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데 왜 남는 돈이 없지?

매출은 있는데 남는 돈은 없는 가게의 진실

by 경리언니찐나

손님은 왔고 매출도 찍혔다. 그런데 왜 통장엔 남는 돈이 없는 걸까? 하준은 처음으로 매출과 실제 남는 돈의 차이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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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고 일주일쯤 지나자, 하준은 이상한 감각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몸은 늘 피곤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어깨가 무거웠고, 밤에 셔터를 내릴 땐 다리가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그 와중에도 마음 한쪽엔 늘 같은 기대가 있다는 점이었다.


오늘은 좀 남았을까.

손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점심시간엔 분명 바빴고, 저녁에도 들쭉날쭉하긴 해도 매출이 찍히긴 했다. 배달 주문도 하루에 몇 건씩은 꾸준히 들어왔다.

그래서 하준은 며칠째 같은 착각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조금은 남겠지.


그날도 점심 피크가 지나고 나서야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수빈은 홀을 정리하고 있었고, 도윤은 주방에서 재료를 다시 채워 넣고 있었다.

하준은 카운터 뒤에서 포스 화면을 들여다봤다. 주문 건수도 나쁘지 않았고, 총매출 숫자도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 오늘 괜찮은데?”

순간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아직 대박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시작은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만한 숫자였다.


그런데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후 식자재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다.

“대표님, 지난번 추가 발주하신 품목까지 해서 금액 정리해드릴게요.”

하준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메모를 했다. 고기, 계란, 소스류, 채소, 포장 용기, 일회용 수저.

적다 보니 아까 포스 화면에서 본 숫자가 머릿속에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매출은 들어왔는데, 왜 이상하게 돈이 이미 빠져나간 느낌이지.


그때 배달앱 정산 알림이 떴다. 수수료와 광고비 일부가 반영된 예상 정산 금액이었다.

하준은 화면을 한 번, 두 번 다시 봤다.

“잠깐만…”

분명 손님이 주문한 금액은 더 컸는데, 실제로 남는 금액은 생각보다 작았다.

배달비 지원. 중개 수수료. 결제 수수료. 광고비.

단어 하나하나가 별거 아닌 것처럼 붙어 있었지만, 다 합치면 전혀 별거 아닌 수준이 아니었다.

하준은 카운터 한쪽에 기대서 계산기를 눌러봤다. 매장 매출, 배달 매출, 식자재비, 수수료, 공과금 예상치, 인건비.


숫자를 넣을수록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그는 지금까지 ‘얼마나 팔았는가’만 봤지, ‘그래서 얼마가 남는가’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수빈이 다가와 물었다.

“사장님, 저녁에 포장 용기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하준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아, 네. 주문해야죠.”

대답은 했지만 마음속에선 다른 생각이 돌았다.

주문해야죠. 또 돈 나가네.

그 한 문장이 순간적으로 너무 선명하게 느껴졌다.


오픈 전에는 가게를 차리느라 돈이 나갔다. 오픈 후에는 가게를 유지하느라 돈이 나갔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먼저 눈에 띄기 시작하면, 사장은 그때부터 숫자를 다르게 보게 된다.

그날 영업이 끝나고 하준은 셔터를 내린 뒤 혼자 카운터에 앉았다. 가게 안은 조용했고,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그는 포스 매출 화면과 통장 앱, 거래처 메모, 배달앱 정산 화면을 번갈아 열어봤다.

한 화면만 볼 땐 괜찮아 보였다. 포스만 보면 “오늘 장사 잘했네” 싶었다. 그런데 다른 화면까지 겹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됐다.


통장에서 빠져나간 보충 발주 금액. 며칠 뒤 빠져나갈 월세. 직원들 시급. 배달앱에서 빠진 수수료.

하준은 갑자기 웃음이 났다.

허탈해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아니… 바빴는데 왜 남는 게 없냐고.”

아무도 없는 가게 안에서 혼자 내뱉은 말이었다. 그 말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조금 뒤 민석이 가게로 들렀다. 근처 볼일이 있다며 잠깐 얼굴만 보러 왔다고 했지만, 하준은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야, 앉아봐.”

민석은 하준 표정을 보더니 바로 물었다.

“왜. 표정이 왜 벌써 월말이야?”

하준은 포스 화면을 돌려 보여줬다.

“오늘 매출 나쁘지 않거든?”

“응.”

“근데 이게 하나도 안 기뻐.”


민석은 조용히 앉아 화면을 몇 번 보고, 하준이 적어놓은 메모도 봤다.

“식자재는 이 정도 나갔고, 배달은 수수료 빠지고, 인건비도 계산해보면…”

하준은 중간에 말을 끊었다.

“결국 별로 안 남아. 아니, 정확히는 뭐가 얼마나 남는지도 모르겠어.”

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이네.”

“뭐가 시작이야.”

“대부분 여기서 느껴. 장사는 매출 싸움이 아니라 구조 싸움이라는 거.”


하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구조?”

“응.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 근데 뭐가 남고 어디서 새는지 모르면 바쁜데 가난한 가게가 돼.

그 말이 하준을 잠깐 멈추게 했다.

바쁜데 가난한 가게.

듣자마자 기분이 나빴다. 동시에 너무 정확해서 반박도 못 하겠는 말이었다.

민석은 계속 말했다.

“예를 들어 네가 점심에 엄청 바빴다고 치자. 근데 그 시간에 직원 둘 쓰고, 배달까지 겹치고, 회전은 느리고, 식재료 낭비 있으면? 겉으론 매출 잘 나와도 실제로는 효율이 안 좋은 거야.”

“그럼 어떡하라는 거야. 손님이 오면 받아야지.”

“받아야지. 대신 봐야지.”

“뭘?”

“어느 시간대가 진짜 남는 시간인지, 어떤 메뉴가 손은 많이 가는데 남는 건 적은지, 배달이 좋은 건지 매장이 좋은 건지, 사람을 언제 몇 명 쓰는 게 맞는지.”


하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손님 오면 받고, 배달 오면 만들고, 재료 떨어지면 채우고, 하루 끝나면 버티는 식이었다.

그런데 민석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버티는 것과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

하준은 천천히 말했다.

“난 지금 그냥 매일 일만 하는 느낌이야.”

“맞아. 사장인데 직원처럼 일하고 있는 거지.”

“기분 나쁘네.”

“근데 대부분 초반엔 다 그래. 문제는 거기서 못 벗어나면 계속 그래.”


가게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하준은 그 말이 싫었지만, 틀렸다고도 못 하겠다 싶었다.

실제로 그는 하루 종일 누구보다 많이 움직였다. 주방도 도왔고, 홀도 봤고, 발주도 했고, 정리도 했다. 그런데 정작 하루가 끝나면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답을 못 하고 있었다.

오늘 뭐가 남았지? 어디서 돈이 샜지? 이 바쁨이 진짜 의미 있는 바쁨이었나?


그날 밤, 하준은 집에 돌아가서도 잠을 못 잤다. 씻고 누웠는데도 머릿속에 숫자가 계속 떠다녔다.

월세. 식자재비. 인건비. 배달 수수료. 공과금. 포장 용기. 예상보다 적은 정산 금액.

그리고 오늘 포스에 찍혔던 꽤 괜찮아 보이는 매출 숫자.

각자 따로 놓고 보면 이해가 됐는데, 전부 한꺼번에 놓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는 결국 다시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엑셀을 열고 처음으로 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날짜별 매출. 배달 비중. 식자재 추가 발주. 직원 근무시간. 대략적인 인건비. 지출 메모.

칸은 단순했지만, 적기 시작하자 조금씩 보이는 게 생겼다.

점심이 바쁜 날은 재료 소진이 빨랐고, 배달 주문이 많은 날은 손님 응대가 밀리기 쉬웠고, 직원이 겹치는 시간대가 정말 필요한 시간인지도 아직 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한 가지를 인정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운영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운영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하준은 엑셀 셀 하나에 커서를 두고 한참 멈춰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줄에 이렇게 적었다.

바쁨 = 이익 아님

짧은 문장이었지만 이상하게 세게 박혔다.


그는 처음 창업을 준비할 때 손님이 많으면 잘되는 가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잘되는 가게가 되면 자연스럽게 돈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손님이 많아도 남는 구조가 아니면 소용없었다. 매출이 있어도 관리가 안 되면 새는 돈이 더 많을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해도 어디를 봐야 하는지 모르면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그 다음 날 점심 준비를 하며 하준은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수빈은 물컵을 채우고 있었고, 도윤은 주방 재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모든 게 평소처럼 보였지만, 하준 눈에는 어제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이제는 손님 수만 볼 게 아니었다. 누가 언제 일하고 있는지, 어느 시간대가 진짜 바쁜지, 어떤 흐름에서 돈이 남고 어떤 흐름에서 새는지를 같이 봐야 했다.

장사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일이 아니었다. 들어온 돈을 지키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걸 못 하면, 아무리 바빠도 결국 남는 건 피로뿐일 수 있었다.

하준은 앞치마 끈을 묶으며 혼자 작게 말했다.

“이제 좀… 봐야겠네.”

많이 파는 것 말고, 어떻게 남기는지를.

그게 사장에게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걸, 하준은 이제야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바쁜 가게가 꼭 잘되는 가게는 아니었다. 남는 구조를 모르면, 바쁨은 그냥 피로가 됐다.


다음 화 예고

다음 화에서는, 직원 한 명의 10분 지각이 매장 전체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줍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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