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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의 이직

사업을 두 번이나 성공적으로 완성했다는 소중한 개인적 경험은 얻었지만 열심히 일해도 인정을 받지 못했던 부분과 사업개발 과정에서 겪은 다른 부서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오던 사업을 더 이상 하려고 하지 않는 회사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내가 회사에서 높은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었다면 단기간에 성과도 냈고 주변 사람들과도 나름 잘 지냈던 그 회사에 남는 것이 백 번 맞는 선택이었겠지만 회사의 높은 자리보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계속 개발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을 했었죠.

그리고 그 당시에는 누구를 만나도 업무적으로는 인정을 받았었기 때문에 실력이나 경험으로 저 같은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자신감 또는 오만함으로 호기롭게 이직을 했습니다.


이직한 회사에서는 제 예상처럼 업무는 힘들지 않았지만 다른 부분 때문에 애를 먹기 시작하더군요.

처음 새로운 회사에 출근을 해서 팀장, 상무, 전무에게 인사를 돌고 왔는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는데 상무가 왠지 전무, 팀장과 안 친한 느낌이고 먼가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상무는 지주사에서 근무하다 내려온 사람이었던 반면 전무와 팀장은 예전부터 이 회사에서 손발을 맞춰 일을 해온 사이였던 것이죠.

게다가 상무는 기술조사를 오래 해왔던 사람인데 지금의 조직은 사업을 기획하고 론칭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상무의 커리어와 조직의 업무가 딱히 관련성이 없어 약간 업무를 헤매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스펙을 믿고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프라이드가 강했기 때문에 본인 관점에서, 본인이 하던 식으로 일을 진행시키다 보니 위아래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좋은 평은 못 듣고 있었고요.


당시 제가 있던 팀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상무의 결정이 필요한 사항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업에 대해 상대방에게 A를 제안했는데 상대방이 B를 역으로 우리에게 제안했고 B에 대해 검토해보니 우리 쪽에는 (가)라는 문제가 있지만 (나)라는 장점도 있었고 장단점을 비교했을 때 우리 회사에 장점이 조금 더 많은 걸로 판단되더군요.

그럼 우리가 B라는 방법이 받아들일지 아님 다른 방안을 제안할지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에 B방법이 나쁘진 않지만 이런이런 조건을 달아서 협의를 진행하는 방법과 처음 제안했던 A를 다시 주장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보고를 했습니다.


보고를 하자마자 불쾌한 얼굴로 지금 방안으로는 결정을 내릴 수 없으니 다른 방안을 찾아오라며 보고를 금방 끝내더군요.

처음에는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느끼고 C라는 제3의 방안을 만들어서, 총 3가지 방법을 만들어 다시 보고를 했는데 이번에는 이걸 아이디어라고 가져온 거냐고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한테 갑자기 화를 내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알아야 하니 계속 상무의 얘기를 들어가며 포인트를 잡아보려고 했는데 방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지적사항을 뚜렷하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를 같이 들어갔던 사람들끼리 따로 모여 보고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봐도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고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방안을 만들어 A, B, D로 방안을 만들어 보고를 했는데 이번에도 화를 내는데 사업에 무지한 네가 본인 생각을 이해를 못 해 이 지경이라며  본인이 정리해주겠다며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토론이 진행될수록 상무가 사업을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고 상무는 중간에 얼굴이 벌게져서 다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그 날의 보고는 끝이 났습니다.

상대방 회사는 우리 보고 어떻게 일을 진행할 거냐고 자꾸 묻는데 상무는 사업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결정도 안 하고 있다가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결국 사업은 없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속이 쓰리긴 하지만 상무가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음번에 잘하면 된다고 나름 위로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말이 되어 상무의 성과를 평가할 때가 되자 본인 성과가 없다는 걸 알고 나서 그 사업을 왜 접었냐고 난리를 치더군요.

그러더니 사업을 못 하게 된 건 본인은 이 분야 전문가이지만 실무진 능력이 부족하고 준비를 제대로 안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위에다 보고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즉, 본인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사업 실패의 원인을 밑에 있는 담당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걸 보고 짜증이 제대로 났었지요.


웃기는 건 본인이 이 분야 전문가라고 그렇게 얘기하고 다니면서도 기본적인 재무제표 분석도 못 하고 있었고 사업성 분석에 대한 지식도 없어서 보고할 때마다 사업 내용을 보고하는 것보다 사업성 분석방법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훨씬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몇 번 반복되는 설명하는 보고를 받았으면 기억할 만도 한데 신기하게도 보고할 때마다 처음 본다는 표정으로 예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하곤 해서 사람을 당황시키는 재주도 가지셨고요.

그 상무를 볼 때마다 스펙이 좋으면 공부머리는 좋을지 몰라도 일머리 하고는 관계가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회사생활#이직#사업개발#상무#스펙#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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