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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Apr 11. 2023

이렇게 쓰이는 데 만족하는가

스스로를 단호하게 일으켜 세우는 것

지난 주말에 쓴 <돌봄과 작업> 서평을 다음날 다시 읽어보고는 너무 부끄러워 어디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가 이렇게 힘든지, 뭐가 이렇게 공허한지. 잠 푹 자고 일어나서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을 보고는 기분이 참 좋았는데 말이다. '그때의 내 감정도 인정해야지' 생각하지만, 공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글을 쓴다는 건 이런 것들까지도 전부 끌어안아야 하는 일이겠지.


어제 유시민 작가와 홍준표 대구 시장의 100분 토론을 유튜브를 통해 시청했다. 오래간만에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있었기에 궁금했던 터였다.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뽑아놓고 왜 대통령 탓만 하냐"는 홍준표 시장의 논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라며 되받아치는 유시민 작가의 여유와 노련함에 나 또한 박장대소하며 큰 박수를 쳤더랬다. 역시 유시민. 자신의 신념과 뚝심과 경험이 뒤섞인 그의 언행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손색이 없었다고 할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어렵다는데 앞으로 뭘 하면서 살면 좋겠냐"는 질문에 나는 먹고살기 안 어려우니 대충 듣고 지나가야겠다 생각하던 찰나. 유시민 작가의 "남에게 득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먹고살 수 있다"라고 말해준 대목이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혀버렸다. 그래, 맞다. 나조차나에게 득이 된다 생각해야 그 사람의 글도 읽고 그 사람의 책도 사고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도 동경하게 되는데 말이다.


순간 지난 주말에 썼던 글을 생각하며, 나는 누구를 위해 이 공간에 글을 쓰는지 생각해 보았다. 우선은 나를 위해서고... 그다음은 누굴 위해서란 말인가.




내가 오래전부터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또 있으니 그녀는 "최인아 책방" 사장님이신 최인아 대표다. 그녀의 이력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 옛날 여성이 아이 키우며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시절.  대통령 상을 받고 제일기획 부사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후 책방 주인이 되었다. 아이 키우며 사회 생활하기 지금처럼 쉬운 시절도 없을 거라는 세대를 통과하면서도 파트장 자리조차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녀를 동경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생각만 해도 치열했을 그녀의 삶. 이력만 봐도 뼛속까지 느낌이 온다.


그녀가 최근 책을 썼는데 제목인즉슨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이다.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 한 "남에게 득이 되는 사람이 라"는 말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 이야기다. 제목만 봐도 최인아 대표가 그 험난한 삶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그녀 인생의 가치가 무엇이었을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들의 치열했던 삶이 뒷받침되었기에 말에 힘이 생긴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기분이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표류하게 두지 말아요. '뭐라도 하자'며 누군가 내 머리끄덩이라도 잡아채 끌어올리는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스스로를 단호하게 일으켜 세우는 것이 더 우아합니다

- 나는 아직 나를 모른다 중 -




매 순간 치열할 필요는 없지만, 순간의 치열함을 내 삶에 초청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지금의 삶을 성실히 그리고 충분히 살아낸다면 나 또한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쓰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울감에 침잠하지 않기 위해 내 머리 끄덩이라도 잡아채 끌어올리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단호하게 다짐해 본다.


최인아 대표가 좋아하는 표현 중 '쓰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 담을 곳을 좀 더 나아지게 하는 데 나는 어떤 도움을 주는지 돌아보는 의미이기도 하죠.

원치 않았지만 닥친 일을 해내야 할 때 '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쓰이는 데 만족하는가'예요

- 최인아 대표 인터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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