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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늘 Aug 14. 2021

우울과 함께 살아가는 법




 우울증을 다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자존감이 낮은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나의 위치가 한없이 낮아 보이는 것이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재능이 뛰어난 누군가가 되고 싶은데 현실은 그저 평범한 나를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나는 어렸을  미술대회에 나가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 내가 금상을 받고 대상을 받아도 부모님이 딱히 엄청나게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나는 그때 그림 그리는 게 좋았고 선생님들이 나를 특별하게 봐줘서 좋았던 거 같다. 우리 집에는 특별하게 머리가 좋고 공부에 뛰어났던 오빠가 있다. 오빠는  1등을 했고 시험에서 100점을 맞지 못하면 집에 와서 오답체크를 하는 학생이었다. 시험기간에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하루 종일 공부하는 대단한 아이였다. 그렇게 성적이 뛰어난 오빠와 같이 살다 보면 부모님은 당연히 나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다.  흔한 학원을 가지 않아도 오짜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했던  같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나를 응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비싼 입시미술도 했고  엄청나게 비싼 사립 미술대학도 다녔다. 하지만 졸업  화가도 대단한 예술가도 되지 못했고 작은 회사에 취직하여 그냥 평범한 사회인이 되었다.


결혼  뻔히 보이는 나의 미래가 죽기보다 싫었던 그때 나는 유학을 선택했다. 다른 나라 다른 땅에서 무언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다.  어렵다는 영주권도 스스로 쟁취하며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그때는 너무 바빠서 우울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일 공부에 열정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지나간 일이니 그렇게 미화되어  기억 속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캐나다에서 회사 생활 시작  팀에서 나보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덧 나는 팀장으로 승진했자존감이  상승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교외지역에 정착했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일까? 결심으로 임산과 출산을 했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늘어난 뱃가죽뿐이다.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아이가 있는 가족을 보면 내가 루저 같이 보이고 늘어난 배를 보면 더욱 자괴감을 깊어진다. 특별해지고 싶어서 나라까지 등졌는데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순간이다.


 마음먹고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한 온라인 학교 생활은 나름 즐겁다. 하지만 성적이 A 이하로 떨어지거나 다른 사람들의  잘된 과제를 보면 갑자기 우울해진다.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도 재능 있는 사람도 많다. 나도 재능 있고 멋진 사람이라고.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자고.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어딘간 부러진 것처럼 제대로 마주 할 수가 없다.


어제는 헬스장에서 열심히 달리기를 하는데 갑자기 우울이 찾아왔다. 출렁이는 배도 늘어난 팔뚝도  보기 싫었다. 젊고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은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 우울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질 때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열심히 생각한다. 병원에서 퇴원할  했던 다짐을 잊지 말자.


떨어지는 나뭇잎에도 불어오는 바람에도 행복을 느끼겠다고..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나는 나의 페이스대로 열심히 하고 있으며 인생을 길고 기회는 많다. 그리고   어디에도 아픈데 없고 집에는 나를  없이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그렇게  십 번은 되새겼다. 인정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고 사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실패해보지 않는 인생   없을 것이다. 그저 는 나의 실패가 나의 불행이 가장 아프고 힘들고 이겨내기 힘들 뿐이다.


오늘도  속에 숨어있는 우울에게 나오지 말고 쉬고 있으라고 다독여 주였다. 사람이 변하기 힘든 것처럼  우울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가끔 들려오는 오빠의 소식은 나를  우울하게 한다. 실패가 없어 보이는 그의 인생에 자괴감도 든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  나만 힘들어야 하는 것인가 수도 없이 생각했다.  마음은 오늘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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