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쟁이가 그림을 다시 배웁니다... 그림쟁이가아니었던 건가?
새로운 시작 그 첫 번째 이야기.
젊은 시절에는 유학과 이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 거 같다. 고등학생 때부터 유학을 꿈꾸고 남들과 다른 삶을 상상하며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평범했고 엄청난 재능도 없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면서 나 자신과 많은 타협을 했다.
한국의 전통으로 포장된 시집살이와 명절 때마다 시댁과 친정을 가야 하는 내가 보이기에는 이상한 풍습이 견디기 힘들었다. 맛있지도 않은 기름에 튀기는 제사 음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하루 종일 만드는 상상 만으로 목구멍이 답답함을 느꼈다. 그렇게 하기 싫은 일들을 뒤로하고 나는 혈혈단신 유학길에 오르고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대충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하기 싫은 일은 항상 피하고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들만 찾아서 재미 봤던 것 같다.
캐나다에 가면 나의 재능을 누군가 알아봐 주고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그렇게 떠났다.
그러나 초창기 이민 생황을 쉽지 않았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민을 위한 전공을 선택할 때 취업이 가장 용의 한 컴퓨터 관련 학과를 선택했다. 그렇게 세월을 흘러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그런 선택을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일에 대한 지루함과 자신의 한심함을 보았다. 나는 왜 하기 싫은 일을 참 열심히도 5년을 넘게 한 것일까.
오랜 생각 끝에 다시 학교를 등록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매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것이 공부인지 과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충분히 즐기고 있다. 그동안 가정을 위한 다는 핑계로 남편 대신 생계를 지고 있다는 무거운 마음에 내 꿈을 잠시 잊고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누군가를 정말로 위하려 했던 마음이었을까. 사실은 재능이 뛰어나지 않음을 실패할 것을 두려워했던 나의 작은 마음과 타협했던 결과이다. 지금 15년 만에 학생이 된 마음가짐을 이야기하자면 별거 없다. 그냥 좋아하는 거 하면서 즐기고 과제하고 배워가고 그냥 그렇게 재미보고 싶다. 인생이란 긴 터널에서 재미난 일 몇 가지쯤은 누구나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희생했던 5년의 세월과 비싼 학비에 대한 보상은 아니더라고 적어도 내 기술로 무언가 만들고 이어나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자신을 꿈을 잊고 오늘내일 삶에 치어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큰 성공담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