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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글렛 Apr 26. 2023

요즘 온라인 게임은 너무 비싸다

한국형 과금 모델,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번엔 ‘디아블로4’로 서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디아블로 이모탈(이하 이모탈)’로 시작해볼까 한다. 디아블로 이모탈을 플레이하던 중, 특정 구간을 클리어 할 때마다 과금 패키지 상품을 특가로 판다는 광고 팝업창이 떴다. 그리 비싸지도 않았고, 나름 합리적인 구성이었기에 곧바로 결제했다. 이왕 하는 거 알짜배기 과금 모델인 ‘배틀패스(특정 기간 동안 레벨 업이나 일일/주간 과제 등을 통해 진척도를 올려 다양한 보상을 얻는 시스템)’도 질렀다. 하루 숙제를 모두 끝내고 종료한 후, 구글 결제내역을 확인했다. 이모탈을 플레이하는 며칠 동안 과금한 액수가 5만원을 가뿐이 넘었다.


평소 나는 게임에 돈을 쓰는 것(현금결제)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오락기에 동전을 넣거나 관람료를 내고 공연을 보는 것처럼 당연한 지출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즐기기 위한 대가이기에 자연스럽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좀 이상하다. 특히 부분유료 게임(온라인/모바일)을 할 때면 그렇다.


2001년 넥슨이 처음 도입한 부분유료화 정책은 대한민국 게임 수익구조의 기초가 됐다. 부분유료 게임의 대중화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금액을 지불하는 게 아닌, 게임 내 아이템과 편의를 위해 기꺼이 돈을 내는 방식(과정을 돈으로 사는)을 익숙하게 만들었다. 미디어에서 광고하는 우리나라게임 치고 부분 유료화가 아닌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게이머들은 이에 적응했다.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은 무과금으로 플레이하거나, 스팀(PC게임 유통 플랫폼)과 콘솔 등 패키지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스팀 상점페이지

적응하기 힘든 이유는, 온라인 게임의 과금에는 상한선이 없기 때문이다. 패키지 게임은 정가가 있다. 때때로 할인도 하지만, 어쨌든 정해진 가격과 상한선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패키지 게임 가격은 AAA급 게임에 책정된 풀프라이스가 8만 원대, 실물 패키지의 경우도 일반 판은 9만 원대 이하로 매겨진다. 가장 비싼 경우가 그렇고, 웬만하면 7만 원대 이하로 대부분의 게임을 구입할 수 있다(추가로 발매되는 DLC도 웬만하면 본게임 가격보다 낮게 책정된다). 나처럼 세일기간에 찜해둔 게임을 몰아서 사는 경우는 그보다 더 값싸다.


부분유료 게임의 과금 모델은 어떨까. 모바일 게임으로 예를 들면,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소득비례형 과금 모델’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층층이 구성돼 있다. 싼 건 몇 천원이지만, 비싼 건 10만원을 가볍게 넘는다.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게임의 과금 시스템이 온라인 게임에서 넘어온 산물이기에 당연하다. 각종 구성품을 집어넣은 패키지 상품을 비롯해, 이중가챠, 삼중가챠, 컴플리트가챠(확률형 아이템) 등 다양한 뽑기 상품이 늘어서 있다. 이젠 캐시아이템의 가격이 웬만한 패키지 게임 가격을 상회한다.

리니지2M 다이아 상점

‘이게 맞는 걸까?’ 싶은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비싼 과금 상품들이 캐시샵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운에 따라 결정되는 뽑기 상품을 웬만한 풀프라이스 게임 가격만큼 주고 사는 게 맞는 걸까. 수집형 RPG에서의 캐릭터 몇 개가 ‘콜 오뷰 듀티’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걸까.


사실 서로 다른 두 게임방식의 가격과 가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패키지 게임은 대체로 플레이타임이 정해져 있다. 게임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찍고 나면 더 플레이를 지속할 만한 새로움이 없다. 반면에 부분유료 게임은 기본적으로 라이브 서비스 기반이다. 서비스를 종료할 때까지는 게임이 멈추지 않는다. 스토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콘텐츠가 추가된다. 유저간의 직접적인 교감도 활발히 이뤄진다.


게임사의 운영 방식도 다르다. 패키지 게임은 한 번 완성을 시키고 나면 이후엔 별도의 서비스에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패치나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라이브 서비스가 아닌 이상 추가적인 서버를 구축하거나, 관리하는 인력도 별로 필요하지 않다. 온라인 게임은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에 운영에 있어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된다.


과금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다. 어느 정도가 적절한 과금인지는 철저히 개인의 판단에 맡겨진다. 그렇다고 해도, 10만원이 넘는 과금 상품은 과하다는 생각이다. 비싼 상품을 산다고 해서 더 이상 과금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아니다. 한 번 과금을 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다.


통상 이런 종류의 게임은 진행과정에서 유저가 끊임없이 결핍을 느끼게끔 설계되어 있다. 일반적인 루트로 진행하다보면 막히는 구간이 발생하고, 이를 과금으로 타개하다 보면, 막히는 순간이 돌아올 때마다 결국 돈을 써야한다는 간편한 생각으로 귀결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얼마를 쓰던 결핍은 계속해서 존재한다. 3만원을 쓰든 10만원을 쓰든 해결되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얼마가 됐든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되는 것이다.

에버소울의 한정 패키지 상품. 한 번의 투자로 게임의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완성형 과금 상품은 없다.

얼마 전 ‘디아블로4’가 높은 출시 가격으로 인해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다. 블리자드는 결국 한국에서의 정식 출시가격을 낮추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에서의 과금 모델은 그러한 비판적 논의가 덜하다. 종종 가격 논란이 터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묵인된다.


‘불만 있으면 안 사면 된다’는 논리는 게임을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비싼 과금 모델은 게이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지갑사정에 따른 진입장벽을 형성한다. 진입장벽은 결국 결핍이 된다. 결핍을 해결하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 그 비싼 상품을 지른 유저들이 내 눈앞을 지나다닌다. 경쟁심리를 부추기고 소외감을 형성한다. 진입장벽은 곧, 넘어야만 하는 산이 되는 것이다.

리니지2M의 신화클래스 ‘라울’

리니지의 핵심인 ‘공성전’은 매력 있는 게임 콘텐츠지만, 아무나 즐길 수 없다. 게임에서의 진입장벽이 현실에서의 자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노력만으로 허물 수 없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조건이 현실의 경제력과 맞닿아 있다면, 그자체로 지나치게 불공평한 게임이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서비스 기반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일명 ‘트럭사태’라 할 만큼 공론화가 크게 됐다. 게임 가격이 비싸진 만큼 서비스도 좋아져야 하는데, 그 질이 낮다는 데서 온 불만이 터진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뤄졌다. 그런데, 운영의 퀄리티를 문제 삼기 전에, 먼저 게임이 팔고 있는 상품의 비싼 가격이 합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했던 것은 아닐까.


온라인 게임 과금 모델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듯 정해진 규칙이 없고 가격 폭이 다소 크다. 과금 상품 하나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출시돼도 아무런 제제가 없다. 제도화된 가격 체계도 없고, 자율규제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게임의 시장성이 내수 시장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갈라파고스화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가정이다. 완전 경쟁시장에서는 효율이 나타나지만, 현실의 시장은 독과점과 제한된 경쟁의 구조이기 때문. 모바일 게임 매출순위 상위권도 대형게임사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한된 경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의 과금을 다른 표현으로 현질이라고 부른다. 다분히 비하적인 표현이다. 요즘은 고급지게 P2W(페이 투 윈)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게이머들도 시대변화를 겪으며 더는 공짜로 게임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게임사도 먹고살아야 함을 이해하기에 일련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현질’의 영향력이 비대하게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공식석상에서 우리가 게임을 떳떳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선, 우선 건강한 게임 문화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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