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선 다 괜찮아 보이는데, 왜 같이 일하면 달라질까?
직원을 뽑으면 일이 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보기 시작하자 하준은 알게 된다. 좋아 보이는 사람과, 내 가게 운영에 맞는 사람은 다르다는 걸. 첫 직원 면접, 좋은 사람은 어떻게 알아보나요?
가게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하준의 하루는 눈에 띄게 짧아졌다.
아침엔 인테리어 업체 연락을 받고, 점심엔 주방 설비 견적을 확인하고, 오후엔 메뉴 테스트를 하고, 저녁엔 배달앱 입점 서류를 찾아보다가 밤이 됐다.
이상한 건 아직 가게 문도 안 열었는데 이미 하루가 모자란다는 점이었다.
하준은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노트북을 펼쳤다.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직원 채용 공고 올리기.
그는 잠시 커서를 깜빡이며 화면을 바라봤다.
모집 인원 2명. 홀 1명, 주방 보조 1명. 근무시간은 오픈 준비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 시급은 기준에 맞춰 지급. 경력자 우대.
여기까지 쓰고 나니 문득 막막해졌다.
경력자 우대는 알겠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좋은 걸까?
일 잘하는 사람? 성실한 사람? 손이 빠른 사람? 손님 응대가 밝은 사람? 갑자기 빠지지 않는 사람?
하준은 본사에서 근무할 때 점주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사람 구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일머리 있는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면접 때는 다 괜찮아 보여요.”
그때는 솔직히 반쯤 흘려들었다. 장사가 힘든 건 알았지만, 사람 뽑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자기 차례가 되니 알 것 같았다.
메뉴는 직접 정하면 되고, 간판은 돈을 주면 만들어지고, 인테리어도 견적을 비교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은 달랐다.
표정도 보고, 말투도 보고, 경력도 보고, 느낌도 봐야 하는데 정작 그 모든 걸 봐도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하준은 한숨을 쉬고 채용 플랫폼에 공고를 등록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생각보다 빠르게 지원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진이 단정한 사람도 있었고, 경력이 화려한 사람도 있었고, 자기소개를 성의 있게 쓴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다들 나름 괜찮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하준은 지원서를 하나씩 넘기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경력이 좋고… 이 사람은 집이 가깝고… 이 사람은 시간대가 맞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기는 지금 ‘좋아 보이는 이유’를 찾고 있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포인트’를 전혀 못 보고 있다는 걸.
그날 오후, 첫 면접자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하준은 아직 정리가 덜 된 가게 한쪽에 간이 의자를 놓고 앉아 있었다. 정식 오픈 전이라 면접 장소치곤 조금 어수선했지만,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지원한 김수빈입니다.”
또렷한 목소리였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하준은 자기도 모르게 첫인상에서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
“아, 네. 앉으세요.”
수빈은 앉자마자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오픈 준비 중이신 거죠? 분위기 깔끔하게 잘 나올 것 같아요.”
하준은 웃었다.
“아직은 공사판 같죠?”
“아니에요. 저는 이런 거 보면 오히려 더 기대돼요.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있어서.”
대화는 꽤 자연스럽게 흘렀다.
수빈은 비슷한 업종 아르바이트 경험도 있었고, 손님 응대는 자신 있다고 했다. 사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에 맞추겠다는 말도 했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주말 근무는 괜찮으세요?”
“네, 가능해요.”
“오픈 초반에는 스케줄이 좀 유동적일 수도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네. 미리만 말씀 주시면 맞출 수 있어요.”
“지각이나 결근 같은 부분은 제가 좀 민감하게 보는 편인데, 그 부분은 괜찮으시죠?”
수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네. 저 원래 시간 약속은 잘 지키는 편이에요.”
그 대답은 너무 매끄러워서 오히려 하준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면접은 20분 정도 만에 끝났다.
수빈이 돌아간 뒤, 하준은 의자에 기대며 생각했다.
괜찮은데? 밝고, 말도 잘하고, 경력도 아주 없는 건 아니고.
그때 민석에게 메시지가 왔다.
면접 봤냐?
하준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방금 한 명 보고 끝났는데, 괜찮은 것 같아.”
“뭐가 괜찮은데?”
“밝고, 말도 잘하고, 경력도 있고.”
민석은 아주 짧게 물었다.
“그래서 안 늦을 것 같아?”
하준은 피식 웃었다.
“야, 그걸 면접에서 어떻게 알아.”
“그게 문제지.”
“그럼 대체 뭘 봐야 하는데?”
민석은 담담하게 말했다.
“좋은 사람이냐보다, 네 가게 운영이랑 맞는 사람이냐를 봐야지.”
하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게 다른 거야?”
“완전 다르지. 친절한데 시간 개념 없을 수도 있고, 손은 빠른데 팀워크가 안 맞을 수도 있고, 싹싹한데 책임감은 약할 수도 있어. 면접에서 다 좋아 보여도 실제 근무 들어가면 완전 다를 수 있어.”
하준은 천천히 벽을 바라봤다.
분명 맞는 말이었다.
아까 수빈은 분명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괜찮아 보인다’는 게 실제 운영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지, 하준은 자신이 없었다.
“그럼 면접을 어떻게 봐야 해?”
“질문을 다르게 해야지.”
“어떻게?”
“예를 들면, 이전에 갑자기 못 나오게 된 적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 바쁜 시간대 실수하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스케줄 바뀌면 얼마나 빨리 공유할 수 있는지. 출퇴근 기록이나 근무시간 확인 같은 거 꼼꼼한지.”
하준은 메모장을 열었다.
민석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뭔데?”
“사장이 기준이 있어야 해.”
“무슨 기준?”
“몇 분까지는 지각으로 볼 건지, 휴게는 어떻게 볼 건지, 스케줄 변경은 어디까지 허용할 건지, 출근 확인은 어떻게 할 건지. 그게 없으면 나중에 다 감정싸움 된다.”
하준은 무심코 웃다가 웃음을 거뒀다.
기준.
그 단어가 걸렸다.
사실 하준은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사람부터 구하면, 어떻게든 맞춰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석 말대로라면 기준 없이 사람을 먼저 뽑는 건, 규칙 없이 경기를 시작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날 저녁 두 번째 면접자가 왔다.
박도윤. 주방 보조 지원자였다.
첫인상은 수빈과 정반대였다. 말수가 적고, 웃음도 많지 않았다. 처음 몇 분은 오히려 무뚝뚝해 보일 정도였다.
하준은 일부러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바꿔봤다.
“바쁜 시간대에 주문이 몰리면 보통 어떻게 움직이세요?”
도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우선순위부터 정합니다. 밀릴 때는 손 빠른 것보다 순서 안 꼬이게 하는 게 더 중요해서요.”
하준은 조금 놀랐다.
“이전 매장에서는 근무시간 기록은 어떻게 하셨어요?”
“출근이랑 퇴근은 찍었고, 휴게시간도 적었어요. 나중에 급여 계산 때문에 서로 다르게 기억하면 피곤해져서요.”
하준은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스케줄 변경 같은 건요?”
“미리 말하는 게 기본이죠. 당일에 바꾸기 시작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 다 꼬이니까요.”
짧은 대답이었지만 이상하게 더 신뢰가 갔다.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일하는 장면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면접이 끝난 뒤 하준은 혼자 남아 오늘 만난 두 사람을 번갈아 떠올렸다.
한 사람은 밝고 편했다. 한 사람은 조용하지만 기준이 느껴졌다.
둘 다 장점이 있었다. 문제는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느냐보다, 내 가게에 지금 어떤 기준이 필요한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쪽에 가까웠다.
하준은 노트북을 켜고 새로운 문서를 만들었다.
채용 전에 정할 것
출근 확인 방식
지각 기준
스케줄 변경 원칙
휴게시간 기준
급여 계산 기준
오픈 초반 역할 분담
사장이 최종 확인해야 하는 항목
적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졌다.
이상했다. 사람을 뽑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적어도 뭘 모르고 있었는지는 조금 보였다.
하준은 이제야 이해했다.
좋은 직원을 뽑는다는 건 착해 보이는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니었다.
내 가게가 흔들리지 않게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결국 사람 보는 눈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장이 먼저 기준을 세워야 했다.
기준이 없으면 밝은 사람도, 성실한 사람도, 경력 있는 사람도 나중엔 전부 “생각과 달랐다”는 말로 끝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막상 같이 일하기 시작하면 면접 때 했던 말보다, 실제 출근 시간 하나가 훨씬 더 정확하게 사람을 보여주게 되니까.
하준은 저장 버튼을 누르고 의자에 기대었다.
가게는 아직 문도 안 열었는데, 벌써 알 것 같았다.
장사는 손님이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게 아니었다. 사람을 뽑는 순간부터 이미 운영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운영은 좋은 마음만으로는 절대 굴러가지 않았다.
면접에선 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진짜 평가는 첫 출근날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다음 화에서는, 드디어 오픈 첫날. 손님보다 먼저 멘붕이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