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찍힌 숫자가 이상했다.
나는 오늘의 나는 적어도 합계만 보는 사람은 아니게 됐다.
그 정도면, 또 하루를 버텼다.
나는 오늘의 나는 적어도 합계만 보는 사람은 아니게 됐다.
그 정도면, 또 하루를 버텼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며칠이 지났다.
발행 버튼을 눌렀던 그 찰나는 아직도 가끔 떠올랐다.
심장이 철렁했던 그 느낌.
그래도 어쨌든, 한 번은 해봤다.
오늘은 입금 확인을 하다가 멈췄다.
서광오피스에서 들어온 금액이 이상했다.
거래명세서엔 110만 원.
통장엔 100만 원.
10만 원이 없었다.
나는 윤팀장님 쪽을 쳐다봤다.
"서광에서 입금이 들어왔는데요, 금액이 명세서랑 달라요."
"얼마 차이요?"
"10만 원이요."
윤팀장님은 한 박자 쉬고 물었다.
"세금계산서에 공급가액이랑 세액 어떻게 적혀 있었어요?"
나는 발행 내역을 열었다.
공급가액 : 1,000,000원
세액 : 100,000원
합계 : 1,100,000원
"공급가액 백만 원, 세액 십만 원이요."
"그럼 거래처에서 공급가액만 먼저 보낸 거예요."
나는 잠깐 멍했다.
공급가액만 먼저.
그럼 나머지 10만 원은?
그 10만 원이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몰랐다.
"윤팀장님."
"네?"
"공급가액이랑 부가세가… 왜 나눠져 있는 거예요?"
윤팀장님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내 모니터를 한 번 봤다.
그리고 말했다.
"그걸 모르면 견적서, 세금계산서, 전부 계속 헷갈려요."
계속 헷갈린다.
그 말에 자세가 저절로 고쳐졌다.
지금 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윤팀장님이 내 옆으로 왔다.
"공급가액은요. 물건값 자체예요."
나는 수첩을 꺼냈다.
공급가액 = 물건값
"부가세는 그 위에 얹히는 세금이고요. 공급가액의 10퍼센트."
부가세 = 공급가액 × 10%
"둘을 더한 게 합계."
합계 = 공급가액 + 부가세
적고 나니 식은 단순했다.
그런데 나는 이게 왜 나뉘어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그럼… 왜 합계로 안 보고 따로 봐요?"
윤팀장님이 말했다.
"부가세 신고할 때 공급가액 기준으로 계산하거든요. 합계로만 보다가 신고 틀리면 그게 더 복잡해져요."
나는 그 문장을 수첩에 따로 적었다.
부가세는 결국 나라에 내는 돈. 우리가 거래처한테 잠깐 받아두는 것뿐.
그래서 공급가액과 따로 봐야 하는 거였다.
가는 곳이 달랐으니까.
그때 지혜 씨가 커피를 들고 내 자리 옆에 섰다.
"오늘은 또 뭐 배우세요?"
"공급가액이랑 부가세요."
지혜 씨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도 처음엔 그거 진짜 이해가 안 됐어요."
"그쵸?"
"다 돈인데 왜 나눠 쓰는지 싶잖아요."
"맞아요. 그냥 합계만 보면 안 되나 싶었어요."
지혜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거래처가 '부가세 별도로 얼마예요?' 하는 거랑 '부가세 포함해서 얼마예요?' 하는 건 완전 다른 질문이거든요."
나는 멈췄다.
같은 말인 줄 알았다.
오후에 대표님이 지나가며 물었다.
"서광 입금 확인됐어요?"
"네. 공급가액 입금 확인됐고요, 부가세 잔액은 미수금으로 남겨뒀습니다."
대표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잘했네요."
그리고 지나쳤다.
칭찬이라기엔 짧았다.
그래도 틀리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퇴근 무렵 파일을 정리하며 파일명을 적었다.
20260319_서광오피스_입금확인
저장 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닫았다.
버스에 앉았다.
나는 지금까지 가격을 항상 하나의 숫자로만 봤다.
마트 영수증도. 카드 청구서도.
그냥 합계만.
근데 회사에서 그 합계 안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었다.
물건값과 세금.
그 두 개는 가는 곳이 달랐다.
물건값은 우리 회사 수익.
부가세는 나라에 내야 하는 돈.
경리는 그걸 섞지 않고 나눠서 보는 사람이었다.
나는 오늘의 나는 적어도 합계만 보는 사람은 아니게 됐다.
그 정도면, 또 하루를 버텼다.
공급가액은 물건이나 서비스의 기본 금액입니다.
부가세는 공급가액에 붙는 세금이며, 보통 공급가액의 10%로 계산합니다.
공급가액 + 부가세 = 합계금액입니다.
거래처가 부가세 별도 기준으로 보는지, 포함 총액 기준으로 보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견적서에서는 숫자를 넣는 것보다 상대가 어떤 기준 금액을 묻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다.
청구서 금액이 다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