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Copy)라는 글, 들어 보셨나요? 맞습니다. '광고 문구'입니다. 야놀자의 "야야야 야놀자"처럼 유쾌하고 발랄한 문구부터 아시아나 항공의 "파리는 어째서 이름도 파리인건지" 같은 감성적인 문구, 이케아의 "새삶스럽게"처럼 기발한 문구까지, 광고 속에 등장하는 글은 모두 카피입니다. 사람들을 움직여야 하는만큼 카피는 본질적으로 매력적인 글입니다.
그럼에도 카피를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광고를 피하려 돈까지 지불하는 마당에 누가 일부러 광고 문구를 읽으려 할까요. 심지어 카피를 위해 주어진 지면은 좁기만 합니다. TV 광고 기준 15초, 길어야 30초가 주어진 시간의 전부입니다. 이 몽당연필 같은 글은 어떻게 숱한 악조건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인식을 바꾸는 걸까요? 어떤 카피는 숫자로 혜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어떤 카피는 뇌리에 대상을 때려 박는 중독성 강한 요소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광고의 지속성과 임팩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출발한 '좋은 카피'가 꼭 필요합니다.
좋은 카피를 마주하는 순간, 카피는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카피는 광고의 타깃이 지닌 목소리를 닮아 있습니다. 엄마가 타깃인 카피는 엄마의 목소리로, 대학생이 타깃인 광고는 대학생의 목소리로 말을 하죠. 누군가의 목소리를 닮기 위해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들은 안테나를 바짝 세운 채 일상을 들여다보고 영화, 만화, 드라마, 잡지, 소설, 시, 에세이를 종횡무진 누빕니다. 이를 통해 카피라이터들은 모두가 한 번쯤 해 봤던 생각, 어렴풋이 느끼지만 정확히 뭐라 말하긴 어려운 감정과 제품이 맞닿는 지점을 포착해 카피에 담아냅니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깊이가 결국 카피의 힘인 셈입니다.
그래서 좋은 카피에 귀를 기울이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각 상품에 얽힌 사람들의, 가장 보통의 목소리를요.
카피의 매력에 반한 팬으로서 좋은 카피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시대와 나라와 매체를 떠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카피를 엄선해서 말이죠. 카피에 얽힌 에피소드이니 '카피소드' 쯤이 될까요.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는 분도, 영감의 원천을 찾아 헤매던 분도 모두모두 환영합니다. 콘텐츠와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의 재치는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더군다나 그 속에 사람 사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재미를 위해서나 영감을 위해서나, 카피만큼 가성비 좋은 글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