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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이 Oct 23. 2023

고독을 치웁니다

제11화 텅 빈 마음을 채우는 걸로 무엇이 좋을까?

현기와 손사장이 몰고오는 트럭보다 김씨는 20분이나 먼저 도착해 있었다. 김씨는 고인의 집 주소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어딘지 가늠하고 있었다. 골목 안쪽 막다른 곳에 자리하고 있는 낡은 집의 대문 밖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구더기와 줄 무늬가 선명한 검은 알 껍질들이 가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때마다 막다른 집에서 풍기는 특유의 시취가 주소보다 더 정확하게 고인의  집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일찍 왔네요. "손사장은 딱히 김씨가 마땅하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반가웠다. 어젯 밤에라도 갑자기 못하겠다는 연락을 해올까봐 핸드폰 전원도 꺼놓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다가 자신보다 먼저 도착해서 집까지 찾아낸 김씨가 잠깐이라도 대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기는 고개를 숙여 김씨 아저씨 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방진복과 방독면을 건넸다.

"일단 이것부터 입으세요."

"입어야 해요. 지저분하고 냄새나서 힘드실 거예요. 다행히 가을이라 덜 더워서 그렇지 여름에는 방진복 입고 하지도 못해요. 땀이 얼마나 나는 지, 말도 못한다니까요."




쓰레기 집이나 고독사한 집을 치울 때는 입구부터 처리하면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장비를 가지러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고 세균이 밖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사장은 이번에도 호흡을 크게 하고는 문을 열었다. 집안은 상상한 것만큼 엉망이었다. 김 씨의 입장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모습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꽉 차 있던 쓰레기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현관 문 쪽으로 비스듬한 경사를 이룬 쓰레기들은 거의 천장까지 차 있었다,  너무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여기서 망자실하다가 일할 맛이 떨어져 버린 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현기가 먼저 봉투에 쓰레기를 담기 시작했다. 제일 큰 봉투에  채 열여덟 개를 버리고 나니 겨우 들어갈 자리가 생겼다. 안 쪽이 궁금한 손사장이 먼저 고인이 누워있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에고마, 환장하겠다."

그 말을 들은 현기가 손사장이 있는 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고인이 누워있던 자리 주변으로 대변 덩어리들이 천지였다. 소변은 말라붙어 있었다.  처참했다. 고인이 누워있던 머리맡 쪽으로 보행기가 놓여 있었다. 고인의 마지막 즈음엔 저 보행기에도 지탱할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없었나 보다. 잠자리에 가깝게 용변을 본 것을 보면  추측할 수 있. 현기는 더 이상 대변 덩어리들이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힌사람이 죽어가면서 느꼈을 수치심의 덩어리들은 고의 몫이 아니길 바랐다. 그것만큼은 자신이 해결해 줄 수 있었다. 현기는 김 씨가 놀라지 않게 바깥쪽에 있는 쓰레기 부터 완벽히 치워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고인의 대변 덩어리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소변과 대변들은 말라 붙어있어 약품을 뿌리고 긁어내야 할 정도였다. 손사장도 옆에서 체액이 말라 붙은 자리에 약품을 뿌리고 끌로 긁어내기 시작했다.

김씨는 그 두 사람이 작업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손사장은 김 씨가 너무 기가 막혀서 고개를 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씨는 보행기와 바구니 안에 가득 채워져 있는 약봉지를 보고 고개를 저은 것이다.  김씨는 그 약봉지가 마치 자신의 앞날을 보여주는 예고편인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혼자사는 것도 서럽던 사랍들이 몸까지 아프게 되면 정말 절망적인 상태가 된다는 걸 절감했다. 김씨는 고인이 처음 자신의 잠자리 옆에서 용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를 상상했다. 분명 수치스러웠을 거다. 용변조차 가리지 못하는 자신이 수치스러우면서도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처지가 한탄스러웠을 거다.


김씨는 고인이 생활하면서 만들어낸 쓰레기보다 밖에서 주워들인 쓰레기가 많다는 걸 발견했다.  고인은 자신의 집을 이 쓰레기들로 채워가면서 허한 마음을 메꿔가고 있었을 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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