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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Feb 17. 2024

#01. 어느 웹툰 작가의 말

미숙한 사랑은 나르시시즘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웹툰의 작가의 말에서 이 문장을 만났다.


미숙한 사랑은 나르시시즘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첫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에게 사랑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하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미숙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내게 사랑은 늘 양질의 어떤 것이었는데, 때론 음이 될 수 있다는 게 어려웠다.


* 미숙하다: 열매나 음식이 아직 익지 않은 상태에 있다.


열매를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제대로 여물지 않은 사랑은 결국 자기중심적인, 그리고 이기적인 마음가짐일 뿐이라는 데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짝사랑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짝사랑을 지속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애정하는 본인 스스로를 사랑해서 기나긴 짝사랑을 끝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이타적인 사람이라도 ‘나’를 넘어서는 존재를 만들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본질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것. 이 둘은 충분히 양립 가능하지만 사실 뭐가 진솔한 사랑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사랑을 담아]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무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의중을 존중하는 걸 넘어, 그의 죽음까지 존중할 수 있다는 게 내겐 놀라울 뿐이었다.


사랑에 붙여지는 무수한 정의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정의를 이야기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사랑이란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결심이다. 그게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다. 사랑하기로 결심하면 그다음의 일들은 저절로 일어난다. 사랑을 통해 나의 세계는 저절로 확장되고 펼쳐진다.


사랑에 내리는 다양한 정의를 읽어왔다. 지금까지 읽어온, 그리고 앞으로 읽게 될 많은 사랑 중 어쩌면 이게 가장 다정한 정의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가치에 어떠한 부담도 지우지 않아 좋았다.


일단 시작하면 저절로 세계가 확장된다는 말이, 사랑은 엄청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더 좋았다. 뭐 하나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사랑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고, 그러니까 늘 사랑하기를 결심하라고 얘기하는 듯한 표현들이 참 따뜻했다.

최근 공부를 하다가 애덤 스미스의 행복론을 접하게 됐다. 애덤 스미스는 행복의 필수 요소로 진정과 마음의 평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두 가치는 감사한 마음과 사랑에 의해 가장 잘 촉진된다고 덧붙인다. 우리가 삶의 끝에 두고 좇는 최상의 가치는 아마 행복일 것이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은 다채롭겠지만, 그 다채로움을 관통하는 딱 하나가 있다면 사랑이 아닐까 싶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멋진 편집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 따뜻한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고, 믿음직스러운 딸이나 언니 혹은 누나가 되고 싶기도 하다. 나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꼭 되고 싶은데, 결국 이 모든 사람이 되기 위해 난 사랑을 가장 잘해야 한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사랑스러울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부디 나의 사랑이 미숙하지 않기를 바라며, 함께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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