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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Sep 30. 2024

굶다

거리에 사는 우리가 밥 먹듯 자주 하는 행위

나는 오늘 집사가

'굶다'와 '먹다' 두 단어를 놓고

어떤 걸 고를지 하루종일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네.

정반대의 두 단어 중에 우리가 알만한, 우리에게 더 어울릴 만한 단어를 뭐라고 생각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네.


자네는 굶다를 골랐구먼.

우리도 때로는 굶고, 때로는 먹지만

굶는다는 게 더 익숙한 듯하이.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영역 싸움을 불사하며, 남의 집 처마 밑으로 기어드는 우리를 보며

우리가 오랫동안 굶고 다니지 않았나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네.


동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목숨은 부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끼니만큼은 챙겨주려는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우리의 굶주림을 걱정해 준다고 해서

자네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자네들은 굶고 있는 우리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마음을 배우는 걸 수도.


굶기를 부잣집 밥 먹듯이 해온 우리는

한 움큼의 사료에 그저 고마울 뿐이라.

우리의 굶주림을 염려해 주는 그대들의 마음은 우리의 허기를 채워주는 사랑이니, 우리가 할 말은 오직 한 마디.


고맙네.

우리를 딱히 여겨주는 캣맘 캣대디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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