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의 조각
겨울 아침의 조각
한선옥
열여덟의 가난은 보일까 두려운 낡은 속옷 같은 것.
감추려 해도 여닫는 사이 구차함을 들켜버린다.
사춘기 마음 같은 창호지 문,
종이 한 겹은 검지 하나로 뚫려버린다.
커튼은 언감생심 못질이 버거운 벽에 가림막을 건다.
산동네 사람에게 유독 매정한 겨울바람 속.
세상을 마주한 나처럼 여름 홑청은 가소롭다.
주인집 할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번번이 쓰레기차를 놓치는 나를 얼띠기라고 했다.
태어나 처음 들어 본 말에 찔끔, 눈물을 숨기려 허둥거린다.
쓰레기 같은 쓰레기통을 들고 종종종 따라가는 언덕길.
친절하지 않은 트럭을 쫓는 산동네 사람들의 재촉된 걸음은
현생을 소개하는 한 막의 팬터마임이었다.
굳은 채 서서 가쁜 숨들을 바라보던 언덕은
결코 친절을 구하지 않는 곳이라는
서늘한 현실을 수신받던 겨울 아침의 한 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