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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Jul 07. 2024

이참에 맨부커상에 도전을?

연중 제14주일 / 마르코복음 6,1-6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거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조회수에 민감합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브런치도 마찬가지고요. 저 역시 조회수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저 자신을 보게 되면서 '알림' 설정을 꺼버렸지만, 많은 사람이 제 글을 읽고 공감했다는 댓글이나 피드백을 받으면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지난주에 썼던 강론이 '오렌문학상'이라는 브런치계의 노벨문학상(^^)을 받았답니다. 오렌 작가님은 재미 삼아 주는 상이라고 하지만, 오렌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고 있찐 구독자인 저로서는 이상문학상만큼이나 가치로운 상이었기에, 한 주간 동안 하늘을 날고 구름을 밟는 기분이었다지요.


아무튼 그렇게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제 글이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저이지만, 친정 식구들에게는 제가 브런치 작가라사실을 숨기고 있습니다. 친정 식구라야 부모님이 작고하셨으니 나이 든 오빠와 언니 정도라서 그들이 노안에 돋보기를 쓰고 제 글을 읽어주기나 할지 모르지만, 제가 숨기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그들에게 저는 아직도 제 앞가림이나 잘하고 살지 걱정되는 철부지 막냇동생으로만 보이겠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제가 오렌문학상을 탄 것에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글을 쓴 결과, 기똥찬 책을 써서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 나아가 맨부커상을 탔다고요. 그러면 제 이름은 뉴스에 도배될 거고, 저를 인터뷰하겠다는 기자들이 따라다니겠죠. 제가 북토크를 한다거나 강의를 한다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거고, 어쩌면 방탄소년단의 '아미' 같은 팬덤, 팬클럽이 생길지도 모르죠. 그리고 저는 그 팬들과 함께 제가 어릴 적에 살던 미아리 집을 가보는 거예요. 그런 소문이 친정 식구들 귀에 들어간다면? 그들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쟤가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을까? 저런 실력을 어디서 받았을까? 나이 들어 보육교사 하면서 애들 똥이나 닦아주던 쟤의 삶에서 저런 기적들이 일어나다니! 쟤는 나와 형제간이 아닌가? 쟤 친구들 중에서 출세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 이 말은? 왠지 익숙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온 말씀을 살짝 바꾼 거예요.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며 다니시다가 제자들과 함께 고향에 가셔서 가르치셨더니, 고향 사람들이 예수님을 보고 한 말이죠. 제가 바꾸기 전, 원래 복음 말씀은 이러합니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을까? 저런 지혜를 어디서 받았을까? 그의 손에서 저런 기적들이 일어나다니!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우리와 함께 여기에 살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제가 맨부커상을 타면 제 친정 식구들도 저를 못마땅하게 여길까요? 친정 식구들은 모르겠으나 저를 못마땅하게 여길 사람들이 꽤 많을 겁니다, 슬프게도.)


예수님은 당신을 못마땅하게 여긴 그들에게 "아무런 기적도 일으키실 수 없었"습니다. "몇몇 병자에게 손을 얹어서 병을 고쳐주"셨다는 말씀이 있는 걸로 보아, 예수님이 일부러 치유하지 않으셨던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을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기적을 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그건 예수님답지 않게 너무 옹졸하지요.(저는 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책에 사인도 해주지 않을 겁니다. 그 동네에서는 북토크도 안 할 거예요. 저는 매우 옹졸하고 찌질하거든요!)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복음을 묵상하니 말씀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군요!


가톨릭 신자분들은 다 아시지만 주일 미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라고 해요. 말씀 전례가 성경 말씀을 듣고 새기는 시간이라면, 성찬 전례는 예수님의 계명대로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시간입니다. 예전에는 미사 시간에 늦게 가도 영성체만 하고 와도 괜찮다고 할 만큼 성찬 전례에 무게를 두었지만, 요즘은 말씀 전례도 성찬 전례와 같은 비중으로 참례하도록 권고하고 있어요.


특별한 대축일이 아닌 일반적인 주일에는 세 편의 말씀이 봉독됩니다. 제1독서는 주로 구약에서, 제2독서는 사도행전이나 서간문 등에서 발췌되지요. 그리고 복음은 말 그대로 네 편의 복음서 중에서 뽑아 읽습니다. 아무 거나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읽는 게 아니라, 전례력에 따라 정해진 말씀들을 읽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제1, 제2 독서 부분은 전혀 다루지 않고 복음을 위주로 글을 써왔습니다. 가톨릭 교리보다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분에게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예수님을 잘 모르면서 교회에 다니라고 하는 것은 신랑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결혼해서 시댁에 들어와 살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봅니다. 복음을 모르면서 구약과 서간문부터 강조하는 것은 신랑이 살아온 삶을 모르면서 시댁 족보를 공부하라는 것과 비슷하고요.


그러나 가끔은 신랑을 이해하기 위해 시댁 가풍을 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만약 오늘 복음이 잘 이해되지 않으신다면, 특히나 '예수님에게 형제가 어딨어? 독생자라면서 누이들이라는 건 무슨 말이야?'라는 궁금증이 생기신다면, 제1독서(에제키엘 2,2-5), 제2독서(코린토 2서 12,7-10)를 참고해서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두 개의 독서와 병행해서 읽어 보면 이번 주일 복음 말씀의 핵심예수님 가족관계의 진위를 따져보는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이 완고하거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때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다는 것,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하느님은 아무 변화도 일으켜 주실 수 없다는 것,

하느님의 뜻은 어쩌면 아주 가까운 사람, 가장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


이런 것이 오늘 복음을 통해 묵상해 볼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아요. 그러니, 이제 맨부커상 후보 명단글방구리가 떴다고 해도 못마땅해하지 않으실 거죠? 하느님은 평범한 사람을 통해 비범한 일을 하시니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2 코린 12,9)라는 말씀이 제게도 이루어질 수 있잖아요. 맨부커상은 십 초도 지나지 않아 가짜뉴스라는  알아채시겠지만요.^^


나자렛에서 무시를 당하시다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고향으로 가셨는데 제자들도 그분을 따라갔다. 안식일이 되자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많은 이가 듣고는 놀라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을까? 저런 지혜를 어디서 받았을까? 그의 손에서 저런 기적들이 일어나다니!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우리와 함께 여기에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곳에서 몇몇 병자에게 손을 얹어서 병을 고쳐 주시는 것밖에는 아무런 기적도 일으키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다.
Die Verwerfung Jesu in Nazaret
Jesus ging von dort weg und kam in seine Vaterstadt, und seine Jünger folgten ihm. Als der Sabbat kam, fing er an, in ihrer Synagoge zu lehren. Und viele, die zuhörten, wunderten sich und fragte: Woher hat er das? Und was ist das für eine Weisheit, die ihm gegeben ist? Und was für mächtige Taten, die durch seine Hände geschehen sind? Ist er nicht der Zimmermann, der Sohn der Maria, und der Bruder des Jakobus und Joses und Judas und Simon? Sind nicht auch seine Schwestern hier bei uns? Und sie nahmen Anstoß an ihm. Jesus aber sagte zu ihnen: Ein Prophet gilt nirgends weniger als in seinem Vaterland und bei seine Verwandten und in seinem Hause. Und er konnte dort nicht eine einzige Tat tun, außer daß er wenigen Kranken die Hände auflegte und sie heilte. Und er wunderte sich über ihren Unglauben. Und er ging rings umher in die Dörfer und leh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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