 스스로 방송국을 떠나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일화도 생각이 난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 피디가 나를 보며 "오래 일했죠? 언제까지 할건가? 할머니 작가가 될 때까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당시에는 웃어 넘겼지만 '같은 여자이며 같은 직종에 종사하면서 왜 자신들은 정년까지 일은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프리랜서들은 그게 안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피디는 그냥 피디고 작가가 나이 먹으면 할머니 작가인가?'라며 속으로 분개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그것만이 내가 편견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아닐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프리랜서들 사이에서 제작자가 나를 찾게 하는 능력은 지녀야 할 듯 하다. 나이를 떠나 성별을 떠나 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나만의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박수칠 때 떠나든, 할만큼 했다며 해고를 웃으며 받아들이든, 한사람이라도 나를 찾을 때까지 버티든, 뭐든 할 수 있겠지. 할머니 작가로 불리면 어떤가. 그 의미가 '나이가 많이 든' 이 아닌 '관록이 돋보이는' 이라는 의미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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