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디 카바디 카바디"
이 일을 하다보면 알기 싫지만 알아야하는 일들도 있고, 어쩌다보니 그것까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보니 그 소식에, 그 인물에 눈길이 더 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렇게 어쩌다보니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스포츠현장들을 다닐 기회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남들은 별일 아닌 듯 스쳐가는 스포츠 뉴스에, 그리고 그 뉴스의 주인공에 자연스레 시선이 멈추곤 한다. 무에서 유를 만들겠다는 여자럭비가 그랬고, 봅슬레이 스켈레톤의 올림픽 도전이 그랬고, 야구가 계속 하고 싶어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했다는 여자야구 선수의 이야기도 그랬다. 남들이 다 아는 이야기말고, 이미 인기있는 선수나 종목 말고, 열악한 상황이지만 열정만은 내가 또는 우리가 최고라며 미지의 세계를 개쳑하는 그들을 나는 조명하고 싶었다. 아니 조명해주고 싶었다.
이번엔 카바디였다. 스포츠방송을 업으로 하는 나에게도 카바디는 아시안게임을 다룰 때 이야기 하는 이색종목 그정도였다. 그나마 스포츠예능 뭉쳐야 찬다에 출연한 이장군 선수를 통해서 카바디는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여자카바디 선수들은 노는 언니에, 주장 김희정 선수는 OTT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카바디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려 애썼다. 대표팀 훈련지인 부산에서 새벽 운동을 하고 서울로 비행기를 타고 와 방송출연을 하고 다시 복귀하는 당일치기 일정도 이들에겐 고민도 필요없이 주저없이 할 수 있는 일들 중 하나였다. 카바디는 남들에겐 비인기종목일지 모르나 그들에겐 최고 인기종목이며 그 종목의 국가대표이기 때문에, 또 재밌고 행복하기 때문에, 하지만 훈련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출연 며칠 전 완성된 원고를 통해 물어보고 싶은 말을 전했다. "뭐가 그리 좋냐고, 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카바디를 못떠나고 있냐고". 김희정 선수는 방송을 통해서 " 너무 재밌다. 그리고 팀이 하나돼서 뭔가를 해내는게 너무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래서 여자대표팀 선수 11명이 투잡 쓰리잡을 뛰면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대표 선수가 알바를 왜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카바디는 국내에 실업팀이 하나도 없다. 국가대표 훈련을 할 때나 최소한의 지원 속에 훈련을 하지만 그 외 시간은 생계를 위해서 그리고 카바디를 계속 하기 위해서 알바를 하며 버텨야한다. 이들이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말하고 전국 방방곡곡 카바디를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이유, 그것은 어쩌면 목표이자 그리고 꿈일 수도 있는
'실업팀 창단'이다.
어쩌면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말하면 요원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인기종목이 그것도 여성스포츠가 대한민국에서 처음부터 레드카펫인 적은 없었다. 누군가가 초석을 깔았고 누군가는 개척했고 누군가는 피나는 노력했고, 또 누군가가 메달을 따며 비로소 빛을 봤다. 카바디, 그중에서도 여자카바디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남자 한국카바디는 종주국 인도리그에 진출해 이장군 같은 스타를 만들어냈다. 언젠가 여자카바디도 그런 날이 오겠지. 아마 올 것이다. 꼭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김희정 선수를 비롯해 한국여자카바디를 지키고 있는 11명 국가대표 선수들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래서 그들이 노력의 결실을 보며 정말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PS : 카바디는 인도말로 '숨을 참다' 라는 뜻으로 '숨을 멈추고 공격한다'의미라고들 한다.
경기 중 카바디 카바디라는 말을 계속 하면서 경기를 하는게 특징이라고 하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볼때 참고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