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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Sep 23. 2024

울다

나도 때로 흘리고 싶어, 눈물

이렇게 말하면 우리를 교만하고 잘난 체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개'와는 달라. 개 같지 않다는 말이야.

아하, 이 개 같지 않다는 말 자체가 욕설처럼 들릴 수 있겠네.

사람 곁에 빌붙어서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라는 점에서

개나 고양이나 도긴개긴이라고 여길 테지만,

우리를 개와는 다르게 대접해 준 것은 바로 당신들이란 말일세.


개나 고양이나 사람 말을 하지 못하는 건 같지.

그런데 개가 말을 하면 '짖는다'라고 하지만, 우리가 말을 하면 '운다'라고 해.

사람들끼리는 무슨 행동을 해도 '짖는다'는 표현을 하지 않지.

어감상으로도 그리 우아하게 들리지는 않아.

다른 사람에게 일부러 모멸감을 주기 위해서 "어느 집 개가 짖는지"라고 말하기도 하는 걸 보면,

짖는다는 말은 조금 상스럽게 들리기도 해.


그렇지만 '운다'는 말은 달라.

사람으로 태어나 울지 않는 사람은 없지.

말을 못 할 때야 자기 욕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울지만,

말을 배우고 난 다음에는 울 일이 있을 때만 울어.

슬픈 감정을 참지 못해 울기도 하고,

격분해서 울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기뻐서 울기도 해.

특히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며 두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는 눈물은 얼마나 고귀하던가.

시의적절하게 흘리는 눈물은 사람의 내적인 품위를 드높여 주지.


그렇게 멋진, 운다는 말을 개들한테는 주지 않았지만, 우리 고양이들한테는 준 걸 보면 우리를 개와는 다른 종족으로 여긴다는 게 증명된 게 아니겠나?


물론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운다'라고 하는 게 다 옳다는 뜻은 아니야.

우리는 배가 고프다거나, 똥이 마렵다거나, 문을 열어달라거나 하고 말하고 싶은데,

그게 어찌어찌하다 보니 다 똑같은 소리로 들리는 바람에 그렇게 우는 걸로 퉁쳐지는 거지.


사람들은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나.

한여름 목이 터지게 짝을 찾는 매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운다'라고 하고,

이른 새벽 아침이 왔으니 벌레를 잡으러 가겠다고 이야기하는 새들의 대화도 '운다'라고 해.

아, 새들에게는 간혹 '지저귄다'는 말을 하기는 하는데,

개처럼 '짖는다'라고 하기에 새들의 소리는 맑고 곱게 들려서일까?

아무튼 우리도, 매미도, 새들도 모두 시도 때도 없이 울기만 하는 울보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네.


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우리도 사람들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다네.

네 다리 쭉 뻗고 땅을 치며 통곡하고 싶을 때가 있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내 새끼들을 '냥줍'해 가버렸을 때,이제는 컸다고 엄마에게서 억지로 내쳐졌을 때,

어린것이 천방지축 까불다가 큰길에서 로드킬 당하는 걸 건너편에서 그저 바라만 봐야 했을 때.

그럴 때는 사람들처럼 흑흑 흐느껴 울고 싶다고!


그래, 마음이 아프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울게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도 사람이라서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 여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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