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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옥 Jan 15. 2024

다른 사람에게 쉬운 일이 왜 나에겐 힘들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소리 없는 눈물 속에 필름 안에 갇혀 있었던 나의 인생이 하나하나 아이들이 어렸을 땐 영원히 같이 살 줄 알았다. 그땐 내가 최고인 줄 알았다. 살아온 삶들이 다 착각과 환각들이었다. 세상에 영원한 것 아무것도 없다고들 하지만 지금 나에겐 내 몸 덩어리 하나만 덜렁 안고 있다. 남편이 영원히 떠난 것도 아닌데도 다른 사람은 아주 쉽게 생각할 수 있을 수도 있는데 왜 나에겐 이렇게나 힘이 들까? 혼자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바보같이 살아온 나의 부산물이니 누구에게도 원망할 수도 없다.

    그 와중에도 알래스카 여행을 일주일 다녀오게 되었다,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라 할 수 있고,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갖추고, 자연과 더불어 하이킹,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좋은 곳이다. 9월의 알래스카는 애스펜 단풍의 노랑 물결이 춤을 추고 있었다. 살포시 찾아온 비님들과 햇살이 어울려 너무나 선명하고 예쁜 노랑빛깔의 잔치에 흥이 돋았다.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도 저 단풍처럼 아름답길 바란다고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데날리산은 6,194미터 높이로 맥킨리 산맥 우뚝 솟은 봉오리엔 눈꽃이 피어 있으며 산들이 병풍으로 둘러싸여 위대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페어뱅크스에 핫 스프링스 유황 온천에서 몸을 녹이고 행복감에 젖어 모든 고민이 사라져서 감사했다. 여행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빙하를 본 것이며 빙하가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그 규모에 압도를 당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일주일 여행이 끝날 즈음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오고 눈처럼 차가운 바람과 함께 명치끝이 아련히 아파왔다.

    알래스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무척 힘들었다. 텅 빈 집안에 들어와 멍하니 몸을 움직이면서 스위치를 살며시 올렸는데 불이 켜지지 않아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흑 같은 어두움에 폰 배터리까지 하나도 없었다. 앞이 캄캄해지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머릿속이 마비가 되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누구에게 전화를 할 수도 없고 갑갑했다. 내가 가장 두려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일단 불이 있어야 하니 홈디포에 가서 손전등이라도 사야 했다. 겁에 질린 모습으로 홈디포에서 손전등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혼자 있는 것도 힘들어 텔레비전 소리를 최대한 올려 두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머리까지 아팠다. 또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너무나 화가 나 전화를 절대로 하지 않고 혼자서 보란 듯이 살아가야지 매번 다짐하지만 절대 나에게는 쉽지가 않다. 다른 사람에겐 쉬운 일이 왜 나에게는 힘들까?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모든 게 정지다, 사람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깨달은 순간이다. 무기력한 상태에서 두려움과 무서움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고 귀신들만 온통 생각이 나니 살아있는 게 살아있는 게 아니다. 드디어 남편에게 전화를 들었다. 하지만 답변이 없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깊은 잠에 빠져있겠지만 또 원망스러웠다. 다시는 남편에게 의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입술을 깨물면서 다짐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남편에 대한 원망이 더 강해지고 내 인생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한 사람에게 내 인생 전체를 맡겨두고 살아온 나의 10년을 되새김질해 보니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을 하고 살았다 말인가? 아이들은 다 커서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자식들보다도 더 못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댄스를 가르치고 일도 쉬지 않고 있는데도 내가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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