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계산서가 한 종류가 아니라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면세, 불공제?
부가세 신고가 언제인지 알게 된 건 그날이었다.
윤팀장님이 아침부터 파일 하나를 열어두고 있었다.
"이번 달 말까지 부가세 신고 준비해야 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부가세 신고.
공급가액에서 10퍼센트 떼는 그 부가세.
그건 이제 안다.
그런데 윤팀장님이 내 자리에 파일을 하나 내려놓았다.
"이번에 서윤 씨도 같이 도와줘요. 이게 이번 기간 세금계산서 내역이에요."
나는 파일을 펼쳤다.
그리고 바로 멈췄다.
세금계산서 목록이 한 종류가 아니었다.
매출세금계산서.
매입세금계산서.
그리고 처음 보는 단어들.
면세. 불공제.
"윤팀장님, 이거… 세금계산서가 왜 이렇게 여러 개예요?"
윤팀장님은 자리에서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다 세금계산서지만, 돈이 들어오는 건지 나가는 건지, 세금이 붙는 건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요."
나는 수첩을 꺼냈다.
윤팀장님이 말을 이었다.
"일단 제일 기본부터요."
"매출세금계산서는 우리가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발행하는 거예요."
매출 = 우리가 파는 것
"매입세금계산서는 우리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면서 받는 거고요."
매입 = 우리가 사는 것
나는 그 두 줄을 적고 잠깐 생각했다.
서광오피스에 사무용품을 납품하면,
우리가 발행하는 게 매출세금계산서.
반대로 우리가 뭔가를 사면서 받는 게 매입세금계산서.
"그럼 부가세 신고할 때는 둘 다 쓰는 거예요?"
"맞아요. 매출에서 세금 내고, 매입에서 세금 돌려받는 구조예요."
그 구조가 처음으로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는 수첩에 적었다.
부가세 신고 = 매출 부가세 − 매입 부가세 = 실제 납부할 세금
그러고 보니, 왜 공급가액이랑 부가세를 따로 봐야 하는지도 여기서 다시 연결됐다.
부가세는 결국 나라에 내는 돈.
그 돈을 정확히 계산하려면, 들어온 것과 나간 것을 따로 봐야 했다.
그때 지혜 씨가 옆에 앉으며 말했다.
"매출 매입은 그래도 이름에서 티가 나는데, 면세가 제일 헷갈렸어요."
나는 바로 물었다.
"면세는 뭐예요?"
지혜 씨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부가세가 아예 안 붙는 거래가 있거든요. 주로 기초 식품이나 의료, 교육 관련."
나는 멈췄다.
부가세가 안 붙는다고?
"그럼 세금계산서를 안 써요?"
윤팀장님이 옆에서 말했다.
"계산서는 써요. 대신 세금이 없는 계산서예요. 이름이 계산서, 혹은 면세계산서라고 보면 돼요."
나는 그 차이를 수첩에 바로 적었다.
세금계산서 = 부가세 있음
계산서(면세) = 부가세 없음 — 아예 면세 거래에만 씀
"우리 회사는 면세 거래가 있어요?"
"거의 없어요. 사무용품 납품은 과세 거래니까."
그 말에 조금 안도했다.
지금 당장 다 쓸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파일 안에 한 가지가 더 눈에 걸렸다.
불공제.
"윤팀장님, 불공제는 뭔가요?"
윤팀장님은 잠깐 나를 봤다.
"매입세금계산서 받았는데, 그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왜요?"
"사업이랑 관련 없는 지출이거나, 접대비 같은 항목이거나. 그런 건 매입 부가세로 인정이 안 돼요."
나는 그 말이 천천히 이해됐다.
매입 부가세를 전부 돌려받는 게 아니었다.
사업에 쓴 것만, 조건이 맞는 것만 인정이 됐다.
나는 그 문장을 수첩에 크게 적었다.
불공제 = 매입세금계산서는 있지만 부가세 공제 안 되는 것
"그걸 왜 구분해요?"
"신고할 때 넣으면 안 되거든요. 잘못 넣으면 세금을 잘못 계산하는 거예요."
나는 파일을 다시 내려다봤다.
아까까지는 그냥 숫자 목록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조금 달리 보였다.
매출 — 우리가 판 것. 여기서 부가세를 낸다.
매입 — 우리가 산 것. 여기서 부가세를 돌려받는다.
면세 — 부가세 자체가 없는 거래.
불공제 — 받았지만 공제 안 되는 것. 신고에 넣으면 안 된다.
각각 가는 곳이 달랐다.
섞으면 신고가 틀렸다.
윤팀장님이 말했다.
"이번 신고 준비는 이 네 가지 구분하는 것부터예요. 다 집어넣으면 안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그냥 네 하고 넘기지 않았다.
매출은 따로.
매입은 따로.
면세는 따로.
불공제는 빼고.
그 순서를 머릿속에서 한 번 돌려봤다.
퇴근 무렵, 나는 파일을 정리하면서 각 세금계산서 옆에 구분을 달았다.
매출 / 매입 / 면세 / 불공제.
처음 봤을 땐 다 같아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
버스에 올라탔다.
나는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세금계산서라는 말을 그냥 한 단어로만 알았다.
가게에서 영수증 대신 받는 것.
그 정도.
그런데 회사에서 세금계산서는 방향이 있었다.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
세금이 붙는 것과 안 붙는 것.
공제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나는 메모장에 짧게 적었다.
세금계산서는 다 같은 종이가 아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가 다르다.
그 정도면, 또 하루를 버텼다.
매출세금계산서 : 우리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 때 발행하는 것
매입세금계산서 : 우리가 사면서 받는 것. 부가세를 돌려받는 근거
부가세 신고 = 매출 부가세 − 매입 부가세 = 실제 납부 세액
면세계산서 : 부가세가 아예 없는 거래 (식품, 의료, 교육 등). 세금계산서와 다른 문서
불공제 : 매입세금계산서는 있지만 부가세 공제가 안 되는 항목. 신고 시 반드시 빼야 함
네 가지를 섞으면 부가세 신고가 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