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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늘 May 19. 2021

정신병원에 다녀온 이야기

지금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당신에서..

긴 병에 장사 없다는 데 내 정신은 병원 생활 2개월 반 만에 무너졌다. 오랜 전부터 생각해오던 자살생각을 좀 더 많이 깊게 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에 병원을 가면서 매일매일 수 없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죽을까 생각했다. 갑자기 눈물은 시도 때도 없이 나고 저 깊은 바다에 몸이 점점 잠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놓고 남편에게 어머니에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결국 터질 것은 터져서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다. 


병원에서 3일 동안 머무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딱히 약이 좋고 의사들이 진료를 잘해준다 그런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누리며 살아온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병원 안은 창문이 없는 감옥의 독방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가본 적은 없지만 아무도 없는 방 안에 나 혼자 덩그러니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갑자기 끌려온 지라 핸드폰은 방전되고 갈아입을 옷도 없었다. 


자유를 구속당해보니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동안 내가 누리고 살아온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 초밥이 너무 먹고 싶다 
 음악 좀 들었으면... 



간호사들은 가끔 방문해서 아직도 죽고 싶은지 물어봤다. 사실은 첫째 날 까지는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너무나 많이 들었는데 이틀째가 되어가니 남편도 너무 보고 싶고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막 생각났다. 


캐나다 와서 7년 동안 앞만 보고 달리느라 아무 거도 즐기지 못했어 너무 억울했다. 기왕 죽을 것이라면 좀 더 놀다가 모아놓은 돈 다 쓰고 죽고 싶었다. 


삼일째가 되니 내 방 내 식탁 내 침대 모든 것들이 그리웠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내가 나로 살아갈 수가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대 후반부터 이어져온 나의 자살 생각은 20 년 만에 끝을 맞아 가고 있었다. 어차피 사는 게 의미가 없다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놀다가 놀 힘이 없을 때 늙어서 죽는 거도 나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곳에서의 3일은 그동안 나의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만들어 줬고 우리가 그냥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자유가 사실을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 주었다.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내 의지 대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강력한 힘이다. 이 모든 것을 왜 나는 지금에 서야 깨달았을까


의사의 퇴원 결정에 병원에 잡혀 갔을 때 들고 있었던 가방 하나를 다시 매고 병원을 나섰다. 3월 중반 순 밖은 여전히 추웠지만 앞으로 죽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 기고했다. 


그리고 나의 죽고 싶다는 말이 남편과 어머니를 많이 힘들게 그리고 슬프게 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인생은 어쩌다 태어나서 시간 속에 허우적거리다 때가 되어 떠나는 것이리라. 내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 지금 있는 순간을 열심히 즐기고  오늘도 열심히 놀아보자 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별로 없다. 돈도 모아야 하고 집도 차도 사야 하고 아픈 애도 있고 안정적인 직장은 없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고 하지만 된장찌개 끓여먹을 수 있는 손이 있고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으니 오늘 하루는 행복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열심히 살자 모토인 자기 계발과 승진을 위한 발버둥은 내려놓고 그냥 재미난 드라마 보고 듣고 싶은 음악 들으며 맛있는 밥 먹는 것이 삶의 방향이 되었다. 


내 뜻대로 굴러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거나 혹은 글을 보는 당신이라면 정신병원에 꼭 가봐야 한다. 

마음이 아픈 것도 치료가 필요한 일이기에....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우울과의 동거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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